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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이민자 포용, 우리 내부 문제 해결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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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 난민을 받아들일 것인가를 두고 찬반양론이 신문 지면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인도적 차원에서 이들을 수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지만 청와대 청원 사이트에는 반대하는 서명이 70만명을 넘어섰다.

나와 다른 존재나 생각을 존중하는 사회적 가치를 다양성이라 한다. 특히 일반 사회 구성원과 달리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는 약자, 예컨대 경제적으로 생활이 곤란하거나 신체가 불편한 소수자에 대한 배려를 포용이라 한다. 이는 프랑스를 지탱해온 톨레랑스 정신이기도 하다. 사회문화적 환경이 상이한 이주자나 난민, 결혼관이 상이한 동성애자를 끌어안는 것도 포용이다. 이방인의 수용은 가치 구현이라는 당위성뿐만 아니라 일손이 부족한 경제 분야에서의 노동력 제공이라는 실리적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이와 같은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이방인에 대한 우리의 포용 수준은 매우 희박하다. 이주민은 8만9000명(2016년 기준), 인구 대비 0.2%로 일본보다 다소 높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는 거의 바닥 수준이다. 난민 수는 채 1만 명이 못 되고 인구 대비 비중은 25위로 저조하다. 우리 사회에 포용이 중요한 가치로 자리 잡지 못한 것은 우리의 폐쇄성에서 기인하며 따라서 닫힌 사고를 여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유념할 점은 이방인에 대한 단순한 수용을 넘어서 이들 또는 이들의 후세들에게 주거 환경이나 교육과 같은 인간의 권리를 충분히 누리게 해주고 사회 일원이 될 수 있도록 동일하게 대우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그럴 수 없다면 이방인들이 세대를 거듭하면서 우리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사회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숭고한 가치 구현과 노동력 확보에서 출발한 이방인 포용 정책이 불행한 결과를 낳을 수 있는 것이다. 자국민의 안전 보장은 이방인에 대한 포용 못지않게 중요한 인권이다.

물론 미국과 같이 이주민에 의해 형성돼 다양성이 사회경제의 활력으로 작용하는 나라도 있다. 세계 IT시장을 선도하는 실리콘밸리의 동력은 50% 이상이 외국으로부터 이주해온 엔지니어이며 2016년에 세워진 스타트업 창업자의 50% 이상이 이방인이다.
반면 포용이 오랫동안 중요한 가치로 자리매김해온 유럽의 현실은 그다지 녹록지 않다. 스웨덴은 1940년대부터 여성이 육아와 가정 일에 얽매이지 않고 아이를 낳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정부가 육아제도를 정비했으며 가사의 효율화 제고를 위해 아파트를 공급하는 인구정책을 펼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력 부족이 심화되자 이방인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었다. 세대를 거듭하면서도 사회에 동화하지 못한 이들의 불만은 커져갔고 결국 2013년 스톡홀름 근교 허스비 지역에서 경찰이 노인을 사살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이방인 이민자의 소요 사태로 표출됐다. 한편 프랑스에서 이슬람 무장 단체 IS가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Charlie Hebdo)'에 난입해 사상자를 낸 2015년 11월 이후 불특정 다수의 일반인에 대한 테러가 유럽 각지로 번져나가면서 사람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잠재적 위협 때문에 절대 이방인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대의와 실사구시를 이유로 이방인을 받아들이더라도 이들을 자국에 안착시키고 동화시킬 수 있는 충분한 마음의 여유와 제도가 정비돼있지 못한다면 이는 향후 사회에 큰 멍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방인에 대한 포용은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갑을 관계의 병폐와 내집단의 배타성 등 삶의 방식을 충분히 바꾼 시점에서 이루어져도 늦지 않다.

이내찬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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