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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이야기]보유세와 부유세

최종수정 2018.01.04 10:50 기사입력 2018.01.04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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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남 강남대 경제세무학과 교수

안창남 강남대 경제세무학과 교수

정부가 부동산 보유세 강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잇따른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의 집값이 진정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이들 지역의 부동산 시장은 수요가 많고 공급이 적으니 가격이 폭등한다.

부동산 세제는 무엇보다도 부동산을 불필요하게 보유하는 것은 사전에 억제하되, 정작 부동산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적기에 공급되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적기에 공급되려면 거래세(양도소득세) 부담을 줄여야 한다. 반면, 부동산 보유 그 자체를 과세물건으로 하여 매년 보유세를 부과한다면 불필요한 부동산 취득을 억제할 수 있다고 본다(팔릴 때 까지 과세하므로 부동산 투기꾼의 금전부담이 상당할 것이다). 이런 점에 비추어 보면 보유세(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강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어쨌든, 보유세를 인상할 경우 조세저항과 마찰이 예상되므로 몇 가지는 유념할 필요가 있다.

첫째, 보유세 인상 대상을 부동산 투기자로 한정할 필요가 있다. 현행 1세대 1주택 보유자나 일시적인 1세대 2주택 보유자는 재산세를 납부하고 있고 또한 일정 금액 이상의 부동산은 종합부동산세를 부담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일반 서민이거나 중산층에 속한다. 인간의 거주에 필수적인 1주택에 대한 과중한 세금은 자칫 헌법에서 보장하는 재산권 보장 규정과 충돌할 수 있다. 그런데 3주택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면 사회 통념상 이는 투기 목적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이들은 시세차익을 얻을 목적으로 다량의 주택을 매입하거나 또는 주택의 매매가격과 전세금 간 차액이 적은 집을 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갭 투자(gap 投資)일 가능성이 높다. 이들에게는 보유세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는 조세공평 부담의 원칙에도 부합한다. 물론 이들이 해당 부동산을 주택임대업에 사용하고 있다면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종합부동산세법 제8조). 그 대신 임대소득에 대해 소득세를 부담하게 하여야 한다.

둘째, 부동산 거래세인 양도소득세는 조정이 필요하다. 양도소득세 부담 때문에 부동산 처분을 미루는 봉쇄효과(lock-in effect)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양도소득은 평생 몇 번 발생하지 않는 일시적ㆍ우발적 소득이다(투기꾼은 제외하고). 이를 계속적ㆍ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소득과 세율을 같이 하거나 더 높이는 것은 형평의 차원에서도 문제가 있다. 따라서 부동산이 필요한 사람에게 제때 공급하기 위해서라면 거래세 비중을 낮추거나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부유세(富裕稅)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부유세란 어느 납세자의 총자산이 아닌 순자산을 과세 대상으로 삼는 것이다. 예를 들면, 시가 50억원의 집이 있는데 40억원을 대출받았다고 하자. 이 경우 순재산(net asset)은 10억원인데 현행 보유세의 과세표준 금액은 50억원이다. 빌린 돈 40억원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와 달리 부유세는 10억원에 대해서만 과세하므로 보유세보다 합리적이다. 그러나 부유세는 부동산뿐만 아니라 주식이나 채권, 예금 등 동산도 과세 대상에 포함한다. 부자들은 재산을 한 바구니에 담지 않는다. 따라서 납세자의 재산 전체가 부유세 과세 대상이 된다. 프랑스의 부유세(Imp?t de solidarit? sur la fortune)가 바로 이런 과세 형태다.
세금은 죽음처럼 피할 수는 없지만, 인간은 세금을 설계할 수는 있다. 우리도 시행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보유세 내는 게 억울하다고? 그러나 이 세상에는 보유세를 한번이라도 내고 싶어 하는 사람도 많다.

안창남 교수 (강남대학교 경제세무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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