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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초대석]"빅데이터 제한 풀어야 '맞춤치료·재정절감' 길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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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숙 국립암센터 원장의 4차 산업혁명시대 국민건강전략

-우리나라는 지금 '의료 갈라파고스'
-빅데이터, 의료 선진화와 밀접한 관계…데이터 많을수록 연구·치료 효과 커지고 건강보험 재정도 그만큼 건실해져
-癌연구-진료-정책 총망라 공공성 강화
-부속병원 증축, 민간 기피병상 중점 확충…한국형 완화의료 진료 모델 개발 목표
이은숙 국립암센터 원장이 지난달 26일 경기도 고양시 국립암센터 집무실에서 의료 빅데이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공익적 목적의 데이터 공유 등은 제한적으로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김현민 기자 kimhyun81@

이은숙 국립암센터 원장이 지난달 26일 경기도 고양시 국립암센터 집무실에서 의료 빅데이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공익적 목적의 데이터 공유 등은 제한적으로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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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 "의료 빅데이터를 잘 활용하면 환자 맞춤 치료와 건강보험 재정 절감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촘촘한 규제에 가로막혀 빅데이터를 활용할 기회를 좀처럼 갖지 못하고 있다." 이은숙 국립암센터 원장은 달변가다. 그런 그도 말이 길어졌다. 빅데이터 활용이 제한된 현실이 답답했던 모양이다. 이런 상황은 세계적인 흐름과도 배치된다. 한마디로 '의료 갈라파고스'다.
인터뷰 분위기는 초반부터 달아올랐다. 이 원장은 의료 빅데이터의 순기능을 조목조목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공익적 목적'으로 의료 빅데이터를 축적하고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의료 빅데이터는 '문재인 케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이 원장은 "빅데이터의 가장 큰 부분은 유전자 데이터"라며 "우리나라의 '특별한' 환경을 개선하고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를 정비해서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6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국립암센터 집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국립암센터는 의료 빅데이터 활용을 위한 공공데이터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의료 빅데이터 활용이 왜 중요한가.
▲의료 빅데이터 생산ㆍ공유ㆍ활용이 의료 선진화와 밀접하게 관련있기 때문이다. 국립암센터는 암 관리사업 및 연구를 위한 공공보건 의료 데이터를 구축하기 위해 플랫폼을 개발하고 암 관리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환자들의 데이터다. 데이터가 많을수록 연구와 치료 효과는 좋아진다. 구체적으로는 환자 맞춤 치료가 가능해진다. 효과없는 치료를 가려내므로 건강보험 재정도 건실해진다. 의료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중앙암등록본부의 암 통계처럼 병원별 유전자 검사 결과를 모으면 일부 암을 유발하는 유전자 변이, 부위 등의 통계를 낼 수 있다. 이는 곧 치료제 개발로 이어진다. 하지만 개인정보보호법 등이 가로막고 있다. 공익적 목적의 데이터 공유, 제3자 제공과 같은 부분은 엄격하게 제한된 상황에서 의료 빅데이터를 허용해야 한다.

-의료현장에서 인공지능(AI)을 도입하면서 진단의 정확도, 마케팅 논란 등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이 뒤엉키기 시작했다. AI 도입에 대한 견해는.
▲유전체 분석 면에서 AI가 인간보다 낫다고 본다. 데이터가 복잡해지고 많을수록 AI가 유리하다. 물론 과대포장된 측면도 있다. IBM의 왓슨포온콜로지 도입 초창기 때 이를 도입한 병원에 가서 봤는데 환자 정보와 조직검사 결과를 넣으면 어떤 치료가 좋겠다, 재발 방지가 어느 정도 가능하다는 식의 값이 나오더라. 사실은 이미 우리가 해오던 방식(다학제 진료)이었다. 또 하나 고려해야 할 것은 AI가 무엇을 최우선 가치로 판단하느냐다. AI가 '치료 효과'를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다면, 치료 효과가 오차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조건에서 건보 재정을 고려해 어떤 방식이든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사라지게 된다. AI가 '비용 대 효과'를 간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는 '문재인 케어'가 화두다. 비급여를 급여화하는 과정에서 암센터의 연구도 도움이 될 것 같은데.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은 비급여 항목의 경우 치료 효과성을 입증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환자들은 치료가 당장 필요한데 이 공백을 메우기가 쉽지 않다. 급여화되려면 근거가 있어야 한다. 암센터는 연구를 통해 진료 정책의 근거를 제공하려고 노력한다. 병원 입장에서는 개인의 생명연장이 중요하지만 정책 담당자들은 재정을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절충선을 찾아야 하는데 오랜 기간 축적된 데이터를 가지고 의료 연구자가 답을 줘야 한다.

