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공식을 거스르기 위해서는 '운영의 묘'가 필요한데, 그 중 효과적인 것은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투명한 규칙을 만드는 일이다. 구 멤버들의 '친목질'을 마찰 없이 규제해야 신참이 소외되지 않는 것이다.
현실과 마찰이 일어나는 신성장 분야일수록 불만은 두드러진다. 자리를 지키고 있는 늙은 현직이 빠지지 않는데, 젊은 신임이 들어올 수 없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이 모두 부러워하는 중국, 그 IT 혁신의 비결은 기술이 아니었다. 현직의 힘이 약했기에 신임이 치고 들어와 점령할 수 있었던 덕이다. 카드 사용자가 얼마 없으니 스마트폰 페이가 마음껏 밀고 들어온다. 공산주의 사회이다보니 택시운전사들을 '표밭'이라고 감싸지도 않았다.
중국을 모델 삼아 규제 철폐를 주문하기는 쉽지만, 규제란 소비자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최후의 보루인 경우 또한 많다. 그냥 '비즈니스 프렌드리'하기만 한 나라에서 기업이라는 욕망 덩어리는 필경 폭주하고 만다. 순박해 보이는 스타트업 뒤에 어떤 종류의 자본이 버티고 있는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다.
이제 원칙보다 감정이 우선시된다. 이러한 갈등 상황을 따져 풀 원칙이 없기 때문이다. 해커톤과 끝장토론은 말은 좋지만, 숙의의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갑자기 합의를 도출하려니 감정만 소모되고 아무런 결론이 나지 않은 채 현상유지로 끝난다.
단순명쾌한 원칙을 철저히 빠르게 적용하는 일, 세상이 복잡해질수록 절실하다. 시민의 자유를 최우선시하되 사회적 비용은 책임지게 한다라는 단순한 원칙이 있으니, 우버 같은 새로운 모델은 바로 허락되고 사회적 책임이 바로 뒤따른다. 샌프란시스코는 교통 정체와 사고가 증가하자 승차공유 운임에 3.25% 과세를 시작했다. 원칙에 맞지 않는 규제는 사라지고 원칙을 지키기 위한 규제는 새로 생긴다.
우리의 원칙은 무엇인가? 원칙이 불분명하니 매번 복잡하고 모호한 타협안이 만들어져 애매하게 적용된다. 공평하고 공정히 결정되었다고 당사자는 말할지 모르나 이 역시 지금의 자리를 차지한 현직의 입장만일지도 모른다. 갈등의 순간, 원칙이 없다면 단순한 것부터 시작해 보자. 우리 커뮤니티에서 한 자리 차지하지 않은 이들의 입장이 되는 일이다. 남성보다는 여성을 먼저, 기성세대보다는 다음 세대를 먼저, 기업보다는 소비자를 먼저. 미래는 전례 없이 서둘러 제도적 의사결정을 요구하고 있다. 현상유지는 한국이라는 쇠락 중인 커뮤니티를 더 빨리 쪼그라들게 할 뿐이다.
김국현 에디토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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