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조상들이 “사람과 개가 같은 공간에 살면 안 된다”고 한 건 무엇 때문이었을까. 개는 사람보다 평균체온이 약 2℃ 정도 높다. 그래서 영화 40~50℃ 되는 강추위도 잘 견디는 아주 강인한 동물이다. 그러나 이렇게 강인한 개들을 실내로 들여와 살게 하면 서서히 개의 평균 체온이 내려가다 사람의 평균 체온과 엇비슷하게 되는 순간이 도래한다. 그렇게 되면 개에만 걸리는 질병이 인간에게 옮아올 수 있다. 약 30년에서 50년의 시간이 경과되면 큰 재앙이 될 수 있다. 개를 키우면서 조금만 세심하게 관찰하면 개는 태생적으로 아무리 정기적으로 약물을 투여하고 주사를 놓아도 조금 지나면 기생충이 몸속에서 생겨 항문을 통해 끊임없이 밖으로 기어 나온다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다. 아주 작아서 여간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수의사들은 누구보다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돈벌이에 눈이 멀어 쉬쉬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 기생충이 인간의 몸속에 유입되어 뇌 속에 침투하면 정말 심각한 상황이 될 수 있다. 두 번째 문제는 개들의 털갈이에 있다. 개는 겨울 추위와 여름 더위를 이겨내기 위해 봄과 가을에 두 번의 털갈이를 한다. 개를 집에서 키워보면 잘 알겠지만 엄청나게 빠지는 털도 문제지만 겨울의 추위를 대비해 나는 추호(秋毫)는 워낙 가늘고 미세해 공기 중에 날아다닌다. 공기 중에 날아다니다 인간의 폐 속으로 들어가면 몸에 축적되어 폐의 기능을 서서히 약화시킨다.
인류의 문명과 더불어 교통수단의 비약적 발전으로 요즘은 지구촌 시대라고 부른다. 그러나 외국 문물의 무분별한 따라 하기와 유행은 심각한 후유증과 대가를 요구한다. 우리 민족의 대가족제도의 전통과 정감 넘치는 공동체 문화가 급격한 산업화 도시화의 홍역을 치르면서 점점 사라져 가는 대신 그 소외감을 반려견이니 반려동물이라는 궁색한 조어법까지 동원해 가며 채워보려 한다. 과연 이것이 앞으로 우리가, 그리고 다음 세대가 살아가야 할 미래의 가정 모습이라면 깊은 성찰과 문명적 반성이 필요하지 않을까. 사람과 사람들이 서로 부대끼며 살아가지 못하는데 어떻게 짐승과의 온전한 유대가 가능할까.
외부 세계와 단절된 오지도 아닌 수많은 사람이 살아가는 도시 속에서 이웃 그리고 남편이나 가족 친척들과는 어울리지 못하고 애완동물과만 정을 나누고 유대감을 쌓아야 하는 사람들. 우리 모두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다.
김덕수(정산 鼎山) 인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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