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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어느 상사맨의 추억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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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얼마 전 사석에서 만난 매출 7조원의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는 소위 상사맨 출신이다. 아쉽게도 기업의 명맥을 잇지 못한 대우에서 1980년대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한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 피 끓는 청춘 시절의 이야기다.

한 해 3500만t의 철강 제품을 수입하는 중국 거대 기업이 있었다. 1980년대 중반이었으니 포스코의 연간 생산량보다 많은, 잡으면 무조건 돈이 되는 그런 회사였다. 대우를 비롯한 한국의 모든 종합상사가 수주를 따내려고 달려들었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이때 30대 초반 상사맨이 죽기 살기로 나섰다. 이 젊은이는 중국 철강사 동사장(대표)이 출근하는 매일 아침 9시 정문에서 그를 향해 '니 하오'를 외쳤다. 꼬박 6개월의 시간이 지났다. 마침내 동사장은 젊은이를 불러들여 원하는 바가 뭔지 물었다.

"대우에서 철강 제품을 중국으로 수출하는데 우리 회사에 기회를 한 번 주세요."

당돌한 젊은이의 패기에 중국 회사 동사장은 곧바로 어려운 숙제를 던졌다. 50t짜리 인콰이어리(구매 의향서)를 주는데 한국 제품의 가격이 너무 비싸니 자신들이 원하는 수준에 맞춰 다시 오라는 것이었다.
(주)대우(현 대우인터내셔널) 직원들이 바이어와 수출 상담을 하고 있다.

(주)대우(현 대우인터내셔널) 직원들이 바이어와 수출 상담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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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흔한 핸드폰 하나 없던 시절 젊은이는 본사에 어떻게든 연락을 취해 "지금은 50t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몇만t을 따낼 수 있다"면서 상사를 설득해 당일 동사장 앞에 다시 나타났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대우는 1000만달러짜리 후판 주문을 받아냈다. 무데뽀 정신은 전설적인 일화로 남았다.

35년 전 젊은 상사맨의 추억을 불쑥 꺼낸 것은 어느덧 60대 중반이 된 그의 얼굴에서 여전히 그때의 그 근성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어느 자리에서든 자신감과 유머가 넘치며 주어진 일은 몇 배 이상의 퍼포먼스를 만들어낸다. 60대 중반 나이에 현업에서 뛰는 롱런의 비결이기도 할 터. 시간은 유한하고 사람은 나이를 먹기 마련이지만 어떻게 농익느냐는 변하지 않는 본연의 자세에 달린 것 같다.

아시아경제 산업부 김혜원 기자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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