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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생각하며] 기적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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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수(정산 鼎山) 인문학자.

김덕수(정산 鼎山) 인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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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삶에 지치고 힘들어 할 때 우리는 거개가 그 상황에서 도피하고 싶어 합니다. 그러면서 그 누군가에게 간절하게 기원하거나, 종교에 귀의해 소위 절대자에게 기도하며 기적을 바라게 됩니다. 그러나 그 같은 행위는 어찌 보면 일을 저질러 놓은 당사사가 스스로 그 결과를 책임지지 않고 그 상황에서 도망가는 것과 무엇이 다릅니까! 과연 그것이 참다운 삶의 자세일까요? 자업자득이며 결자해지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네 삶은 오늘의 나의 선택에 의해 미래가 결정됩니다. 그러나 우리 인간은 살아가면서 인연과 업보에서 또한 자유롭지 못합니다. 곧 삶이 얽히고설킨 것도 나로 인해 오는 과보(果報)요, 인생이 술술 잘 풀리는 것도 나로 인해 얻어지는 결과입니다.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는 그 자체로 놀라운 상황대처 능력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이 우주의 성품을 가장 온전히 받은 것이 인간입니다. 그것을 천연성(天然性)이라고 합니다. 그 천연성은 우리 인간의 마음 씀씀이로 인해 없어지기도 하며 우주의 성품과 합일(合一)하기도 합니다.
우리 인간은 매 순간순간 기적을 대하면서도 너무나 감각이 무뎌지고 호기심이 사라져 자각하지 못할 따름입니다. 우리가 기적이라고 믿는 특별한 일들은 실상은 가장 평범한 마음의 작용으로 가능한 일입니다. 단지 우리가 살아가면서 높고 낮은 수많은 세상의 파고에 우리의 마음이 찌들어 순수성을 잃어버려서 그렇습니다. 그러면 진실로 간절한 마음을 낼 수 없습니다. 우리가 진실로 간절하게 원하면 오욕칠정(五慾七情)에 물들어 오염되고 갈라진 마음들이 하나하나 정화되고 온전히 맑아집니다. 그러면 마음이 응결되어 정신이 우뚝 솟구치게 됩니다. 그것을 우리는 치성(致誠)이라 합니다. 그러니까 그 자리는 우리의 정신이 깨어 있고 깨어 있되 순일무잡(純一無雜)하여 잡념과 망상이 끊어진 경지를 이름 합니다. 이때는 육신은 잠을 자고 쉬나 정신은 깨어 있습니다. 이것을 불가(佛家)에서는 선(禪)의 경지라고 이릅니다. 유가(儒家)에서는 주경공부(做敬工夫)라고 합니다. 이 정도의 수행력을 이루게 되면 뇌경색이나 치매도 거뜬하게 치료할 수 있습니다. 정신일도 하사불성(精神一到 何事不成)이란 말이 있지 않습니까!

유가의 주경공부와 불가의 선공부는 표현이 다를 뿐 인간이 이 우주의 성품을 닮아가는 공부의 과정입니다. 예를 들어 화두를 참구하거나 절수행을 하거나 염불을 하거나 이것 아니면 죽는다는 간절함이 있으면 3개월로도 충분합니다. 유가의 주경공부나 불가의 선공부는 모든 종교를 초월하여 보편성을 갖고 있습니다. 자신의 종교에 불경스러움이 아닌 오히려 자신이 몸담은 종교에 도움 되는 신선한 활기를 불어넣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예를 들어 반야심경이나 성경 고린도전서를 외워서 한 글자 한 글자를 명확하게 암송하되 화두를 들듯이 간절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하면 마음이 하나로 응결됨을 누구나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로지 마음을 모으고 모으면 자면서도 공부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호흡이 깊어지고 유장해져 한 호흡이 1분이 넘어가고 2분이 넘어가면 시공간도 초월하는 경지를 경험합니다. 최소한 우리가 공부인이라면 이 정도 공부는 기본으로 실지로 해 보고 증험(證驗)해 보아야 합니다.
삶은 만만하지가 않습니다. 만만하지도 않을 뿐더러 공짜가 없습니다. 그런데 공짜라면 너도 나도 다투는 세상이 되어버렸습니다. 인간의 삶을 누구는 고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인생은 부단한 영혼의 단련과정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삶이 힘들고 고달플수록 정면으로 맞서서 그 시련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면 분명히 그것이 주는 강렬한 의미를 깨치고 우리의 영혼을 정화하는 장도(壯途)에 들어서지 않을까요?

김덕수 (정산ㆍ鼎山)인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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