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전이 들어선 신정원(Neuen Garten)은 숲이 우거지고 흙길에 민달팽이가 지천이다. 그래서 아들 부부가 동화 속의 정원에서 행복하기 바랐을 아버지의 사랑을 짐작한다. 그러나 한국인에게 이 궁전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다. 역사와 숙명으로 직결된다. 1945년 5월 8일 나치 독일이 항복하고 두 달이 지난 7월 17일부터 8월 2일까지 이곳에서 포츠담 회담이 열렸다. 그 결과물이 포츠담 선언이다. 일본의 항복을 요구하면서 한국의 독립을 확인하고 있다. 일본은 항복을 거부했지만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탄이 떨어지자 손을 들었다.
포츠담 선언은 카이로 선언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공짜가 어디 있으랴. 이때 미국과 소련이 38선을 남북으로 가르는 밀약을 했다고 한다. '포츠담 밀약설'이다. 그러니 포츠담 회담은 한반도의 분단과 동족상잔을 예고하고 있었던 것이다. 일본과 미국이 조선과 필리핀을 나눠 갖기로 한 가쓰라 태프트 밀약(1905)처럼 우리가 빠진 회담과 선언은 역사의 멍에가 되기 일쑤다.
정치는 언어의 노동이다. 고상한 언어를 말해도 근본을 탐욕에 두면 협잡일 수밖에 없다. 외교가 국제 정치의 양식이라면 이 또한 언어의 가두리를 벗어나지 못한다. 가두리 안에서 강-약, 중강-약, 약-약과 같은, 힘과 크기를 달리하는 자들이 마주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한다. 강-강의 언어는 결정하는 자들의 언어다. 그들은 주어(主語)를 사용한다. 재갈을 문 채 처분을 기다리는 자들의 언어는 주어가 아니다. 냉혹한 진실과 비극의 씨앗이 여기에 있다.
문화부 부국장 huhball@
꼭 봐야할 주요뉴스
'3000원 샤넬밤'도 품절대란…다이소 "다음 대박템...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