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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포럼]뇌 관련 학과가 없는 한국의 대학

최종수정 2017.01.18 11:10 기사입력 2017.01.18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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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우택 KIST 뇌과학연구소장

오우택 KIST 뇌과학연구소장

의학의 발달로 사람의 수명은 급격히 늘어나고 있지만 모두가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은 아니다. 주변을 살펴보면 나이가 많이 들수록 한두 가지의 만성질환을 앓지 않는 사람이 없다. 특히, 퇴행성 뇌질환은 노인들의 대표적 질병이지만, 이를 완치하는 치료제나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은 다른 질병과 비교할 때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이로 인해 이들의 복지를 담당하는 국가나 사회의 부담도 크게 증가하고 있어 오늘날 중요한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신경과학 혹은 뇌 과학이란 신경계의 복잡한 구조와 기능을 연구하는 것이다. 시각, 촉각, 미각 등의 감각에서부터 운동, 학습과 기억, 정서, 의식 및 수면, 호르몬 및 자율신경계 조절 등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수많은 기능이 연구 대상이다. 뇌 연구의 중요성은 신경계 기능 이상에 기인한 여러 질병들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치매, 파킨슨 병, 뇌졸중, 수면장애, 정신과 질환, 다발성 뇌경색, 그리고 만성통증 등이 신경계 이상에 의해 발생하는 질병이다.

앞서 언급한 퇴행성 뇌질환과 같은 질병의 치료법은 결국 아직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신경계의 구조와 기능에 대한 원천적 연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물론 신경과학 연구의 결과가 질병치료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알파고(AlphaGo)’ 이후로 대중의 인지도와 관심이 높은 인공지능 분야가 그 대표적인 응용분야가 될 것이다. 뇌 과학자들이 신경계의 구조와 기능을 보다 더 정밀하게 파악하고, 이를 그대로 구현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 개발된다면 현재의 딥러닝(Deep Learning) 기반의 약한 인공지능의 한계를 뛰어 넘는 강한 인공지능의 등장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강한 인공지능의 등장이 인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낙관론과 비관론이 엇갈리지만,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마지막 단추는 신경과학자들에 의해 끼워질 가능성이 높다.

[사이언스포럼]뇌 관련 학과가 없는 한국의 대학

여타 과학기술 분야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뇌 연구의 역사는 그리 깊지 않다. 1960년대 말경 초창기 신경과학자들이 신경세포에서 활동전압을 측정했던 것을 그 시초로 볼 수 있지만,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지는 않다가 1990년대 이후 해외 유학을 다녀온 몇몇 과학자들에 의해 신경세포 생물학으로부터 분자신경생물학, 신경생리학 및 신경약리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뇌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후 2011년 한국뇌연구원이 설립되고, KIST 뇌과학연구소가 전문연구소로 발족해 구심점 역할을 담당하면서 국내 뇌 연구 역량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 같이 짧은 역사를 감안할 때 현재 국내 뇌연구 분야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루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대학이나 연구소의 많은 과학자들이 이른바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에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등 선진국의 연구자들과 비교해 조금도 뒤처지지 않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나 일본, 유럽 등 선진국과 비교할 때 아직 부족한 부분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연구인력의 규모이다. 국내에서 실질적으로 뇌 연구를 수행하는 연구자는 최대 500명을 넘지 않는다. 물론 이 정도 연구인력 규모도 과거에 비해 증가한 것이지만, 국내 타 연구분야 또는 선진국의 뇌 연구인력 규모에는 한참 미치지 못한다.
연구인력이 절대로 부족한 것은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국내 대학의 학부에 뇌 연구 관련 학과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 아닐까 한다. 최근 여러 대학에서 뇌과학 중심의 대학원을 설립하고 있고, 유전공학, 생화학, 그리고 생물학 관련 학과가 설치된 대학은 많지만 아직까지 학부에 뇌 연구 관련 학과를 두고 있는 곳은 없다. 융합연구가 대세인 시대에 학과명에 집착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특정 학문분야의 이름을 따른 학과를 몇 개의 대학에서 설치하고 있느냐가 해당 연구분야의 영향력을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뿐만 아니라 미래의 신경과학자들이 될 수 있는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를 선택하는 과정에 있어서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후발주자인 우리나라가 선진국을 뛰어넘는 연구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뇌 연구 저변의 확대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대학 내 신경과학 학과 설치를 심각히 고려해야 한다.

일찍이 뇌 연구의 중요성을 인지한 선진국들은 다양한 슬로건 하에 국가 차원의 뇌 연구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우리나라도 2016년 미래부 주도로 ‘국가 뇌 연구 발전전략’이 수립되어 뇌지도 관련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 대대적인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는 점은 연구자의 한 사람으로서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뇌 연구는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보다는 긴 호흡으로 지켜보는 인내심이 다른 어떤 분야보다 더욱 필요한 연구분야이고, 그러한 장기간의 연구를 수행해 나가기 위해서는 미래세대의 연구인력을 양성하는 일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우수한 학생들이 자신의 장래희망을 ‘뇌 과학자’라고 쓸 수 있어야 우리나라의 뇌 연구 경쟁력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오우택 KIST 뇌과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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