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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무 칼럼]이재용의 지천명이 시작됐다

최종수정 2017.03.02 13:37 기사입력 2017.03.02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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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무 팍스넷 대표

김영무 팍스넷 대표


1.9평 서울구치소 독방에 갇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재용 부회장 본인뿐아니라 어느 누구도 그의 구속은 생각하지 못했던 사건이다. TV를 통해 포승줄에 묶인 그의 모습을 보는 것 조차 민망할 정도이니 이 부회장 스스로는 얼마나 자괴감에 빠졌을까 짐작이 된다.

일국의 대통령과 단독으로 만나 거래(?)한 사항이 노출될 것이라 전혀 생각못했을 것이다. 그것이 불법이든 합법이든. 또 역대 정권에서 통과의례처럼 해왔던 관행이라 쉽게 판단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부회장에게는 마침 경영권 승계라는 아킬레스건이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과 거래 당시에는 단순히 요구에 따라가기 보다는 나의 니즈가 맞아 떨어져 비즈니스 측면에선 최상이라고 볼 수 있다.

거래의 당사자가 대통령이다보니 무엇이든 못할까. 절대 열리지 않을 것이라 믿었던 판도라의 상자가 느닷없이, 가차없이, 한순간에 확 열렸으니 그 황망함은 가늠을 할 수 없을 정도일 것이다. 그렇지만 어쩌랴. 법정에서 유무죄를 가리기전에 이미 구속이라는 선을 넘었으니. 일반인도 갑작스레 구속되고 독방에 갇히다보면 공황장애를 겪는다 하니, 황태자로 태어나 글로벌 스타로 추앙받던 이 부회장은 정신적 고통이 몇배는 더할 것이다.

68년생인 이 부회장은 올해로 50세이다. 아직 생일이 안지났으니 음력으론 49세인 셈이다. 흔히 40이 되면 불혹(不惑), 50이 되면 지천명(知天命)이라 한다. 40대때는 그만큼 유혹이 많은 세대라 유혹에 넘어가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 부회장은 40의 끝자락에서 유혹에 넘어간 것이다. 그것은 경영권 승계라는 너무도 달콤한 유혹이었다. 이제 50 고개를 갓 넘은 이 부회장은 하늘의 뜻을 알아야 한다는 지천명을 가슴에 담아야 할 것이다.

삼성이 이달부터 변화를 본격화하고 있다. 그동안 실체도 없었지만 존재했던 그룹을 없애기로 했다. 그의 일환으로 미래전략실도 해체됐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 홈페이지와 블로그가 사라지게 된다. 그룹 신입사원 공채는 올해 상반기를 끝으로 계열사별 공채로 전환될 것으로 보이며 수요 사장단 회의와 최고경영자 세미나 등도 폐지해 계열사가 주도적으로 사안을 조정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부장 차장 대리 등의 직급도 없앴다. 구성원들은 이름에 님자를 붙여 호칭한다. 각 계열사들은 대표이사와 이사회를 중심으로 자율경영을 하게 된다.
일련의 변화는 이 부회장의 의지가 주도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이다. 이같은 삼성의 변화는 이건희 회장의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모두 바꿔라"라고 시작했던 신경영을 뛰어넘는 파격이라 할만하다. 이른바 삼성의 깃발아래 수직적으로 이뤄졌던 문화를 수평적 문화로 바꾸겠다는게 요지이다. 최순실게이트에 연루되지 않고 이런 변화를 선포했다면 이 부회장은 대한민국에 새로운 문화를 견인하는 창조자로서 칭송받았을 것이다. 그런데 모양새가 뒷북처럼 되버렸다.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비좁은 독방에 홀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을 이 부회장의 실험이 과연 성공할 것인지는 두고볼일이다. 그가 지금 치밀어 오르는 분노에 떨고 있을지, 단순히 빨리 이 고통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매달리고 있을지, 모든 것을 "내탓이요"하며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을지, 아니며 복합적인 감정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할지는 철저히 이 부회장의 몫이다.

그렇지만 삼성은 이재용의 전유물이 아니다. 삼성의 이름아래 사업을 하고 있는 기업들은 모두 주주의 것이다. 새삼스레 말할 것도 안된다. 대한민국은 대통령의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주인인 것과 마찬가지로.

5년 10년후의 삼성을 그려본다. 삼성의 혁신적인 실험이 어떤 모습으로 점철될지. 거기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려있을 것이다. 이 부회장이 눈앞의 현실에 급급하지 않고 현재를 인정하며 미래를 꿈꾸는 좋은 기회로 삼기를 바랄뿐이다.

김영무 팍스넷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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