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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마디] 시장은 명분을 이기지 못한다

최종수정 2017.04.17 19:22 기사입력 2017.04.17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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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10월 온라인을 통해 자동차보험을 판매하는 교보자동차보험이 출범했다. 설계사(오프라인) 수당(인건비)이 없는 만큼 온라인 자동차보험회사의 보험료는 기존 보험보다 저렴했다. 시장은 뜨겁게 반응했다. 중소형 손해보험사도 시장성이 보이자 앞다퉈 온라인자동차보험을 출시했다. 초기 0.4%에 불과했던 시장점유율이 불과 10년만에 점유율 20% 벽을 훌쩍 뛰어넘었다.

새로운 시장이 등장했지만 대형 손해보험사는 당시 이렇다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선뜻 온라인 시장에 뛰어들 경우 기존 오프라인 조직의 반발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그렇다고해서 대형 손보사들이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IT 시스템을 구축하고 기존 오프라인 조직을 정비했다. 시장이 무르익기를 기다린 것이다.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동부화재, KB손해보험 등 대형사가 적극적으로 움직이자, 시장에 변화가 일어났다. 초기 시장을 주도했던 온라인 자동차보험 회사들은 하나둘 존재감을 상실했다. 거대 자본으로 무장한 대형 손보사들과 비교, 가격경쟁을 할 수 없었고, 보상 서비스 또한 고객을 감동시키기에 역부족이었다.

교보자동차보험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 '시장 개척자'다. 반대로 평가하면 '시티폰(CT-2)'이다. 시티폰은 무선호출기, 일명 삐삐와 이동통신단말기 사이를 연결한 발신 전용 전화기다. 한국통신(현 KT)가 첫 서비스를 했지만 불과 1년도 안돼 PCS폰이 나오면서 시장에서 사라졌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K)뱅크가 지난 3일 영업을 시작하자,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출범 1주일 만에 가입자 15만명을 확보했고, 예금액도 1000억원을 돌파했다.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주자, 예금이 몰린 것이다. 2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도 상반기중 문을 열고, 시장에 참여하게 된다. 카카오뱅크 역시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릴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기존 은행의 움직임이다. 대형 손해보험사들 처럼 시장이 커지기를 기다리는 모양새다. 100년이 넘는 역사와 경험, 상상을 초월한 자본을 지닌 기존 은행이 온라인 및 모바일 시장에 뛰어들 경우 시장 개척자인 케이뱅크는 온라인자동차 전문 보험사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금융지주회사가 기존 은행의 온라인 및 모바일 기능을 한데 묶어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할 경우 게임 자체가 안된다.

 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이 자신들의 고유 영역을 지키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명분이다. 대형 시중은행이 시장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당초 설립목적을 지키고 유지해야한다. 중금리 대출자로부터 받은 이자로 신용도가 높은 사람들의 부를 증식시켜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또 중금리 대출자들이 연착륙할 수 있는 사회적 기능도 갖춰야 한다. 시장은 명분을 이기지 못한다.

조영신 금융부장 as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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