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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TA글로벌리포트]한국축구와 한국산업 경쟁력, 그 닮은꼴

최종수정 2017.11.17 10:32 기사입력 2017.11.17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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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욱태 한국무역협회 상하이지부장

서욱태 한국무역협회 상하이지부장

지난 3월 중국 후난성 창사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한중(韓中)전. 중국 현지에서 이 경기를 지켜보던 교민들의 심정은 다른 예선전 때와는 사뭇 달랐다.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잇따른 보복조치로 한중관계가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던 때였기 때문이다. 교민들은 한마음으로 이 경기에서 한국이 중국을 통쾌하게 격파해 주길 기대했다. 사드 보복조치로 상처받은 마음을 축구를 통해서나마 조금이라도 위로받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1대 0으로 패배. 공한증(恐韓症)을 완전히 떨쳐낸 중국 관중들은 월드컵 우승이라도 한 것처럼 열광했고 우리 교민들은 깊은 좌절에 빠져 말을 잃었다. 그러나 한국축구의 몰락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발표한 10월 랭킹에서 한국은 전월에 비해 무려 11계단이나 하락한 62위를 기록했다. 러시아 월드컵 진출국 가운데 꼴찌 수준이다. 더 충격적인 것은 우리가 그토록 만만하게 본 중국(57위)에도 뒤처졌다는 사실이다. 본선 진출국이 32개국인데 피파랭킹 62위인 한국이 본선에 진출한 것은 천운(?)이 따랐다고 밖에 달리 할 말이 없다.

한때 아시아의 맹주로 군림했던 한국축구가 왜 이렇게 나락으로 떨어졌을까. 축구 전문가들은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지만 필자가 보기에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개별 선수들의 실력 저하가 아닌가 한다. 실력이 떨어지다 보니 공수전환이 느릴 수밖에 없고 골 결정력이 생길 수가 없으며 1:1 돌파가 불가능해 결국 승리와는 멀어진다. 실력 저하의 배경에는 현실안주가 자리 잡고 있다. 손쉽게 큰돈을 벌 수 있는 중국리그 진출도 한 몫을 하고 있다. 헝그리 정신이 없어지면서 경쟁력이 떨어진 탓이다.

이제 한국의 산업으로 눈을 돌려보자. 축구와 별반 다르지 않다. 대부분의 산업이 중국에 이미 추월당했거나 추월당하기 직전에 있는 게 현실이다. 중국의 사드 보복조치로 우리 산업이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것은 사실이지만 모든 것을 사드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여기에서도 현실 안주를 빼놓을 수 없다. 조선,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등 중후장대(重厚長大) 산업이 사실상 지난 수십 년간 우리나라를 먹여 살려왔는데 문제는 중국이 우리를 맹렬히 추격해 오는 동안 우리가 격차를 더 벌리기는커녕 유지하지도 못했다는 것이다.

일본이 한국에 핵심 소재 부품을 수출하고 한국이 그것으로 중간재를 만들어 중국으로 수출하면 중국은 완제품을 만들어 세계로 수출하는 이른바 동북아 분업구조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안이하게 판단한 탓이다. 중국이 민간기업들을 중심으로 역량을 강화해 중간재를 국산화하고 막대한 자금을 투입, 중후장대 산업을 육성하면서 동북아 분업구조가 깨지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한국은 신(新)중국과 일본에 낀 신(新)샌드위치 신세가 돼 버렸다.
정부 정책을 보자면, 중국이 새로운 산업분야에 대해 초창기에는 거의 규제를 하지 않고 지켜보다가 일정 시점이 지난 이후에 최소한의 규제를 가하는 방식으로 신산업의 성장을 지원하는데 비해 한국은 정부의 규제 때문에 새롭게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축구협회의 행정난맥상을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중국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적인 탁구 강국이다. 중국 탁구의 강점은 많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태도라고 생각한다. 수많은 선수들이 오늘도 경기력 향상을 위해 땀을 흘리고 있다. 중국은 국제탁구연맹(ITTF) 10월 랭킹에서 남녀단식, 남녀복식 모두 세계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서욱태 한국무역협회 상해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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