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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규제 개혁이 논쟁의 대상일까

최종수정 2018.08.27 11:50 기사입력 2018.08.27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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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규제 개혁이 논쟁의 대상일까
최근 원격의료 허용, 은산분리 완화, 데이터 개방도 향상을 위한 개인정보보호법 규제 완화 등 일련의 정부 규제 개혁 방침을 두고 찬반양론이 엇갈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성장동력 확보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영국의 악명 높았던 '붉은 깃발법'을 사례로 들며 규제 개혁의 필요성과 타이밍을 강조한 반면 관련 전통 산업계, 시민단체 및 진보 야당 등에서는 일제히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다.

사실 규제 개혁이라는 화두는 문재인 정부의 혁신 성장을 위한 모멘텀만은 아니다. 노무현 정부는 규제총량제 도입을 고려했고 이명박 정부의 대불산단 전봇대, 박근혜 정부의 손톱 밑 가시론 등 모든 정부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규제 혁파의 의지를 불태웠다. 하지만 산업 현장의 붉은 깃발, 전봇대, 가시는 뽑히기는커녕 늘어만 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09~2016년 8년 동안 신설ㆍ강화된 규제는 9715건이고, 반면 규제 개선의 성과로 줄어든 규제는 837건이었다. 이 같은 수치는 산업 현장에 대한 입법기관의 불충분한 인식과 담당 공무원들의 절실함의 부족도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더욱 심각한 것은 끊임없이 나타나는 신산업 영역에는 굳이 신설ㆍ강화하는 규제가 아니더라도 기존의 법령만으로도 강력한 규제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벤처기업협회를 비롯한 벤처 현장에서는 그간 창의적 기업 활동을 저해하는 규제 개선의 필요성과 시급성을 목이 터져라 정부에 건의해왔다. 특히 새로운 아이디어와 획기적 비즈니스 모델로 창업에 도전한 벤처기업들에 국내 법령상의 규제는 거의 지뢰밭 수준이다. 핀테크(금융+기술), 크라우드펀딩, O2O(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 등 벤처기업협회의 '강짜에 가까운 요청'에 의해 개선된 규제가 적지 않지만, 지뢰밭 속에서 몇 개의 지뢰를 걷어낸 것일 뿐이다.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법령의 한 줄 규제 조항으로 생사의 기로에 선 많은 벤처기업에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다. 이 사이에 많은 벤처기업이 고사하거나 폐업하고, 한국을 떠나 '황당한 규제'가 없는 해외로 탈출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신산업이 출현한 대부분의 경우에 정부는 기존 법ㆍ제도의 틀 내부로 신산업을 우겨넣으려고 시도해왔다.

그 결과 새로운 규제가 발생하고, 해당 산업의 더딘 성장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잃게 된다. 또한 기존 제도로는 수용하지 못하는 사회적 부작용이 발생하면 또다시 해당 산업을 규제하는 빌미를 제공해 규제가 강화되는 악순환의 연속이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고용 절벽의 문제 또한 그간의 압축 성장으로 인한 사회 구조적 문제라는 원인도 무시할 수는 없으나, 하루가 다르게 등장하는 신산업군의 경쟁우위 기업이 드물다는 것이 본질이다. 한계 산업 분야와 한계 기업에서 일자리가 지속적으로 창출될 수는 없지 않은가? 5년 전 한국 경제를 서서히 뜨거워지는 냄비 속 개구리로 비유했던 매킨지는 최근 "한국 경제는 여전히 냄비 속 개구리이고, 5년 전보다 물 온도는 더 올라갔다"고 경고하면서 중국의 과감한 탈규제 정책을 참고하라고 조언했다. 또 세계경제포럼 보고서는 한국이 4차 산업에서 중국에 뒤진 이유는 기술이 아니라 규제라고 지적한다.
뒤늦은 감은 있으나 최근 정부의 규제 개혁 행보에 마지막 기대를 걸어본다. 지금의 규제 개혁은 대기업의 기 살리기도, 신자유경제질서로의 편입도 아니요, 진보적 공약의 후퇴도 아니다.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에 대한 종합적 판단이 당연히 전제돼야겠으나, 지금의 규제 개혁은 산업 패러다임의 혁명적 변화 속에서 우리의 생존과 미래 먹거리 창출을 가능하게 하는 정부의 최소한의 의무다. 규제 개혁의 방향이 정해졌다면 정부는 좌고우면하지 말고 앞만 보고 가길 바란다. 과거 600년 역사의 조선을 붕괴시킨 것은 외세의 무력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에 눈 감고 귀 막으며 스스로 정체한 채 변화와 혁신을 거부한 우리 자신이었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정민 벤처기업협회 혁신벤처정책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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