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건강+돈+@"…가난한 노인 줄여 가난한 나라 막는 것이 목표
'TDF 알아서' 시리즈, 벌이·생애주기 맞춰 주식·채권 등 비율 조절
교육비·주거비 등 부담 가중…좋은 펀드 만드는 게 운용사의 사명
통일펀드 아직은 시기상조 판단…스튜어드십 코드 적극 이행할 때
[대담=전필수 자본시장부장, 정리=문채석 기자]'걱정거리=가난한 老人'. 약 5m 길이의 화이트보드에 빼곡히 새겨 넣은 연금펀드 메모 사이에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철학과 고민이 배어 있다. '행복=건강+돈+@'라며 고객의 노후를 걱정하는 운용사 사장. 연금 이야기에 눈을 부릅뜨며 "가난한 노인을 줄여 가난한 나라가 되는 것을 막는 게 운용업계의 사명"이라고 목소리 높이는 베테랑.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신탁운용 사무실에서 만난 조홍래 사장 이야기다.
한투운용의 4차산업혁명, 베트남 등 펀드의 성적도 좋은데 굳이 조 사장이 TDF를 미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사교육비와 주거비가 발목을 잡는 한국의 현실을 보면 연금의 소득대체율을 극적으로 높여주는 펀드 상품이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국민연금 실질 소득대체율은 24%에 불과하다. 소득대체율은 가입자의 3년 월급 대비 국민연금 수령액 비중을 뜻한다. 조 사장은 "꾸준히 소득을 늘릴 일자리도 부족하고 사교육비와 주거비에 발목을 잡혀 저축을 늘리기도 어려운 한국인의 현실을 고려하면 오랫동안 수익을 내는 펀드에 투자하는 길뿐이고, 좋은 펀드를 만드는 것이 자산운용사의 사명"이라고 말했다.
◆"통일펀드, 구체적인 실적 포인트 증명돼야 투자"=남북 외교 훈풍에 따라 경제협력 확대 가능성이 제기되자 다른 자산운용사들이 통일펀드를 개설하고 있지만 조 사장은 '시기상조'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펀드를 구성하는 한국주식 종목의 기초 체력(펀더멘털)이 탄탄하지 않고, 이익이 날 만한 산업군과 기업에 대한 판단을 뚜렷하게 세우기도 아직 어렵다는 까닭에서다. 한마디로 아직 남북경협주로 돈을 버는 단계는 아니라는 것이 조 사장의 시각이다. 그는 "예를 들어 1950년대에 한 외국인이 포천-구리 고속도로 설립에 자금을 쏟아부었다면, 후손들이 큰 이익을 봤을 순 있어도 그가 수혜를 입긴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튜어드십 코드 적극 이행할 때"=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지침을 뜻하는 '스튜어드십 코드'에 자산운용사가 적극 이행해야 할 타이밍이 지금이라고 조 사장은 진단했다. 펀드는 고객의 자금으로 실적을 늘릴 수 있을 만한 기업에 투자하는 일종의 '기구'인 만큼 주주의 고유 권한인 의결권 행사에 대한 전향적인 의견을 표현하는 것은 자산운용사의 자연스러운 도리라는 시각이다. 일각에서 지적하는 '연금 사회주의'론이 옳은지 섣불리 판단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부연했다. 조 사장은 "연금 사회주의라는 표현은 운용사가 지나치게 자문기구 의견에 휘둘리는 모습을 전제로 한 표현인데, 대부분 운용사들은 주주들의 제안이 적정한지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수준의 리서치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아직 국내 시장에서 행동주의(activism) 펀드 개설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투자한 기업 경영에 적극 개입해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검증 사례가 적은 만큼 투자자들이 크게 호응할 것으로 확신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처럼 다양한 투자 목적과 철학을 지닌 기관투자자들이 늘어나지 않는 이상 행동주의펀드를 공모형으로 내놓기 부담스러운 것은 물론, 사모 상품이 나와도 흥행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봤다.
대담=전필수 자본시장부장, 정리=문채석 기자, 사진=문호남 기자
전필수 기자 philsu@asiae.co.kr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문호남 기자 munon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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