(국립암센터는 국내 유일의 암 연구ㆍ진료ㆍ정책 입안ㆍ교육을 총망라하는 암 전문기관이다. 암 연구를 수행하는 연구소, 진료를 주 기능으로 하는 부속병원, 국가암관리사업의 정책을 입안하고 수행하는 국가암관리사업본부, 암 연구 및 관리 분야의 국제 인재를 양성하는 국제암대학원대학교 등 4개 기관으로 구성돼 있다. 최근에는 해외 지원 사업도 강화하고 있다. 2014년 국제암대학원대학교를 설립해 저개발국가 인력들을 키우고 이들이 자국으로 돌아가 의료산업의 주축이 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한국판 미네소타 프로젝트'다. )

-국립암센터의 숙원사업이던 부속병원 증축 공사가 지난달 23일 첫삽을 떴다. 시설 개선이나 증축 필요성은 예전부터 제기됐고 착공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는데.
▲시대적 상황이 그랬다. 2001년 개원하고 2005~2006년 호스피스병동 논의가 나왔다가 사라졌다. 호스피스병동을 운영하는 것에 대한 내부 반대가 있었다. 암병원이라 임종을 맞이하는 환자가 많은데 호스피스병동까지 있으면 치료 등 선단계가 약해질 수 있다는 의견이었다. 호스피스 수가도 없었던 때다. 너무 일렀던 셈이다. 이후 다시 호스피스병원 계획을 세웠는데 규모가 너무 커서 원점에서 재검토했고, 다시 계획을 세우고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쳐 전임 6대 원장 때 비로소 증축이 확정했다. 부속병원 증축은 전임 원장들의 공이고 내 임무는 그 내용을 잘 채우는 것이다. 2020년 완공을 목표로 한다.

-부속병원 증축이 단순히 외양만 키우는 것이 아니라 공공성 강화로 이어진다. 최근 암 연구-진료-정책의 터미널 역할을 하겠다고 하는 것도 공공성 강화 아닌가.
▲부속병원 증축은 한국형 완화의료 진료 모델을 개발하기 위한 독립된 호스피스 병동, 소아암 병동 등 민간에서 기피하는 공익적 목적의 병상을 중점적으로 확충하기 위한 전략이다. 호스피스 26병상, 소아암 40병상 등 161병상이 들어간다. 여성암ㆍ소아암 외래도 신설한다. 암센터가 호스피스를 비롯해 소아암, 희귀난치암, 여성암의 예방부터 임종까지 책임지겠다는 의미다. 공공보건의료기관의 책임과 본분을 다하고 치료를 뛰어넘어 암 환자와 가족의 삶의 질 향상 등 사회적 가치를 구현해나가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본다. 특히 중앙호스피스센터로서 근거 기반의 정책을 제안하고 한국형 완화의료 제공체계 모델을 개발할 계획이다.
지난해 11월 취임 당시 제시한 7개 핵심과제 중 하나인 '암 연구-진료-정책이 효과적으로 이어지는 터미널 구축'도 같은 맥락이다. 일례로 항암치료 효과 평가와 급여기준의 지침을 마련하려면 연구를 통해 개발된 새 치료법이 신속히 임상에 적용돼야 하는데 부속병원이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임상 결과가 암 빅데이터센터에 저장ㆍ분석되고 정책과 연계되면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근거와 기준이 만들어진다. 환자는 부작용은 최소화하고 최대의 효과를 내는 치료를 받고 국가는 적정진료로 재정을 절감할 수 있다. 이런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암센터의 역할이다.

-암 유병자 160만명 시대다. 암 관리 정책도 조기 발견, 보장성 강화에서 암 생존자 등 유병자 관리까지 아울러야 한다. 이들의 사회 복귀 단계에서 국립암센터의 역할에 대해 관심이 많은데.
▲생존자는 암 진단과 치료 후 재발이나 전이 외에도 암(치료)으로 인해 다양한 합병증에 노출된다. 현재 암 생존자에 대한 국가적 지원 차원에서 '암생존자통합지지센터 시범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대상자는 암 진단 후 완치를 목적으로 초기 치료를 마친 암 환자를 대상으로 맞춤형 통합지지서비스를 제공한다. 간호사ㆍ사회복지사 등 전문가가 집단교육, 상담을 통해 영양식사 관리, 정서 지지, 운동 재활, 검진질환, 사회복지 관리를 돕고 있다.

-국립암센터에도 지난달 노동조합이 생겼다. 노동강도,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등이 문제로 지적되는데 인력 확충, 처우 개선 계획이 있나.
▲2일 노조와 상견례를 한다. 노조는 상생의 파트너로, 노사가 방향성이 같아서 큰 갈등이 없을 것으로 본다. 17년 동안 쌓인 문제라 한번에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대화를 통해 개선해나가겠다.

-암도 시대에 따라 모습을 달리하고 있다. 2016년 기준 암 사망률 1위는 폐암이었지만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위암이었다. 암 관리도 바뀌어하지 않나.
▲예방 가능한 암과 그렇지 않은 암으로 나뉜다. B형 간염, 자궁경부암, 암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등은 예방주사로 예방할 수 있다. 폐암도 흡연이 큰 원인 중 하나인 만큼 정부의 금연정책으로 예방이 가능하다. 그러나 유방암, 췌장암 등은 어렵다. 유방암을 예방하려면 일찍 결혼하고 아이를 많이 낳고 술을 마시지 않으며 수유를 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렵다. 유방암 환자는 1995년 3000명 수준이었지만 지난해에는 2만명이나 된다. 앞으로 집중해야 할 암은 난치암이다. 난치암은 연구와 치료 업그레이드가 동반돼야 한다.

인터뷰= 이정일 4차산업부장
정리= 박혜정 기자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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