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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칼럼] '국제시장'을 통해 본 어르신세대에 대한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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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상영된 영화 '국제시장'은 흥행과 함께 전 국민에게 큰 감동을 안겨줬다. 영화의 주인공 '덕수(황정민)'는 한국전쟁 당시 월남한 실향민으로 전쟁 중에 유년기를 어렵게 보내고, 이후 60년대 경제개발 시기에 독일 광부로 타국에서 고생하며 돈을 벌었고 심지어 베트남전까지 참전했다. 어려운 시기를 살아왔던 우리나라의 평범한 어르신들의 살아있는 모습 그 자체를 대변했기에 많은 사람들의 공감과 큰 반향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한국에서 노인 문제를 거론할 때 늘 나오는 주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와 비교한 '급격한 고령화, 경제적인 어려움, 건강악화' 등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노인들은 아프리카 저개발국가 수준일 때 태어나서, 폭풍과도 같은 개발의 시기를 온몸으로 겪었고, 그 과실을 조금 누릴만하니 노인이 된 분들이다. 한국이 1996년 OECD에 가입하고 경제적인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을 때 이미 지금 대부분의 노인들이 50대에 이른 시기였다. 즉, 우리나라의 노인들을 원래부터 잘 살던 미국, 유럽, 일본 등의 선진국과 그대로 비교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미다.
우리나라의 노인들은 어려운 유년기를 거치면서 발달과정에서 영양상태가 이들 국가와 달랐을 것이며, 보건의료 시스템의 보장과 건강관리도 차이가 있었을 것이다. 사회적으로도 노후대책을 할 수 있는 경제적 기반도 다르다.

2000년대 초반부터 고령화에 의한 사회적 영향에 대해 관심이 고조되면서, 노인실태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2017년 11월에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보고서가 발표됐다. 이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의 빈곤율이 48.6%(일본 19.4%, 미국 14.65%, 프랑스 5.4%)에 이르고, 독거 또는 노인 부부만 사는 비율이 벌써 72%이고, 현재까지 일을 하고 있는 노인이 30%가 넘었다. 노인 개인소득을 액수로 보자면, 연간 총소득이 1176만원인데, 이중에 공적 이전소득이 434만원으로 37%를 차지했다. 즉, 한국의 노인은 재산이나 사업소득이 비교적 적고, 이런 부분이 빈곤도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말한 한국노인의 특수한 역사적 상황을 고려한다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본다.

노인의 건강상태를 보여주는 지표로는 국민건강영양조사 사업이 이뤘졌는데, 우리나라 노인의 만성질환 유병률, 낙상, 우울증, 치매, 자살, 생활습관, 기능장애 정도 등을 조사했다. 65세 이상 노인 전체를 볼 때 평균 2.7개의 만성질환을 갖고 있었고, 특히 3가지 이상 질환이 있는 경우가 2008년 30.7%에서 2017년에는 51%로 증가해 건강이 좋지 않는 노인이 급증하고 있는 것을 보여줬다. 당연히 병원도 많이 다녀서 월평균 2.4회 병원을 다닌다고 조사됐고, 5명 중 한 명은 지난 1년 간 입원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3개월 이상 복용중인 약의 개수도 4.1개로 나타나서, 다약제 복용의 위험이 높았다. 건강 악화로 인해 일상생활기능에 장애가 나타난 경우도 8.7%로 나타났고, 이런 경우 누군가 도움을 줘야 하므로 수발에 대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최근 이슈가 있는 연명치료에 대해서도 매우 찬성하는 경우는 0.2%, 매우 반대 또는 반대하는 경우가 91.8%로 나타나서 대다수의 노인들은 무의미한 삶의 연장을 원치 않는 것으로 조사됐고, 이는 말기 환자에 대해 좀 더 적극적인 사회적 대책이 요구되는 것으로 보인다.

고령화는 사회 경제적 영향이 너무 커서 이에 대한 고려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특히 우리나라 노인들은 어려운 격변기를 거치며 살아온 특수성으로 인해 타 OECD 선진국과는 다른 면을 고려해야 한다. 단순히 부양의 의미가 아니라, 젊은 세대가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들어 오신 어르신 세대를 좀 더 이해하고, 보살피는 성숙한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이은주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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