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는 고대로부터 우리 민족정서의 근간을 이루는 기본적 도덕이었다. 그러나 현대산업사회의 와중에서 전통적 효의 사상은 어느덧 옛말이 되었고 부모를 돌보지 않은 자식이 늘면서 노인빈곤의 한 원인이 되었다. 부모에 대한 부양의무가 ‘가족의 책임’이라는 인식은 1998년 89.9%에서 2012년 33.2%로 삼분의 일 토막이 난 반면, ‘사회의 책임’이라는 이해는 1998년 2%에서 2012년 52.9%로 25배 껑충 뛴 여론조사가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적어도 많은 나라에서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를 도덕의 영역에서 법의 영역으로 가져오는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미국은 다수의 주가 성인 자녀의 부모에 대한 부양의무를 정하고 있다. 유럽 국가들은 다소 상이한데,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들과 영국은 부모에 대한 부양의무를 국가의 책임으로 보는 반면, 대륙법계 국가인 독일과 프랑스는 자녀의 부모에 대한 부양의무를 민법에서 명시하고 있다. 아시아 국가들은 대부분 효 문화의 연장선상에서 성인 자녀의 노부모에 대한 부양의무를 인정한다. 심지어 싱가포르와 인도는 부모에 대한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형사처벌까지 한다. 우리나라는 민법이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간에는 서로 부양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여 자녀의 부모에 대한 부양의무의 법적 근거를 이룬다. 다만, 그 부양의무는 2차적인 생활부조의무에 불과하여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초고령사회를 대비하여 우리나라 법제를 어떻게 손질할 것인지에 대한 의견은 가히 백화제방이다. 예컨대, 효도계약을 체결하지 않더라도 자녀가 부모의 생전에 재산을 증여받은 뒤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부모의 반환청구권을 인정하자는 견해, 민법상 자녀의 부모에 대한 부양의무를 부모의 자녀에 대한 양육의무와 같은 1차적인 의무로 격상시켜야 한다는 견해, 자녀가 부모에 대한 부양의무를 불이행할 때에는 형사처벌을 받도록 하여야 한다는 견해 등이 제시된다. 이러한 주장들은 대부분 ‘당근’보다는 ‘채찍’에 비중을 두고 있다. 그러나, 효도라는 도덕가치 제고를 위해 자녀에게 처벌을 한다거나, 재산상 불이익을 주는 것이 타당한지는 의문이다. 그 대신, 자녀가 부모에게 효도를 하는 경우 세제상 지원을 확대하는 등의 경제적 유인을 제공하는 방안을 고려해 봄직하다. 현행 노부모를 모시고 살던 자녀가 부모 소유의 주택을 상속받으면 그 상속공제 한도를 상향하여 주는 제도나, 부모 동거봉양으로 인한 일시적 2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비과세를 확대하는 제도 외에 추가적 세제혜택의 검토할 필요가 있다. 작년 말 국회 문턱을 넘지는 못하였지만, 부모님을 요양시설이 아닌 자택에서 봉양하는 경우 의료비 세액공제 폭을 확대하고자 하였던 세법 개정안도 좋은 참고가 될 수 있다.
백제흠 김앤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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