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주당 100시간은 일해야 한다는 100시간 노동론이 있다. 일이야말로 진짜 공부이고 이를 통해 성장한다는 극단적 주장이다. 일론 머스크의 100시간 노동이 유명하다. 구글 원년 멤버이자 야후 사장이었던 머리사 메이어는 초기 구글 때 심지어 주당 130시간 일했다고 한다. 이 같은 문화는 한국 스타트업계로 수입됐다. 한번 '대박' 터지면 산출량이 크다 보니 노동투입을 꺼리지 않는 초고생산성의 도박이 된다.
내 업무의 모습을 내가 정할 수 있는 재량권이 주어질 때 노동자는 강해진다. 재량은 그렇게 사람을 움직인다. 관료는 과로도 불사한다. 내 재량으로 세상을 움직이는 느낌을 알기 때문이다. 자유 재량의 최정점에 있는 교수는 '월화수목금금금'을 노래하며, 왜 자기 방의 연구원들이 열정이 없는지 의아해 한다. 이유는 하나, 재량권이 자기에게만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노동자에겐 재량권이 없다. 내가 일을 함으로써 세상을 바꾼다는 효능감을 찾기 힘들다. 이럴 때 우리는 조직과 절차의 부조리에 쉽게 침묵하는 굳어진 사회를 만든다. 우리 사회에서 재량권은 갑을병정 아래로 내려갈수록 옅어져 간다. 정작 규제가 필요한 곳은 피라미드 말단이지만, 기업당 인원 수가 적어 이번 법 적용에서도 미뤄졌다. 속칭 52시간 시대에 적극 대응하는 곳은 공기업이나 대기업 등 재량권이 많은 갑 기업이니 이 또한 아이러니다.
징벌적 규제는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푸는 일에 약하다. 오히려 구조를 왜곡할지 모른다. 근무시간 중 스터디를 한다거나 동료들과 수다를 떠는 화이트칼라의 건강한 생태를 형사처벌이 두려운 고용주는 이제 못마땅하게 볼 것이다.
일본 NEC와 다이킨공업은 모니터 위 카메라로 눈꺼풀의 움직임을 파악해 직원이 조는 경우 온도를 내리는 시스템 에어컨을 개발했다. 얼굴인식 인공지능(AI)이 도입됐다는데, 누군가 비슷한 기술로 실제 근무시간을 분 단위로 파악하고 싶어할지 모르겠다.
김국현 에디토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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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원 샤넬밤'도 품절대란…다이소 "다음 대박템...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