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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공공'과 '공익', 누구를 위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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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신문에서 인천공항을 오가는 KTX의 운행이 중단된다는 기사를 접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KTX 운행 중단 계획을 제출했고 국토교통부에서 이를 승인할지 말지를 다음 달에 결정한다고 하는데,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대 목소리가 있다는 것이다.

얼핏 보고 지나갈 만한 기사였지만 문득 작년 여름 베이징으로 떠난 가족여행길이 떠올랐다. 썩 좋은 기억은 아니었던 것 같다. 전날 머문 호텔에서 공덕역이 가깝다고 해 공항철도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갈 셈이었다. 승강장에 서 있기를 10분. 꽤 오래 기다린 듯했는데 열차는 오지 않았다. 이상하다 싶어 역사 안에 붙은 시간표를 보니 대부분 6~7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것으로 보였는데 하필 내가 이용하려는 열차는 앞 열차와 간격이 20분이나 벌어져 있었다.
기다리는 사람으로 북적거리는 승강장을 보며 간격이 너무 긴 것 같다는 생각을 할 때쯤 열차가 도착했다. 열차는 공항까지 절반 즈음 다다른 계양역에서 또다시 5분 이상을 출발하지 않았다. 기다림의 이유가 방송으로 나왔다. KTX가 통과하길 기다린 것이다. '공항' 이용객을 위해 운행하는 '공항철도'라는 이름의 열차가 '공항'에 늦게 도착하다니, 참 아이러니했다.

코레일은 2014년 6월 부산이나 광주광역시 등 지방에서 인천공항까지 한 번에 갈 수 있도록 서울~인천공항 공항철도 구간에 KTX를 투입했다. 이로 인해 당시 공항철도는 61회, 다른 지역을 다니는 KTX도 10회 줄어들었다. 대다수 언론은 인천공항을 KTX로 간다는 사실에 주목했고 인천 지역 주민들은 반겼다. 실상은 출퇴근 때 이용하는 지하철이 운행 횟수가 줄어들고, 간격이 최대 20분으로 벌어졌지만 말이다.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을 준비하며 코레일은 지방에서 인천공항으로 가는 KTX를 인천공항~강릉 구간에 투입했다. 국가적 행사를 위한 조치였다. 이후 평창동계패럴림픽을 마치고 차량 정비로 운행을 잠정 중단하다 아예 운행 중지를 선언한 것이다.
이 시점에서 한번 생각해보자. 인천공항까지 KTX가 운행하지 않은 지난 몇 달간 국민은 공공성이 훼손될 정도로 불편했을까. 만일 그랬다면 여론이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인데. 어째 너무 조용하다. 때마침 부산이나 광주 등지에서 인천공항을 오가는 사람들을 위해 광명역 도심공항터미널을 개장하고 연계 리무진버스를 운행해서일까.

공항철도에 따르면 2018년 현재 AREX(공항철도) 일평균 이용객은 25만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개통 초기 1일 약 1만3000명에서 20배가량 증가한 셈이다. 애물단지가 인천 지역민의 발로 환골탈태한 것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지하철이 KTX가 운행을 중지한 지난 3월부터는 6~7분 간격으로 고르게 운행했다고 하니 지역에서는 그래서 성난 목소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인천 지역 언론에서는 인천공항 KTX 운행을 중지하는 것은 공공성과 공익성을 해치는 일이라고 한다. 한번 생각해볼 문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공공'의 사전적 의미는 국가나 사회 구성원에게 두루 관계되는 것을 말한다. '공익'은 사회 전체의 이익을 말한다. 인천 지역민의 출퇴근을 책임지는 지하철의 증편과 자리가 없어 서서 가야만 하는 노선에 KTX를 늘리는 것이 공공과 공익에 위배되는 것일까.

코레일과 공항철도에 따르면 오는 9월부터 공항철도 구간에 KTX가 운행을 중지하면 AREX를 증편할 수 있고, 평일에도 자리가 없을 정도로 이용객이 많은 KTX의 운행 횟수도 늘릴 수 있다고 한다. 누이 좋고 매부 좋고, 꿩 먹고 알 먹고 아닌가.

물론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 국토부는 공공성과 이용객 수요, 대체 교통수단 등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이미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최근 10년간 요즘처럼 공공이란 단어가 핫 이슈로 떠오른 시대에 인천공항 KTX 운행 중지로 국민이 불편하고 반대한다는 주장을 보며 진정한 '공익'을 위한 배려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이두석 대구경북과학원 융복합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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