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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곡의 인문의 창]정말로 큰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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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곡 인문운동가

이남곡 인문운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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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형!

그저께 문득 바다를 바라보면서 소주 한 잔이 하고 싶었습니다. 산골에 살다 보니 가끔 툭 트인 바다가 보고 싶을 때도 있고, 요즘 하도 나라와 정치의 품격이 막장 드라마를 보는 것 같아 답답한 마음에 M형 생각이 났습니다. 당일 아침 연락을 했는데도 다른 일정을 뒤로 한 채 바닷가 횟집에서 오랜만에 소주 몇 잔을 나누면서 정담을 나눈 것이 너무 고맙습니다.
M형이 올해 경로석에 앉을 나이라니 우리가 만난 지도 벌써 40년이 훌쩍 지났군요. 각자 걸어온 길은 달랐지만 청년 시절의 꿈을 잃지 않고 살아온 세월들이 대견하기도 합니다. 군사 독재에 반대하던 우리의 청년 시절을 생각해보면 민주주의도 엄청나게 발전했고, 어린 시절 보릿고개를 떠올리면 지금의 물질적 풍요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이지요.

그런데도 그 어렵던 시절에도 우리가 꿈꾸었던 새로운 세상, 대동 세상에 대한 로망들이 그 때보다 객관적 조건들이 훨씬 좋아진 요즈음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군요. 세상은 점점 각박해져 '정(情)'이 메말라가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개인의 해방이라는 그늘에서 물신(物神)의 지배와 각자도생의 이기주의(利己主義)가 팽배한 것이 이런 현상으로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날 M형이 한 말이 떠오릅니다. '형님의 글을 보면 경제성장에 대해 긍정적인 것 같은데, 지금과 같은 성장 위주의 경향은 인류가 자멸로 가는 길이 아닌가요?'
나도 그런 생각이 근본적으로는 옳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사람들의 실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M형이나 소수의 사람들은 저생산이나 저소비를 충분히 감내할 준비가 되어 있을지 모르지만, 지금의 경제시스템과 사람들의 보편적 의식을 볼 때 지금 성장을 스톱한다는 것은 실질적 방책이 될 수 없는 것 같군요. 그것은 아마 패닉 상태로 이어질 것이고 그 피해는 사회경제적 약자에게 치명적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지속 가능한 성장' 정도에서 지혜를 모아나가야 할 것 같군요.

이것이 사람들의 실태에 바탕을 둔 하나의 궤도(軌道)라면 나는 그와는 별도로 자본주의 시장 경제 안에서 다른 궤도(軌道)가 준비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의식과 생활의 혁명입니다. '혁명'이라는 말이 너무 강하게 들리면 의식과 생활의 자발적 변화라고 해도 좋을 것 같군요.

지금의 각박한 삶의 원인이 사회적 물질적인 원인도 있겠지만, '소유'와 '소비'에 사로잡혀 있는 의식이 그에 못지않은, 아니 어쩌면 더 큰 원인이라는 자각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의식의 자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단순소박한 삶'과 '나누고 풀어놓는 삶'을 실천하는 생활의 진보가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의무나 사명감에서가 아니라 기쁨이 그 동력이 되어야 진짜겠지요.

사실 물질적 풍요를 누려보면 누려볼수록 탐욕보다는 보다 높은 질의 삶을 추구하는 정신적 예술적 욕구가 커지는 것이 정상이 아닐까요? 현실은 반대인 것 같지만, 이런 경향을 확대하고 키우는 운동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이것이 우성(優性)인자가 되는 사회문화적 흐름이 조성되어야 합니다. '내핍'하는 부자유의 세계가 아니라 욕구의 질이 변화하여 자연스럽게 물질적 탐욕이 감소하는 그런 자유롭고 즐거운 사회적 공기가 형성되는 것입니다. 이 궤도(軌道)를 타고 가는 사람들이 많아질 때 비로소 새로운 세상에 대한 비전이 보이기 시작할 것 같습니다.

어떤 형태가 될지는 단언하기 어렵지만, 우리가 청년시절부터 그렇게 바라왔던 대동 세상에 대한 구체적 상(像)이 보이기 시작하겠지요. '아집'과 '소유'를 넘어서 진정으로 자유로운 사람들이 ’인정이 넘치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 가겠지요. 아마도 '능력만큼 일하고 필요한 만큼 쓸 수 있는' 그런 세상이 현실적으로 다가오겠지요. 실업이나 차별이 없고, 개인적 축적이 필요 없는 사회시스템을 만들어 가겠지요. 아마 인간의 첨단의 지혜가 과학기술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켜 자연생태계와 잘 조화되는 생산력을 만들어 가겠지요.

몇 해 전 손정의(마사요시)라는, 일본에 귀화하여 일본 굴지의 부자가 된 사람의 삶이 신문에 크게 소개된 적이 있습니다. 그 사람의 좌우명이 '뜻을 높게 하라!'는 것인데, '정보기술(IT)로 인간을 행복하게'라는 소프트뱅크의 창립이념이 그 높은 뜻을 표현한 것이었습니다. 이것만 해도 ‘높은 뜻’이 되겠지만, 나는 우리 젊은이들이 '대동 세상'에 대한 진정으로 높은 뜻을 갖게 되기를 바랍니다.

'정의(正義)'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비전으로 이어질 때 생명력을 갖게 될 것입니다. '비전'과 '열정'이 없는 진보는 정체될 뿐입니다. 정체되면 사상적으로든 실천적으로든 '진보'라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모두가 진정으로 자유로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그런 역동적인 삶을 그려봅니다.

M형과 함께 청춘은 아니더라도 청년들이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게 한 움큼의 거름이라도 되었으면 좋겠군요. 아니! 요즘은 60이 청춘이라는 말도 있고 하니 M형은 그냥 청년으로 살아도 좋을 것 같구요.

오랜만에 세상 시름 잊고 청년 시절의 꿈으로 돌아가 봅니다. 고맙습니다.






이남곡 인문운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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