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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정말 모두가 별이 아니었을까

최종수정 2017.03.11 00:57 기사입력 2017.03.11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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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섬의 시샘]김완하 - 별6

일생 동안을 저 어둔 하늘 속에
텃밭 일구어 빛을 뿌려온 사람
한낮의 고통을 건너와
매일밤 등불에 심지 돋우고
등피 문질러 세상을 닦아온 사람

어둠 속 늘어가는 등을 헤며
불빛 다하여 새벽 올 때까지 깨어도
우리는 그의 마음 한켠 바라볼 수 없는데
밤마다 빛을 심어 세상을 일구는 사람

그 등불 아래서
우리들 잠은 이렇게 달디달아
꿈결마다 어깨에 닿은 그의 손길
한밤내 소를 몰아 어둠밭 쟁기질하는 사람

어느날 어두운 그림자에 싸여 비척일 때
불현듯 내 가슴에 와 찍히는 괭이날
누구였을까, 스스로 모습을 지우며
우리들 가까이 살아가는 사람은
오늘도 어둠밭 일구어 고랑을 가르며


김완하 '별6'
강원도 삼척 남쪽 끝자락에 솔섬이 있다. 곧 사라질 운명에 처한 솔섬은 2007년 한 외국인 사진가의 흑백사진 한 장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소나무숲은 사진가들 덕분에 살아남아 지금도 신비로운 공간의 미학을 선사하고 있다

강원도 삼척 남쪽 끝자락에 솔섬이 있다. 곧 사라질 운명에 처한 솔섬은 2007년 한 외국인 사진가의 흑백사진 한 장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소나무숲은 사진가들 덕분에 살아남아 지금도 신비로운 공간의 미학을 선사하고 있다




별을 바라본지 얼마나 되었나. 밤하늘에 초롱초롱하던 빛의 잔치를 황홀하게 우러르던, 그 마지막 추억은 어디메쯤서 다시 하나의 별처럼 박혀있나. 하지만 별을 잊어버린 지금에도 늘 별은 우리에게 끊임없는 응시로서, 아니 추억의 검질긴 검열기관으로서, 늘 거기 빛되어 떠 있다. 별을 생각하는 마음이란, 아니 별을 기억하는 마음이란, 불모한 삶의 사막에서 문득 아주 조그맣게 떠있는 자아를 바라보는 일이다. 그렇게 조그맣게 된 자아로 환하게 넓은 세상을 바라보는 일이다.

김완하라는 시인이 있다. 별은 그저 보여주기만 해도 놀라움이다. 별밭을 가는 아름다운 한 농부가 있다. 하느님일까? 지상으로 숨어든 천사일까? 세상을 남몰래 사랑하는 아주 먼곳의 깜박이는 빛일까? 지구를 위해 자청하고 나선 천상의 자원봉사자일까?

별을 말한 이렇듯 아름다운 시는 처음 봤다. 별에 대해 이런 얘길 들었다. 천구 가득히 반짝이는 별빛은 모두 다른 시간대에서 온 것이다. 천년 전으로부터 온 별빛이 있는가 하면 십만년 전으로부터 날아온 별빛이 있다. 그 별빛이 이 작은 눈 안에서 하나로 고인다. 이렇듯 신비한 일이 또 있으랴? 무한을 통합하는 이 별의 은유. 우린 저 별빛을 만나는 것 만으로도 무한과 인연지어 있는 게 아니랴?

김완하 시의 마지막은 고운 잔상으로 남는다. 베를린 천사의 시, 한 장면 같다. 지금 내곁에서, 내 어깨를 짚으며 나를 바라보며, 혹은 내 불면을 따뜻하게 지켜보는 먼데서 온 천사의 숨결같다.

한낱 또다른 땅덩어리이거나, 알 수도 없는 괴상한 기체덩어리일 뿐인 저 별들에 이렇듯 도취하며 사는 것은, 별꿈을 꾸고 사는 것은, 혹은 별을 바라보지 않았던 어제 오늘이 새삼 죄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밤마다 별밭을 가는 농부를 만나러 가는 것은, 아마 우리가 저 별들에게는 또하나의 별이기 때문이 아닐까? 저 하늘 가득 거울을 바라보듯 우리네 스스로의 별빛을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너와 나의 가슴마다들 별 하나씩, 별이 흐르는 은하 하나씩, 품고 살아가는 이것이 삶의 첫 그림이 아니었을까? 원래 별이었던 우리들이 아득한 저마다의 고향들에 대해 꿈꾸며 수구초심으로 반짝이는 것은 아닐까? 눈을 감는 것은 그 별에서 온 소식들을 가슴 가득 포옹하는 것이 아닐까? 자기 속에 가득 자기의 빛을 껴안는 반딧불의 행복같은 것은 아닐까? 우린 정말 모두가 별이 아니었을까?

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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