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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226년만에 유리천장 깨진 뉴욕증권거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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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별 뉴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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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 김은별 특파원] 미국은 '차별'에 민감한 나라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국가를 구성한 만큼, 특정한 인종이나 성에 대한 차별이 나타나면 사람들은 즉각 반응한다. 실제로 동의하지 않더라도, 고학력·고소득일수록 차별에 민감해야 '깨어 있는' 사람이라는 의식이 자리잡고 있다. 회사 내에서도 남녀 분리, 차별(sexual segregation and discrimination)은 심각한 이슈다. 지난해 미국 헐리우드 내 성차별을 고발하며 세계적으로 미투(#METOO) 운동을 미국에서 시작한 것도 이런 배경이 작용했다. 미국인들은 언제나 평등을 외칠 수 있다는 점, '노(No)'라고 말할 수 있다는 점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미국의 힘이라 여긴다.
이런 미국을 놀라게 한 전날 뉴스가 있다. 바로 뉴욕증권거래소(NYSE)가 226년만에 처음으로 여성 회장을 선임했다는 소식이다. 지난해 1월 나스닥에 이어 NYSE까지 비로소 모두 여성 회장을 갖게 됐다. CNN은 "황소상에 맞서는 소녀상이 월가에 세워지고, 월가에서도 미투 운동이 일어나면서 200여년만에 드디어 여성 회장이 선출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제 아무리 미국이라도 보수적이고 전통적인 산업 내에서는 아직도 유리천장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며 하루 동안 미 언론의 보도와 반응을 지켜봤다.

그러나 NYSE의 새로운 수장이 된 스테이시 커닝햄 대표에 대한 언론들의 보도방식을 보며 생각에 잠기게 됐다. 한국에서 여성 리더를 보도하는 방식과는 조금 달랐기 때문이다.
커닝햄이 여성 대표라는 사실에 주목한 것은 사실이다. 1994년 대학생 인턴으로 첫 발을 디뎠던 사실, 그리고 당시에 여성 화장실이 없어 공중전화를 개조한 사실 등이 보도됐다. 그러나 여성 리더들에 대한 한국의 인터뷰 기사에서 늘상 던져지는 질문, 즉 결혼은 했는지, 자녀를 출산했는지 등의 질문은 없었다. 커닝햄 대표의 자세한 커리어를 다룬 다른 기사에서도 그가 한 때 회사를 그만두고 요리학교를 다녔다는 사실까지 다뤘지만 사적인 내용은 빠졌다.

'결혼 대신 일과 공부를 선택', 'OO와 결혼한 여자', '엄마와 일자리 병행한 슈퍼우먼', 여성임원 인터뷰 옆에 꼭 붙는 하이힐과 치마정장 삽화…이런 것들이 너무 당연하게 없었다.

오히려 최초의 여성 수장으로서의 소감을 묻는 질문에는 조심스러움마저 느껴졌다. 첫 여성인데, 앞으로 어떻게 NYSE를 꾸려나갈 것이냐는 질문이 나오자 커닝햄은 "다를 것이 없다. 지금까지 226년간 뉴욕증권거래소가 해왔던 그대로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답했다. 성별이 다르지만, 업무적으로 다를 것은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 답변 이후 앵커의 질문은 IPO 유치사업, 수수료, 나스닥과의 경쟁, 블록체인 알고리즘 적용 등 CEO에게 물을 법한 질문으로 평범하게 진행됐다. 여성 대표를 내세우는 데 오래 걸린 것은 한국과 같지만, 면면을 들여다보면 여성에 대한 이해와 사회적 구조는 훨씬 탄탄함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최근 한국에서도 여성운동이 한창이다. 한국의 상황은 미국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그도 그럴것이 그동안 언급되지 않았던 내용들이 한 번에 봇물처럼 터져나왔기 때문이다. 대상과 양상도 제각각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격한 논쟁과 편가르기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일명 ‘과격주의자’로 일컬어지는 이들이 없다면 세상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월가에서도 황소상에 맞서는 두려움없는 소녀상, 임금 평등을 주장하는 운동이 일어났을 때 너무 예민하다, 민감하다는 반응이 나왔었다. 뉴욕증권거래소 대표에 여성이 오르기까지 200년이 걸렸는데, 우리는 압축적으로 미투운동을 하고 있다. 원래 진실은 불편한 법이다.






뉴욕 김은별 특파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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