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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국가송사(國家訟事), 길어지면 안된다

최종수정 2017.02.18 04:05 기사입력 2017.02.17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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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은주 한양사이버대 경제금융학 교수

홍은주 한양사이버대 경제금융학 교수

 집안을 망치고 가세를 기울게 하는 여러 사건들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송사(訟事)이다. 열심히 소송을 계속해 본들 상대도 마찬가지로 대응을 하기 때문에 끝없는 소모전 양상이 되기 쉽고 기간에 비례하여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높아지기 때문이다. 재판을 길게 가져간다고 꼭 이긴다는 보장도 없다. 재판결과는 '실체적 진실'이 아니라 재판정 내에 놓인 증거들로만 재구성된 '사법적 진실'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송사는 삼가고, 가능한 송사 전에 화해하라"고 권하는 것이 고금의 지혜다.

그런데 불행히도 이같은 소모적 송사의 늪에 대한민국 전체가 빠져들고 말았다. 대통령이 국회탄핵을 받아 헌법재판소에 회부되었고 대통령의 뜻을 충실하게 수행했던 고위 공무원들이 줄줄이 검찰수사의 대상이 되었으며 대기업 총수들이 피의자 혹은 참고인 신분으로 불려다니고 있다. '영장청구', '인용이나 기각'같은 법적 단어들이 뉴스의 단골메뉴로 등장하고 일반인들이 술자리 안주삼아 법리(法理)를 토론하는 기이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런 사태가 벌써 몇 달째 장기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촛불민심'과 야권은 이미 대통령 탄핵을 기정사실화 하고 조기대선 채비에 들어간 반면 탄핵의 당사자인 대통령이나 '깃발민심'은 억울한 누명이라면서 단 한 발자국도 물러나지 않은 채 SNS여론전과 가두전을 벌이고 있다.

개인이나 집안도 송사를 오래하면 가세가 기우는데 하물며 국가 지도자와 관련한 송사가 길어지면 나라 전체가 얼마나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되는지 최근의 국내상황이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우선 사드배치로 인한 중국의 노골적인 제재가 계속되고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열풍이 거세지며 일본 아베정권이 독도문제를 노골적으로 외쳐대도 이걸 조율하고 세련된 외교,통상정책으로 풀어나갈 주체가 없다. 행정부도 마찬가지. 고위 공무원들이 줄줄이 사법적 재단의 대상이 되고 검찰이 행정부를 압수수색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며 수많은 하위 공무원들까지 수사대상이 되어 '멘붕'상태인데, 누가 책임지고 국가행정을 집행할까?

더 큰 문제는 경제계까지 얼어붙었다는 점이다. 대통령의 뜻에 따라 재단 출연에 앞장섰던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해체위기에 놓였고 일부 대기업 총수들은 피해자인지 피의자인지 헷갈리는 상황에서 국회와 검찰, 특검에 불려 다니느라 신년 사업계획을 세우거나 실행할 엄두를 못내고 있다. 언제 다시 검찰이 들이닥칠지 모르고 언제 피의자가 되어 구속될지 모르는데 사업계획이 제대로 눈에 들어올 리가 있나? 환율과 이자율 변동성이 높아지고 산업 구조조정 필요성이 눈앞에 닥쳤는데도 위기관리 체제는 가동되지 않고 그 사이에 실업자 수는 100만을 넘어섰다. 경제가 백척간두에 서 있는 것이다.
박헌철 전 헌법재판소 소장이 퇴임직전 "3월13일까지는 탄핵심판 결과를 낼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당부한 것도 길어지는 국가송사로 인한 엄청난 피해와 탄핵심판 결정의 위중함을 인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개인이든 국가든 송사는 본질적으로 비효율적일 수 밖에 없으며 갈등을 해결하는 최후의 수단에 불과하다.

송사가 계속 길어질 경우 벌어질 엄청난 국가 피해와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혼란은 대체 누가 책임져야 할까? 국가의 명운이 걸린 절체절명의 시점에 위기관리는 대체 누가 해야 하나? '사법적 진실'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어떤 판결을 내릴지 현재로서는 누구도 모른다. 그러나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든, 국정공백과 혼란이 필요이상 장기화되어서는 안되며 그 결과에는 어느 쪽이든 반드시 승복해야 한다는 사실만큼은 명백하다.

홍은주 한양사이버대 경제금융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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