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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칼럼] 먹방이 아니라 1인 미디어 규제가 본질

최종수정 2018.08.14 11:50 기사입력 2018.08.14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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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칼럼] 먹방이 아니라 1인 미디어 규제가 본질
방송에서 주류 광고는 제한을 받는다. 알콜성분 17도 이상 주류는 아예 방송광고 금지다. 맥주는 밤 10시가 넘어야 광고를 내보낼 수 있다. 저녁 드라마가 끝나면 일제히 맥주광고가 쏟아져 나오는 이유다. 조제분유나 조제우유도 금지 품목이며 피자ㆍ라면 등 고열량 저영양 식품도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TV에서 금지된다. 어린이들에게 쉽게 노출되는 시간이란 이유다.

이런 규제는 대체로 국민 건강을 목적으로 한다. TV 시청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학계에서 논란이 있지만, 국민 건강이나 어린이ㆍ청소년을 위해서만큼은 규제를 적용하는 나라가 많다. 그러니까 국민 건강을 목적으로 한 방송규제가 아주 별난 얘기는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국가 비만 관리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폭식 조장 미디어ㆍ광고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고 모니터링 체계도 구축할 계획이라고 했다. 여기서 말하는 '폭식 조장 미디어'는 이른바 '먹방'인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에 먹는 것까지 국가가 간섭하겠다는 거냐며 논란이 증폭됐다. 먹방과 폭식은 연관성이 없다는 주장부터 먹방 규제를 게임 셧다운제에 빗대어 차라리 외로움도 규제하라는 비아냥까지 나왔다.

먹방은 2008년 한 BJ가 먹는 모습을 보여주며 시청자와 대화를 주고받은 데서 시작됐다고 한다. 이후 인터넷 방송에서 유행하기 시작해 지금은 대표적 인기 장르로 자리잡았다. 인터넷 먹방은 기존 방송이 요리와 음식을 다루는 방식과는 다르다. 방송이 정보 전달에 집중한다면 인터넷 먹방은 '먹는 행위' 자체에 주목한다. '6시 내고향' 류의 건강한 재료, 소박한 음식, 정겨운 밥상이 아니다. 인터넷 먹방에는 주로 배달음식ㆍ인스턴트식품ㆍ냉동음식이 등장한다. 방송이 건강한 음식으로 힐링을 전해준다면 인터넷 먹방은 현실적인 위로가 되는 셈이다. 홀로 식사를 해야 하는 '1인 가구'의 불완전한 식생활에서 오는 정서적 허기까지 달래주는 것이다. 그러니까 인터넷에서 태어난 먹방은 처음부터 건강과 거리가 있다.

이번 사건의 본질이 먹방 규제에 있다고 보지 않는다. 오히려 1인 미디어 규제의 문제일 수 있다. 복지부는 인터넷 방송보다는 '국민건강'에 방점을 찍었을테지만, 방송만큼 엄격한 잣대를 인터넷 방송에도 적용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그동안 툭하면 1인 미디어를 방송에 준하여 규제하겠다고 나선 미디어 규제기관을 대신해 복지부가 온통 비난을 받은 셈이다.
음주 가이드라인이든 폭식 가이드라인이든 그것이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 민주주의 제도와 직결된 표현물도 아니고 국민 건강이나 어린이ㆍ청소년보호라는 공공복리를 위해서 일정 부분 제한될 수도 있다. 또 먹방이 상업성이나 마케팅과 아예 무관하다고 볼 수도 없는 실정이다.
이번 사건은 '국민 건강'에 주목한 복지부에게만 비난할 사안이 아니다. 그보다는 그동안 너무 무원칙으로 대응하거나 무리한 규제를 시도했던 규제기관에게 주목해야 할 사안이다. 인터넷 1인 미디어가 전통적 방송보다 더 대중적으로 인기를 끄는 상황에서 방송만 규제를 한다고 음주문화가 개선될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인터넷 매체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상황에서 어린이ㆍ청소년은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새로운 원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로 다른 미디어에 대한 내용 규제의 일관성과 차별성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그것은 복지부가 아니라 방송규제 담당 부처나 기관이 나서야 할 일이다.

윤성옥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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