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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삶터] 백락의 선택

최종수정 2017.03.07 09:57 기사입력 2017.03.07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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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아침, 베란다 창을 여니 바람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모처럼 공원 산책에 나섰다. 작은 동산을 가로 질러야 나오는 공원은 생동감이 넘쳤다. 도랑 물가에는 개구리 대여섯 마리가 펄쩍 뛰어 오르고, 개구리 알도 군데군데 떠 있었다. 텃밭에는 봄바람이 핥고 갔는지 보리 잎이 선명하게 파랬다.

공원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나이 지극한 노인들로부터 조깅에 열중하는 젊은 청춘들까지 모두들 생기가 돌았다. 겨울 동안 오늘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아느냐는 표정들이다. 그들 중 취업문을 여러 차례 두드린 낯익은 이웃 청년들이 눈에 띄었다. 눈치 없이 아는 체하자 눈인사만하더니 멀찌감치 달려갔다.

삼월은 시작이며, 기회의 달이다. 검은 흙을 떠밀고 나오는 새싹이 오랜 겨울이 지나가길 기다렸듯이, 이 청년들도 입사 준비하느라 고통스러운 겨울을 보냈을 것이다. 아이들도 새 학기를 맞이하여 새 노트에 새 의미를 부여할 것이며, 기업들도 신입사원을 뽑느라 분주할 것인데….

입사 시험은 스펙부터 면접까지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인사담당자들에게 '백락일고(伯樂一顧, 척 보고 명마를 가려내는 눈)'의 재주가 있다면 그나마 유능한 인재를 채용할 것이지만 간혹 잘못된 선택을 때문에 재직 1년도 안 돼서 신입사원 절반이 이직을 한다는 언론 보도에 공연히 화가 난다.

그것은 벌써 3년이나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 이웃집 청년이 취업에 실패 했을 때마다 자신의 능력과 남다른 재능을 왜 알아보지 않느냐고 가슴을 쥐어박았을 광경과 오버랩 됐기 때문이다.
"자네 나와 같이 일해 보지 않겠나." 언론 통폐합으로 실업자로 전락됐던 필자의 젊은 시절, 신문형 사보를 대신 편집해 주었던 인연으로 알게 된 지인으로부터의 입사 권유는 필자가 받은 첫 번째 '백락'이었다. 이후로 주요 기획서마다 송곳으로 찌르듯 핵심을 짚어 주었던 경험은 상사가 된 이후 후배를 이끌어주는 기본이 됐다.

두 번째 '백락' 선배는 이제 팔순이 넘어 현업을 놓으셨지만 설날과 추석이 되면 작은 선물과 함께 메모를 동봉해 보내주셨던 전임 대표이사이다. "뜻대로 안 되는 일이 세상 일이 아닌가요. 앞으로 많은 세월이 기다리고 있으니, 부부 합심 용기를 잃지 말도록" 필자가 중역에 발탁 되지 못한 것을 염두하고 보내준 글귀는 지금도 책상머리에 붙어 있다. 이 문구는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되새기는 나의 교훈이 됐다.

기회, 즉 '백락'은 엉뚱한 곳에서 등장한다. 영화배우 '커크 더글라스'의 경우가 그렇다. 중년들에게 낯익은 '커크'는 아카데미 3회 수상과 에미상 2회를 거머쥔 은막의 스타이다. 그의 화려한 이면에는 젊은 시절 일용직을 전전했던 초라함이 움츠리고 있다.

그는 어느 날, 기차 여행을 하면서 우연히 옆자리에 앉은 여인과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무료한 여행은 그렇게 끝나는 것 같았지만 며칠 후 가난한 '커크'는 영화 제작자로부터 초청장을 받는다. 그토록 바라던 영화배우의 꿈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된 것이다. 옆자리에 앉았던 여인은 허리우드의 유명한 영화 제작자였다. '커크'의 '백락(伯樂)'인 셈이다.

'커크'와 달리 애초부터 주변을 자신의 응원자로 만들었던 경우도 있다. 알리바바의 총수 '마윈'이다. 그는 학창시절부터 목표를 두고 유익한 친구를 사귀었다. 절친, 제자, 호흡이 맞는 선배, 창업멤버, 인품 있는 공무원, 선견지명 있는 언론인사 등이 그의 인맥이다. 알리바바는 우수한 직원을 돕고, 지지하고, 친구처럼 대하는 기업문화가 정착된 기업이다. 누구나 재능을 최대한 발휘하여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기업이기도 하다. 회사가 '백락'을 자처한 경우이다. '마윈'에게 붙은 '중국 최고의 최고경영자'라는 말에 수긍이 간다.

결국 인생의 전환점은 자신을 돕는 사람을 많이 만드는 것이며, 그것이 백락일고의 지름길임을 암시한다.

김종대 철강칼럼니스트, 전 동국제강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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