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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文대통령의 변심 한 달

최종수정 2018.08.20 11:21 기사입력 2018.08.13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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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주 경제부장

조영주 경제부장


딱 한 달이 지났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9일 인도 노이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난 지 말이다. 그 사이 청와대와 정부에서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범정부 차원의 혁신성장본부가 출범했고, 이재웅 쏘카 대표가 민간본부장을 맡았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했다. 문 대통령은 인터넷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규제를 풀겠다고 선언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바꿨다는 말도 들린다. 문 대통령 지지자들 중에서는 "우리 이니(문 대통령의 애칭)가 변했다"며 달가워하지 않는 소리도 한다.

문 대통령이 변심은 날이 갈수록 암울해지는 고용 상황에서 비롯됐다. 그 전까지만 해도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리고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정책이 일자리의 양과 질을 모두 개선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갈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였다. 인구감소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고용쇼크가 계속되고 있다. 자동차, 조선, 철강 등 주력 산업은 구조조정에 여념이 없고, 서민들 삶의 근간이 됐던 자영업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 급기야 청와대 경제수석과 일자리수석이 한꺼번에 경질됐다.

그동안 가장 힘을 쏟았던 '소득주도성장'은 쏙 들어갔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임금과 근로시간을 결정하는 정책은 개방경제에서 성장의 동력이 될 수 없다. 시장실패를 보완하는 정책일 뿐이다. 분배정책이며, 저소득층과 근로자를 보호하는 수단이다. 이를 통해 성장의 주동력을 찾기는 힘들다. 더욱이 중국을 비롯한 경쟁국들과 존망을 걸고 다투는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주도적인 성장정책으로 적용하기 어렵다.

그 자리에 '혁신성장' 깃발이 강하게 펄럭인다. 혁신성장은 21세기 모든 나라, 모든 기업이 채택하고 있는 성장모델이다. 혁신을 하느냐 못하느냐에 국가와 기업의 흥망성쇄가 좌우된다. 지금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인류 역사 언제든 통용돼 온 명제이기도 하다. 4차산업 시대를 맞으면서 과감하게 혁신하지 못하면 곧 바로 쇠락의 길을 걷는 것이 현실이다. 세계 유수의 기업이 이런 말로를 맞는 모습을 우리는 매일 같이 목격한다.

혁신성장의 선두에 문 대통령이 섰다. 앞으로 규제개혁 과제 20~30개를 직접 혁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른바 문 대통령의 '붉은 깃발 뽑기'다. 붉은 깃발법은 1865~1896년 영국이 마차사업을 보호하기 위해 증기자동차의 최고속도를 제한하고, 마차가 붉은 깃발을 꽂고 달리면 자동차는 그 뒤를 따라가도록 한 법이다. 증기기관을 발명한 영국이 독일, 미국에 자동차산업의 주도권을 내준 대표적인 시대착오적 규제로 꼽힌다. 문 대통령은 "제때에 규제혁신을 이뤄야 다른 나라에 뒤처지지 않고 4차산업혁명 시대의 주역이 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전봇대 뽑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손톱 밑 가시 뽑기'는 한철 장사로 끝났다. 역대 대통령들은 집권 초기에 규제개혁에 매진하고 정부 시스템을 뜯어 고치겠다고 공언했지만, 집권 중반기에 접어들면서 흐지부지 됐다. 규제개혁을 위해서는 기득권층의 반발, 공무원들의 규제본능, 반기업 정서 등과 끊임 없이 싸워야 한다. 구시대적 이념논리, 진영논리도 넘어야 할 산이다.

우리 경제는 안으로든 밖으로든 엄청난 도전을 맞고 있다. 기업은 기업대로, 공무원들은 공무원대로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집권자의 책임이다. 이를 위해서는 때론 대선공약을 뒤집어야 한다. 반발하는 지지자들을 설득해야 한다. 대통령 지지율이 50%대로 떨어졌다고 불안해 할 필요도 없다. 경제가 나아지고 정부에 대한 신뢰가 깊어지면 지지율은 저절로 올라가기 때문이다.

조영주 경제부장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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