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밋빛 공약을 실은 대선 열차가 7주 앞으로 다가온 '장미 대선'을 향해 가속 페달을 밟으며 달리고 있다. 객실에 앉은 대선 후보들은 저마다 자신이 새로운 대한민국을 이끌 적임자라고 주장하며 표심을 향한 열띤 구애 작전을 펼치고 있다. 물론 그중에는 아직도 철 지난 이슈나 가짜 뉴스로 상대방을 공격하는 저급한 사람, 본인의 인격을 바닥으로 내동댕이치는 노이즈 마케팅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주자도 눈에 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국민들은 정치인들의 거짓말과 뻔뻔함에 익숙하다. 자연 지지율 낮은 후보의 막가파식 발언도 매스컴의 조롱거리가 될 뿐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지는 못하고 있다.
현 상황을 직면해야 하는 국민들의 심정은 복잡하다. 한편으로는 백마 탄 왕자님을 그리는 봄처녀의 마음처럼 신록의 계절에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질 신임 대통령에 대한 기대로 설레다가도 문득, 지금 검찰에서 진행되고 있는 역사적 불행이 또다시 일어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몰려오기도 한다.
대통령은 국가의 얼굴이며 특히 국민 투표로 선출된 국가 원수는 국민의 수준을 반영한다. 부패한 대통령은 부패한 사회에 뿌리를 두며 청렴한 대통령은 청렴한 문화를 가진 국가에서 탄생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자랑스러운 선진적 대통령을 원한다면 국민 의식 자체가 선진화 돼야 한다. 일례로 독일과 프랑스 국민들이 지도자에게 요구하는 도덕성의 잣대는 우리나라 기준에서 보면 상상할 수 없이 엄격하다.
프랑스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며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던 프랑스 발스 총리는 2015년 6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FC바르셀로나와 유벤투스의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구경하기 위해 두 아들과 함께 관용기를 타고 갔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뒤 '결국' 아들 2명의 비행기 값 2500유로(약300만원)를 정부에 지급했다. 정치적으로 타격을 받았음은 물론이다.
이처럼 선진국 국민들은 자신들의 권력을 위임한 국가 원수에게 높은 도덕성과 엄격한 공사(公私) 구별 기준을 제시한다. 민주공화국 지도자가 높은 자리에 앉아 귀빈 대우를 받을 수 있는 힘의 원천이 국민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21세기 대한민국도 마찬가지다. 더이상 선진국의 청렴한 지도자를 부러워할 이유가 없다. 민주 시민이라면 50일후 탄생될 대통령과 그 측근들에게 '김영란법'을 뛰어 넘는 도덕성을 끊임없이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지금 세계는 인공 지능과 로봇 기술, 생명 과학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는 혁명적 전환기에 놓여 있다. 비밀리에 불투명하게 운영되는 국가 시스템으로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지배하는 미래 사회에서 생존하기는 불가능하다. 촛불 혁명을 계기로 비선 실세, 비자금, 통치 자금 등의 후진국형 비리는 우리 사회에서 근절돼야 한다.
인간은 누구나 내면에 선과 악을 겸비하고 있다. 또 남들보다 뛰어난 사람은 악(惡)을 향한 충동도 그만큼 강한 경향이 있다(탈무드). 따라서 진정한 선진 국민이 되려면 훌륭한 지도자를 뽑는 일 못지 않게 선출된 지도자가 부조리를 저지르지 못하도록 지속적으로 감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악의 진부한 속성'으로 인해 부정부패는 언제 어디서나 끈질긴 생명력을 발휘하며 끊임없이 우리사회를 병들게 할 것이다.
"악(evil)에 저항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사람은 악과 협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던 미국의 위대한 비폭력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말이 가슴에 와닿는 시기다.
황세희 국립의료원 공공보건연구소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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