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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사회에 어른이 없다

최종수정 2017.02.08 10:53 기사입력 2017.02.08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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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수 연세대 경영학 교수

김창수 연세대 경영학 교수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대통령 탄핵으로 안 그래도 엄중한 국제정세 속에서 국가 기능이 명맥만 유지하는 형국이다. 자신들의 됨됨이나 역량에 대한 신중한 고려 없이 대통령의 꿈을 가진 사람들은 연일 자신들에게 유리한 말들을 쏟아 내며 이합집산의 기회를 보고 있다.

아쉬운 점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제대로 경쟁도 안 해보고 중도하차를 한 점이다. 한 대권 주자가 반기문 총장은 완주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측한 바도 있지만 이미 가진 것이 많은 사람은 정치판의 진흙탕 게임을 견디기 힘든 것이다. 본인들 나름대로는 고민을 하고 출사표를 던졌을 것이나 좀 더 신중했어야 했다. 차라리 나오지 않은 것만 못하지 않은가? 지지도라는 것도 본격적으로 대선전에 뛰어 들었을 때와 그 전의 좋은 이미지로 있을 때와는 확연히 다른 것이다.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대통령 직무를 대행하고 있는 황교안 총리의 지지도가 조금 상승하는 듯해도 정착 출마의 뜻을 밝히면 어떻게 되겠는가? 당연히 국가적으로 엄중한 시기에 대행 역할을 착실히 하는 줄 알았더니 다른 후보들과 다를 바가 없다고 민심이 판단할 것이다.

사회적으로 각자의 분야에서 역량 있고 존경을 받던 인물들이 정치권의 회유에 넘어가 오점을 남긴 사례는 과거에도 많았다. 이회창씨는 서슬 퍼런 박정희 전두환 정권에서도 정권의 요청을 거절하다 대법관 직에서 물러나고, 정권과 관계없이 소신 판결을 내린 '대쪽판사'이다. 그러나 대통령 선거 세 번의 고배를 마시고 과거 대쪽의 이미지와 국민적 존경은 정치 싸움에 실종되었다.

문국현씨는 일찍이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라는 유한킴벌리의 환경보호운동을 시작했고, 외환위기 당시에는 공장가동률이 급락하고 감원 열풍이 부는 가운데에도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보장하고 소통에 힘썼다. 이로 인해 회사는 오히려 생산성이 향상되어 불량률이 하락하고 시장 점유율이 상승하는 따뜻한 경영의 모범을 보였다. 그러나 2007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면서 참신했던 이미지는 모두 사라져버리고, 정치권의 희생양으로 남게 되었다.
현재 있는 사람으로는 안철수 의원이 있다. 의과대학 박사인 편한 길을 선택하지 않고,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하여 한국의 벤처기업 신화를 일구고 높은 청년실업률로 실의에 빠져 있는 청년들과의 교감에 노력해 청년들의 희망이던 사람이다. 정치판에서 어떻게 해 나갈지 또 하나의 정치 희생양이 나오지 않길 바랄 뿐이다.

멀쩡히 각자의 분야에서 성공하고 존경받고 있는 사람들을 정치권에서 영입하여 만신창이를 만드는 것은 우리 정치권의 문제이며 또한 한계이다. 그만큼 인물이 없다는 반증이다. 그러나 가장 기본적으로는 본인들의 철학과 처신이 중요하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급하게 국내 정치판에 뛰어들지 말고 가장 중요한 국제기구의 수장으로 명예롭게 남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반기문을 보며 꿈을 키우는 청소년들의 영원한 귀감이 되었을 것이다.

모든 것이 정치로 귀결되는 한국 정서도 문제이다. 각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남기면 대통령 못지 않은 존경을 받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 대통령이 되기까지는 국민이네 국가네 입에 붙이고 살다가 대통령을 그만 두면 국가에서 제공하는 예우만 축내는 우리와, 부통령을 지내고도 환경운동에 투신한 미국의 앨 고어나, 은퇴 후 동네 교회의 주말 교사를 하며 저소득층을 위한 집짓기 운동에 헌신한 지미 카터 전 대통령 등과 너무 비교가 되지 않는가? 두 사람 다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우선 지도층의 인사들부터 과도한 욕심을 버리고 존경받는 사회의 어른으로 남는 모습을 보이면 좋겠다.

김창수 연세대학교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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