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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말의습격]깨소금엔 소금이 들어있을까

최종수정 2017.05.20 15:13 기사입력 2017.05.20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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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소금이란 말에는 왜 소금이 들어있을까요. 깨소금에도 진짜 소금이 들어있을까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1982년 개봉된 영화 '깨소금과 옥떨메'(김응천 감독)의 영어 제목은 The Sesame Salt and the Ugly라고 되어 있습니다. 깨소금을 우리말 그대로 풀어 Sesame Salt라고 했습니다. 이 낱말대로라면 소금이라는 뜻이 강해집니다.

네이버 국어사전에는 이렇게 나와 있습니다.

깨소금 : [명사] 볶은 참깨를 빻은 것. 또는 여기에 소금을 약간 넣은 양념. 고소한 맛과 냄새가 난다.

원래 이 사전에는 '볶은 참깨에 소금을 치고 빻아 만든 양념'이라고 되어 있었는데, 언젠가부터 이렇게 바뀌었죠. 깨소금엔 소금이 들어있다는 뜻만을 담았다가, 최근 들어 그냥 볶은 참깨를 빻은 것과 소금을 넣은 것을 모두 깨소금이라 할 수 있다고 개념을 넓힌 것입니다. 볶은 참깨를 빻은 것을 앞세운 것을 보면, 그것이 깨소금의 '현실적 정의(定義)'에 걸맞다고 본 것 같습니다.

[낱말의습격]깨소금엔 소금이 들어있을까
신혼살림을 말할 때 관용적으로 쓰는 '깨소금'이란 표현은, 고소하다는 뜻일 겁니다. 깨를 볶은 것도 고소하지만 그것을 빻으면서 더욱 고소해지기에 '극강의 고소함'을 말하는 비유일 것입니다. 남이 당하는 괴로움이나 번거로움 같은 것이 오히려 통쾌함을 줄 때도 이런 표현을 씁니다. 건전한 감정은 아닐 수도 있지만, 인간의 원초적 감성에는 이런 게 포함되어 있나 봅니다.

요리전문가나 보통의 주부들도 깨소금에 소금이 들어있느냐고 물으면 웃습니다. 깨소금은 소금은 진짜 소금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가는 분말을 비유적으로 쓴 것일 뿐이라는 겁니다. 그렇다면 콩가루는 왜 콩소금이라 하지 않으며 미숫가루는 왜 미숫소금이라 하지 않는지 아리송해집니다. 깨소금에는 소금을 넣을 수 있고, 콩가루나 미숫가루에는 그런 걸 넣지 않기 때문일까요.

깨소금은 일반 깨에 소금을 잘 섞어서 잘게 으깬 것이라는 견해도 있습니다. 소금은 깨의 10의2 정도만 넣은 상태에서 갈아서 양념을 만든다는 겁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깨의 고소함과 소금의 간간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어서 맛이 더 좋아지고 뒤에 따라 버무리는 과정이 없어서 편리하다는 주장입니다.

[낱말의습격]깨소금엔 소금이 들어있을까


한편, 참깨가공 공장에서 일한다는 분은, 깨소금은 단지 깨를 갈아서 소금처럼 작은 입자로 만든 것을 말하는 것이지 낱말 그대로 해석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라고 반박합니다.

한식에는 깨소금이 거의 기본양념으로 들어가서 쓰임새가 많습니다. 많은 요리의 마지막이 깨소금을 솔솔 뿌리는 것이죠. 세월에 따라 음식이 많이 달라지고 식성 또한 변화하면서, 깨소금이란 낱말의 의미 자체에 변화가 있었던 게 아닌가 짐작할 수는 있습니다. 송편의 소로 사용할 때는 깨소금과 설탕을 섞은 것을 씁니다. 쌀가루 반죽에는 소금을 조금 섞어 간간하게 하고요. 이전에는 아예 볶은 깨 가루에 소금가루를 섞어서 쓰는 용처가 다양하게 있었을 가능성도 있겠죠.

하지만, 요즘 사용하는 깨소금은 그냥 볶은 깨를 으깬 가루로 보는 게 맞습니다. 소금은 따로 치는 것이지 깨소금이란 낱말처럼 함께 버무려진 가루는 아니라고 보는 것이 상식적인 생각입니다. 정리하면,깨소금에는 소금이 없습니다.^^




아시아경제 티잼 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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