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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주택시장을 바라보는 프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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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치 좋은 곳에 가면 대개 '뷰 포인트(view point)'가 있다. 사진을 어디서 찍어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여기서 최상의 전망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동일한 지점이라도 찍어낸 사진은 다소 다르다. 사람마다 관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주택시장도 그러하다. 일상의 거래와 가격 흐름 속에서 팩트는 동일하더라도 우리는 각자의 뷰 포인트로 시장을 해석하고 조망한다.

최근 8ㆍ2 부동산 대책 1주년이 되면서 급등하는 서울 집값이 논란이다. 집값 과열 지역의 투기 수요 유입 차단과 시장 불안에 대한 조기 진화와 선제 관리가 오히려 거래 위축에 따른 매물 감소와 그에 따른 가격 상승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정부의 규제와 간섭이 가격 상승만 부추겼다는 비판이 앞선다. 그러나 뷰 포인트를 달리하면 다른 관점이 제시될 수 있다. 우선 매매시장과 달리 전월세시장은 거래도 늘고 가격도 하향 안정화됐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제로 매매 대기 수요가 전세 수요로 전환됐고, 전세를 끼고 집을 구입한 갭 투자자들이 각종 규제로 자금 마련이 어렵자 이를 전세 매물로 내놓았다. 8ㆍ2 대책은 적어도 전세 가격 안정에는 기여한 셈이다.
두 번째 관점은 매물 품귀 현상과 아파트 값 급등의 관계다. 시장에 나와 있는 매물이 거의 없는데 어떻게 아파트 값이 급등할 수 있을까? 포스트 8ㆍ2 대책의 서울 집값 견인지인 마ㆍ용ㆍ성(마포ㆍ용산ㆍ성동)의 아파트 실거래 건수는 매우 적다. 2018년 8월 마포는 139건, 용산은 59건, 성동은 73건이다. 이는 해당 구 아파트 수의 0.1~0.2% 수준밖에 안 된다. 게다가 이 모든 대상이 가격 동향을 파악하는 표본도 아니다. 거래량은 절대적으로 부족한데 드문드문 거래되는 가격이 전월 대비 비정상적으로 뛰는 이상치를 우리는 과신해서는 안 될 것이다.

세 번째 관점은 8ㆍ2 대책이 없었더라면 어떻게 됐을까에 대한 물음이다. 우리는 과연 지금보다 시장이 더 안정됐을 것이라 장담할 수 있을까. 우리가 어떤 프레임으로 시장을 보는가에 따라 어떤 상황이 특정한 방향으로 유도되고 결국 특정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는 어쩌면 그동안 너무 획일적인 프레임으로 시장을 해석해온 한계이기도 하다. 비교 프레임도 전월 대비, 전 분기 대비, 전년 대비, 10년 전 대비, 정점 대비 등 다양하지만 우리는 굳이 전월 대비를 선호한다.

어느 시점과 대비해보는가에 따라 집값 상승률이 매우 다른데도 말이다. 일례로 용산구 아파트 값의 정점기는 2008년 10월이다. 이후 계속 하락하다 2017년 12월 이 수준을 회복했다. 10년 동안 아파트 값 상승률은 0%다. 그러나 올해 들어 8개월 연속으로 총 9.6%가 올랐다. 작년 말까지만 보면 용산 아파트 값은 10년 동안 오르지 않았지만, 올해만 보면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이 돼버린 것이다. 또한 우리는 여전히 과거 프레임에 갇혀 있다. 개발이라는 단어만으로도 호가가 뛴다. 지금의 도시재생 뉴딜과 개발의 양태가 많이 바뀌었음에도 부동산 신화에 대한 미련은 가득하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떤 프레임으로 주택시장을 바라봐야 할 것인가? 미래 주택시장은 현재 어떤 프레임으로 설정하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매달의 집값 움직임만을 주시하는 프레임으로는 지혜로운 정책을 만들기 어렵다. 10년 뒤 우리의 주택시장이 어떤 모습이 돼야 할지를 그려보면서 긍정의 프레임을 설정해보는 것은 어떨까? 정책이 목표로 한 것이 5가지라고 했을 때 3가지 정도만 달성하면 성공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럼 2가지는 실패로 볼 것인가? 그렇지 않다. 실패가 아닌 오차라고 생각할 수 있다. 2가지가 모자란 성공인 셈이다. 오차는 다른 정책이 필요하다는 메시지이며 여러 번 한계에 부딪힌 만큼의 굳은살을 바탕으로 다음을 향한 긍정의 에너지를 발휘하게 될 것이다.

진미윤 LH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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