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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생각하며] 반려동물과 함께 살기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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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수(정산 鼎山) 인문학자.

김덕수(정산 鼎山) 인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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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유사 이래 여러 가지 목적으로 야생동물을 길들여 함께 살아왔다. 우리 한민족과 정서적으로 가장 친근한 짐승을 꼽으라면 단연 소가 아닐까 싶다. 전통적 농경사회에서 소는 논밭을 갈고 거름을 생산하고 가끔은 양질의 단백질 공급원으로서 정말 귀중한 가족 같은 존재였다. 그런데 어느 날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전환하며 서양 특히 미국의 문화가 무분별하게 침투하고 만연하더니 특이하지만 한편으론 심각한 풍속이 우리사회에 대대적으로 유행하고 있다. 아파트라는 독특한 주거환경에서 사람과 개가 공존하는 현상이다. 물론 우리들도 오랜 세월동안 개를 집에서 기르며 함께 살아왔다. 그러나 개방된 한옥구조 속에서 사람과 개는 반드시 분리된 공간에서 살아왔다. 반면 서양은 침실까지 신발을 신고 들어가는 문화적 차이와 로물루스와 레무스가 늑대에게 길러진 전설에 기인해서인지 같은 공간에서 살아왔다. 문화적 차이가 엄연하다.

우리 조상들이 “사람과 개가 같은 공간에 살면 안 된다”고 한 건 무엇 때문이었을까. 개는 사람보다 평균체온이 약 2℃ 정도 높다. 그래서 영화 40~50℃ 되는 강추위도 잘 견디는 아주 강인한 동물이다. 그러나 이렇게 강인한 개들을 실내로 들여와 살게 하면 서서히 개의 평균 체온이 내려가다 사람의 평균 체온과 엇비슷하게 되는 순간이 도래한다. 그렇게 되면 개에만 걸리는 질병이 인간에게 옮아올 수 있다. 약 30년에서 50년의 시간이 경과되면 큰 재앙이 될 수 있다. 개를 키우면서 조금만 세심하게 관찰하면 개는 태생적으로 아무리 정기적으로 약물을 투여하고 주사를 놓아도 조금 지나면 기생충이 몸속에서 생겨 항문을 통해 끊임없이 밖으로 기어 나온다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다. 아주 작아서 여간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수의사들은 누구보다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돈벌이에 눈이 멀어 쉬쉬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 기생충이 인간의 몸속에 유입되어 뇌 속에 침투하면 정말 심각한 상황이 될 수 있다. 두 번째 문제는 개들의 털갈이에 있다. 개는 겨울 추위와 여름 더위를 이겨내기 위해 봄과 가을에 두 번의 털갈이를 한다. 개를 집에서 키워보면 잘 알겠지만 엄청나게 빠지는 털도 문제지만 겨울의 추위를 대비해 나는 추호(秋毫)는 워낙 가늘고 미세해 공기 중에 날아다닌다. 공기 중에 날아다니다 인간의 폐 속으로 들어가면 몸에 축적되어 폐의 기능을 서서히 약화시킨다.
중국 사람들은 지금도 다양한 가금류들과 한 지붕 밑에서 살아간다. 그러나 짐승들을 사람들이 자는 방까지는 들이지 않는다. 집 가(家) 자는 지붕 밑에 돼지가 있는 모습이다. 사람들은 2층에 기거하고 아래층은 짐승들이 살아가는 구조다. 우리 민족은 특히나 사람이 기거하는 공간과 가금류가 살아가는 공간은 반드시 구별을 해서 살아왔다.

인류의 문명과 더불어 교통수단의 비약적 발전으로 요즘은 지구촌 시대라고 부른다. 그러나 외국 문물의 무분별한 따라 하기와 유행은 심각한 후유증과 대가를 요구한다. 우리 민족의 대가족제도의 전통과 정감 넘치는 공동체 문화가 급격한 산업화 도시화의 홍역을 치르면서 점점 사라져 가는 대신 그 소외감을 반려견이니 반려동물이라는 궁색한 조어법까지 동원해 가며 채워보려 한다. 과연 이것이 앞으로 우리가, 그리고 다음 세대가 살아가야 할 미래의 가정 모습이라면 깊은 성찰과 문명적 반성이 필요하지 않을까. 사람과 사람들이 서로 부대끼며 살아가지 못하는데 어떻게 짐승과의 온전한 유대가 가능할까.

외부 세계와 단절된 오지도 아닌 수많은 사람이 살아가는 도시 속에서 이웃 그리고 남편이나 가족 친척들과는 어울리지 못하고 애완동물과만 정을 나누고 유대감을 쌓아야 하는 사람들. 우리 모두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다.
현시대 지구에서 인간이 다른 생명체보다 우월한 지위에 있다고 해서 다른 생명체들에게 지나치게 오만하고 무례한 행태들을 서슴지 않고 저지르는 시대다. 동물들을 상대로 잔악무도한 온갖 시험들은 물론 단백질을 얻기 위해 짐승들에게 하는 무자비한 행위들(처참하리만큼 열악한 사육환경, 인공교배로 그들의 사랑의 권리까지 박탈, 무분별한 교배실험, 지나친 약물투여, 초식동물에게 육식강요 등)은 오래전에 이미 자연의 질서를 교란시켰다. 인간들의 무지와 오만함의 결과다. 그 수많은 업보가 재앙으로 인류에게 되돌아 올 날이 머지않았음을 실감할 수 있다. 그리고 지구상의 온갖 생태계파괴의 주범들이 멸종으로 몰아간 수많은 종들을 다시 생태계를 복원한다고 난리들이다. 인간이 참다운 인간성을 회복하면 인류나 이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만물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다. 그들을 인간의 욕심으로 속박하고 억압하는 것이 아닌 그들의 타고난 성정(性情)대로 자유롭게 살아가도록 하는 그들만의 삶 말이다. 인간이 영성을 가진 존재라는 사실이 부끄러워지는 시절이다.

김덕수(정산 鼎山) 인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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