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를 찾기 위해 모인다 혼자가 싫어서 혼자 했던 생각을 나누기 위해 모이고 떨어져 지내다가
모이고 나서 결정한다 모일수록 하나가 만들어지고 조금 덜 모여도 하나를 만드는 곳에
서로의 얼굴과 손을 내놓는다 오른쪽과 예상을 맡긴다 뺏기지 않고 지켜야 하는
혼자여도 좋으니까
그냥 한번 와 보라고 했던 이를 따라가면 된다
■모름지기 시라면 멋진 비유와 반짝이는 이미지와 생동하는 리듬과 세계의 이법을 꿰뚫는 통찰력 따위가 글자들마다 맺혀 있어야 한다고 흔히 생각한다. 그러나 꼭 그래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시는 물론 근대 이후 서양에서 구성된 것이지만, 그것을 포함한 '문(文)'의 오래된 뜻은 '도(道)'가 드러난 '무늬'다. 비유컨대 글이란 뜻이 도드라져 어룽진 글자들의 무늬인 것이다. 그래서 무늬는 뜻에 따라 빈빈할 수도 있고 고졸할 수도 있다. 이는 거꾸로 말해도 무방하다. 즉 글자들의 무늬가 뜻의 형체를 이루어 간다고 말이다. 이 시는 오로지 건조한 진술들만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것이 어쩌면 이 시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오히려 명징하게 전하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었을 것이며 이 시를 시답게 만드는 단 하나의 길이었을 것이다. 채상우 시인
꼭 봐야할 주요뉴스
"학교 다니는 거 의미 없어" 그만뒀더니…3배 더 ...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