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상속세는 일제 강점기인 1934년 ‘조선 상속세령’을 시행하면서 도입되었다. 1950년 ‘상속세법’이 제정?공포되었고 이후 변화된 경제ㆍ사회적 환경을 반영하여 1996년 ‘상속세 및 증여세법’으로 전면개정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상속세제를 떠받치고 있는 두 가지의 대들보는 ‘원활한 세수의 확보’와 ‘부의 집중 억제’라는 이념이다. 상속세수는 2015년 기준 약 2조 원이고, 사전상속인 증여세수를 합하면 약 5조원 정도로 전체 국세청 세수인 약 217조 원의 2.3%를 차지한다. 비중 자체는 크지 않지만 상속세는 징수비용이 적게 들고 안정적 세수확보가 가능하며 납세자의 조세순응도도 높은 편이다.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부의 집중을 완화하고 경제적 균등을 도모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시장의 소득분배 실패를 보완하는 일종의 균형추 역할을 하는 셈이다.
상속재산은 상속 당시 시가에 의해 평가하도록 되어 있다. 시가란 불특정 다수인 사이의 통상 성립되는 거래가격을 말한다. 상속개시일 전?후 6개월 이내 기간 중의 당해 재산이나 유사재산에 대한 매매사례가액, 감정가액 등을 시가로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그러한 시가를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때에는 자산별로 법정되어 있는 ‘보충적 평가방법’을 사용하여 평가가 이루어진다. 정부가 고시한 가액이 있는 부동산이나 실제 거래가격이 있는 상장주식은 큰 문제가 없으나, 이러한 가액이 없는 비상장주식은 기업의 순자산가치와 순손익가치를 가중평균하여 보충적평가액을 산정하게 된다. 그 결과 비상장주식의 보충적평가액은 개별기업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심하게 왜곡되는 경우가 많다. 국내의 실증분석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비상장주식의 보충적 평가방법은 상속세에 국한되지 않고 가치평가가 수반되는 소득세, 법인세 등에도 준용된다. 예를 들면 제3자로부터 비상장주식을 매수한 경우 그 거래가액이 보충적평가액보다 30% 이상 높다면 그 차액이 기부금 의제되어 법인세가 과세될 수 있다. 반면, 세법 외의 분야에서는 그 보충적 평가액이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하기도 한다. 비상장주식을 보충적 평가액으로 매매하였더라도 시가로 인정되지 못해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이나 형사상 배임죄의 책임을 부담하는 사례도 있다. 보충적평가액을 따라도 문제, 무시해도 문제가 되는 진퇴양난의 형국이다.
상속세는 인류와 오랜 역사를 두고 동고동락해 온 사이이다. 상속세제는 국가세수의 하나의 축으로서 시장경제체제의 단점을 보완하는 효과적인 제도로 기능해 왔다. 이제는 더 나아가 상속재산평가상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시가에 부합하는 평가방법을 진지하게 모색할 필요가 있다. 상속세만의 문제가 아니라 유관 법률분야에도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주마가편의 노력이 절실하다. 세법 학계, 유관 부처 및 국회의 다양한 의견을 종합하여 더 나은 대안을 찾을 수 있는 지금이 골든타임이다.
백제흠 김앤장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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