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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말의습격]'생때같은', 그리고 세월호

최종수정 2017.03.23 10:28 기사입력 2017.03.23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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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중에 '생때같다'라는 말이 있다. 맥락으로 대강 짐작컨대 아깝게도 죽었지만 몸이 튼튼하고 병이 없다는 의미이다. 어원을 종잡기 어려워, 국립국어원도 두 손을 들었다는 그 낱말이다. '생때'라는 말이 명사로 따로 쓰이지는 않고, '생때같다'라는 형용사로만 쓰인다.

현진건의 <운수좋은 날>에는 "죽기는 왜 죽어. 생때같이 살아만 있단다"라는 표현이 있고, 박경리의 <토지>에는 "생때같은 외아들이 감옥에서 죽어나온 뒤"라는 대목이 나온다. 또 박완서의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에는 "생때같은 목숨도 하루아침에 간데없는 세상에"라는 문장이 있기도 하다.

생때같다는 말은, 죽은 상태와 관련지어 쓰는 말인지라, 생때의 '생'이 '살아있는(生)'의 의미일 것이라는 짐작이 가나, 뒤의 '때'라는 말에서 해석이 막히고 만다. 또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어린 자식의 죽음에 자주 쓰는지라 '때'가 싱싱한 생명의 무엇을 가리킬 것만 같은데, 그럴 만한 뉘앙스가 붙들리지 않는 게 문제이다. 풀어낼 수가 없는 말, 들여다볼 수가 없는 말, 어디서 나온 것인지도 알 수 없는 말, 그래서 답답하고 찜찜한 말이 바로 '생때같은'이다.

[낱말의습격]'생때같은', 그리고 세월호


세월호의 비극 이후에, 많은 사람이 자주 쓰지 않던 이 말을 입에 되올렸다. 그야말로 생때같은 자식들이 한 순간에 너무도 허무하게 고통스럽게 떠나갔기에, 이 형용사를 쓰지 않을 수 없었던 까닭이다. 싱싱하고 파릇파릇하고 귀하고 눈부시던 아이들의 주검을 껴안고 우는 부모와 가족들, 혹은 그 주검조차 바다 한 귀퉁이에 둔 채 억장이 무너지는 고통을 겪는 이들. 그들의 꿈속에 생때같이 살아있는 보물들이 여전히 출렁거리는 오늘, 1073일만에 침몰한 세월호가 다시 떠올랐다. 유가족들과 온국민의 눈앞에 생때같은 아이들이 떠올라 문득 환장할 마음이다.
생떼(어거지로 쓰는 떼)라는 말과 헷갈리지 말 것. 참척 앞에 몸부림치는 그 본능적 절규와, 얄팍한 속셈이나 깊숙한 야심으로 함부로 내지르는 행동이 아 다르고 어 다른 차이니, 마음이 세심해지지 않으면 진정성을 읽어내지 못하는 청맹과니가 된다.

디지털뉴스본부 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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