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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석의 몸으로 쓰는 이야기]디모테오

최종수정 2018.05.25 07:02 기사입력 2018.05.25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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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석 문화부 부국장

허진석 문화부 부국장

역사는 그의 고향을 루스드라(Lystra)라고 기록했다. 로마의 속주(屬州)였는데 지금은 자취가 남지 않아 추측만 할 뿐이다. 아나톨리아에 있는 코니아 근처의 산마을 길리스트라, 그 남쪽 하툰사라이에서 가까운 졸데라 언덕, 코니아 남동쪽에 있는 마을 일리스트라 중 한 곳으로 짐작한다. 서기 17년에 그리스인 아버지와 유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97년에 죽었다는데 생몰연대가 모두 분명하지 않다.

그럼에도 그의 이름은 존재가 뚜렷하니 바로 성경 속의 인물 디모테오다. 라틴어로 티모테우스(Timotheus)요, 영어로는 티머시(Timothy). 그 뜻은 '하느님을 공경하는 자'다. 기독교의 사도 바울로가 제1차 선교 여행(47~49년) 중에 루스드라에 들러 그의 어머니와 할머니를 귀의케 한다. 이때 문중에 떨어진 신앙이 싹을 틔워 그로 하여금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했다. 바울로가 그를 사랑하여 서기 50년에 두 번째 선교 여행을 할 때는 동행할 정도였다.

바울로는 디모테오에게 편지를 두 번 보낸다. 처음으로 감옥에 갇혔다가 풀려났을 때(63년)와 죽음(67년)을 앞뒀을 때다. 곧 '디모테오에게 보낸 편지'라고 하며, 기독교 신자들은 첫 번째 편지와 두 번째 편지로 나눠 신약성서의 일부로 봉독한다. 바울로는 편지에서 이단을 배격하고 교회의 성무를 집행하는 데 필요한 성직자들의 의무 및 전도자의 사명 등을 말한다. 본문에 '바울로가 디모테오에게 보낸다'고 돼 있으나 최근에는 바울로가 직접 쓰지 않았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바울로는 두 번째 편지의 4장이 끝날 무렵 디모테오에게 개인적인 부탁을 한다. '마르코를 데려오고 나의 외투와 책을 가져오되 겨울이 되기 전에 오라.' 마르코를 '내가 하는 일에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 했고, 책은 특히 양피지로 된 것을 잊지 말라 했다. 신학자들은 '외투'가 죽음을 각오한 그의 수의(壽衣)라고 본다. 서둘러 오라는 이유는 상황이 급하기도 하려니와, 한겨울 지중해의 날씨가 오디세우스의 신화를 사실로 느끼게 할 만큼 험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생의 마지막 순간에 바울로가 곁으로 부른 디모테오는 어떤 사람인가. 성경은 이렇게 설명한다. "소심하면서도 심성이 자애로웠다. 병약하고, 바울로가 마지막으로 잡힐 무렵엔 아직 젊었다." 바울로는 에페수스에서 선교에 힘쓴 그를 '사랑하는 아들' '충실한 모방자' '협력자' '절친한 친구'라고 했다. 소심하고 병약한 디모테오가 때로는 바울로와 더불어, 때로는 홀로 험지(險地)를 오가는 모습은 어딘가 처연하지 않은가.
천주교를 믿는 문재인 대통령의 세례명이 디모테오다. 정치인으로서 국민을 하느님으로 섬긴다면 세속의 이름으로도 손색없다. 그는 평화와 통일을 서원(誓願)했기에 험로를 마다치 않는다. 그러나 현실 속의 문재인은 디모테오가 아니라 모세다. 모세는 끝없이 불평하는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고 약속의 땅으로 가야 했다. 종살이하던 이 백성이 모두 모세의 '팬'은 아니었다. 그뿐인가. 오늘처럼 어둠이 발을 붙들면 걸음을 멈추고 신과 자신에게 길을 물었다. 번외편.


문화부 부국장 huhb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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