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전 총장의 피선거권 유무에 대한 논란을 가져오고 있는 조항은 헌법 제67조와 이를 더욱 구체화한 공직선거법 제16조(피선거권) 제1항이다. 헌법 67조는 ‘선거일 현재 5년 이상 국내에 거주하는 만 40세 이상의 대한민국 국민만 대통령 선거 출마가 가능하다’고, 공직선거법 16조는 ‘선거일 현재 5년 이상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40세 이상의 국민은 대통령의 피선거권이 있다. 이 경우 공무로 외국에 파견된 기간과 국내에 주소를 두고 일정기간 외국에 체류한 기간은 국내거주기간으로 본다’고 돼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선 “해석이 자의적이고 심각한 법률 해석의 오류가 있으며 법적 쟁점이 된다고 본다”“반 전 총장이 대선출마를 공식화 할 경우 출마 불가 가처분 소송을 내고 중앙선관위 해석을 바로잡을 길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는 비판이 적잖게 제기되고 있다. “선관위 유권해석대로라면 우리나라에서 태어나 5년 동안 살다가 외국으로 이민 간 사람도 평생 외국에서 살다 와도 대통령 출마가 가능하다는 얘기다”는 반론도 나온다.
‘공무로 외국에 파견된 기간은 제외한다’는 단서 규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공무’라 하면 공무원이고, .대한민국이 월급을 줘야 공무원 아닌가”라는 지적, 그래서 “반기문씨 출마를 허용하려면,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 주장처럼 ‘공무’를 ‘공무원의 공무’로만 해석해 버리면 이 규정의 수혜를 공무원에게만 주게 되는 결과가 빚어진다. 그렇다면 이는 국민 일반의 피선거권을 제약하는 규정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결론을 부른다.
대통령을 뽑는 선거는 우리 사회를 큰 시험 앞에 놓이게 하는 것이다. 그 시험에는 과거에 대한 평가, 현실에 대한 진단, 미래에 대한 전망이 함께 담겨 있다. 그 평가와 진단과 전망을 인격화한 몇몇 인물들을 통해 시험을 던지는 것이다. 각각의 인물들의 과거로부터 현재의 삶, 그 삶이 보여주는 여러 미래들 중 어떤 것을 택할 것인지를 국민들에게 묻는 것이다.
지금 반 전 총장이 상당한 지지율로 대선 유력 주자가 돼 있는 것은 한국사회가 ‘반기문’이란 시험을 통해 대답해야 할 것이 적잖게 있다는 뜻이다. 그건 반기문과 같은 삶을 살아온 인물이 한 나라의 지도자로 과연 적정한가라는 리더십에 대한 시험이다. 최대 국제기구 수장이라는, 한국사회에선 전례가 없는 경력으로 유력 정치인, 최고지도자 후보가가 되고 있는 인물의 삶의 궤적과 행태에 대해 한국 사회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를 묻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시험을 거부해선 안 된다. 지금의 ‘박근혜 재난’은 우리가 ‘박정희 시험’을, ‘이명박 시험’을 제대로 거쳐내지 못한 탓이다. 반기문의 출마자격을 묻지 말았으면 싶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명재 편집위원 prome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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