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불행히도 이같은 소모적 송사의 늪에 대한민국 전체가 빠져들고 말았다. 대통령이 국회탄핵을 받아 헌법재판소에 회부되었고 대통령의 뜻을 충실하게 수행했던 고위 공무원들이 줄줄이 검찰수사의 대상이 되었으며 대기업 총수들이 피의자 혹은 참고인 신분으로 불려다니고 있다. '영장청구', '인용이나 기각'같은 법적 단어들이 뉴스의 단골메뉴로 등장하고 일반인들이 술자리 안주삼아 법리(法理)를 토론하는 기이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개인이나 집안도 송사를 오래하면 가세가 기우는데 하물며 국가 지도자와 관련한 송사가 길어지면 나라 전체가 얼마나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되는지 최근의 국내상황이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우선 사드배치로 인한 중국의 노골적인 제재가 계속되고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열풍이 거세지며 일본 아베정권이 독도문제를 노골적으로 외쳐대도 이걸 조율하고 세련된 외교,통상정책으로 풀어나갈 주체가 없다. 행정부도 마찬가지. 고위 공무원들이 줄줄이 사법적 재단의 대상이 되고 검찰이 행정부를 압수수색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며 수많은 하위 공무원들까지 수사대상이 되어 '멘붕'상태인데, 누가 책임지고 국가행정을 집행할까?
더 큰 문제는 경제계까지 얼어붙었다는 점이다. 대통령의 뜻에 따라 재단 출연에 앞장섰던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해체위기에 놓였고 일부 대기업 총수들은 피해자인지 피의자인지 헷갈리는 상황에서 국회와 검찰, 특검에 불려 다니느라 신년 사업계획을 세우거나 실행할 엄두를 못내고 있다. 언제 다시 검찰이 들이닥칠지 모르고 언제 피의자가 되어 구속될지 모르는데 사업계획이 제대로 눈에 들어올 리가 있나? 환율과 이자율 변동성이 높아지고 산업 구조조정 필요성이 눈앞에 닥쳤는데도 위기관리 체제는 가동되지 않고 그 사이에 실업자 수는 100만을 넘어섰다. 경제가 백척간두에 서 있는 것이다.
송사가 계속 길어질 경우 벌어질 엄청난 국가 피해와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혼란은 대체 누가 책임져야 할까? 국가의 명운이 걸린 절체절명의 시점에 위기관리는 대체 누가 해야 하나? '사법적 진실'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어떤 판결을 내릴지 현재로서는 누구도 모른다. 그러나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든, 국정공백과 혼란이 필요이상 장기화되어서는 안되며 그 결과에는 어느 쪽이든 반드시 승복해야 한다는 사실만큼은 명백하다.
홍은주 한양사이버대 경제금융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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