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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마디] 반기문의 출마자격을 묻지 말아야 할 이유

최종수정 2017.01.16 10:51 기사입력 2017.01.16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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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통령 출마자격을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13일 반 전 총장에 대한 피선거권 논란과 관련, 대선출마가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렸지만 그에 대한 일부의 반발이 여전히 크다. 이번 주에도, 아니 대선 기간 중까지도 논란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반 전 총장의 피선거권 유무에 대한 논란을 가져오고 있는 조항은 헌법 제67조와 이를 더욱 구체화한 공직선거법 제16조(피선거권) 제1항이다. 헌법 67조는 ‘선거일 현재 5년 이상 국내에 거주하는 만 40세 이상의 대한민국 국민만 대통령 선거 출마가 가능하다’고, 공직선거법 16조는 ‘선거일 현재 5년 이상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40세 이상의 국민은 대통령의 피선거권이 있다. 이 경우 공무로 외국에 파견된 기간과 국내에 주소를 두고 일정기간 외국에 체류한 기간은 국내거주기간으로 본다’고 돼 있다.

중앙선관위의 유권해석은 위 법률 규정이 ‘계속하여 5년 이상 국내 거주’라고 되어 있지 않으므로, 10년의 공백 기간을 소급한 시점부터 출생시점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5년 이상 국내 거주’에 해당돼 대통령 피선거권을 갖는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에 대해선 “해석이 자의적이고 심각한 법률 해석의 오류가 있으며 법적 쟁점이 된다고 본다”“반 전 총장이 대선출마를 공식화 할 경우 출마 불가 가처분 소송을 내고 중앙선관위 해석을 바로잡을 길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는 비판이 적잖게 제기되고 있다. “선관위 유권해석대로라면 우리나라에서 태어나 5년 동안 살다가 외국으로 이민 간 사람도 평생 외국에서 살다 와도 대통령 출마가 가능하다는 얘기다”는 반론도 나온다.

‘공무로 외국에 파견된 기간은 제외한다’는 단서 규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공무’라 하면 공무원이고, .대한민국이 월급을 줘야 공무원 아닌가”라는 지적, 그래서 “반기문씨 출마를 허용하려면,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 주장처럼 ‘공무’를 ‘공무원의 공무’로만 해석해 버리면 이 규정의 수혜를 공무원에게만 주게 되는 결과가 빚어진다. 그렇다면 이는 국민 일반의 피선거권을 제약하는 규정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결론을 부른다.
반 전 총장의 대선 출마자격 논란을 어떻게 봐야 할까. 선관위의 유권해석은 상당한 다툼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그럼에도 현재의 상황을 전반적으로 살펴볼 때 출마자격 논란이 반 전 총장의 대선 출마를 가로막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한편으론 공직선거법의 관련 규정에 모호한 점이 있다고 볼 수도 있고, 그래서 시비를 없애기 위해 개정이 필요할 수도 있다. 다만 반 전 총장의 대선 출마를 통해 우리 사회가 뭔가 '소득'을 얻고자 한다면 그의 출마자격 논란에 지나치게 기운을 쏟지 말아야 할 듯하다. 중요한 것은 그의 대선 출마를 한국 사회가 통과해야 하는 하나의 ‘시험’으로 보는 것이다.

대통령을 뽑는 선거는 우리 사회를 큰 시험 앞에 놓이게 하는 것이다. 그 시험에는 과거에 대한 평가, 현실에 대한 진단, 미래에 대한 전망이 함께 담겨 있다. 그 평가와 진단과 전망을 인격화한 몇몇 인물들을 통해 시험을 던지는 것이다. 각각의 인물들의 과거로부터 현재의 삶, 그 삶이 보여주는 여러 미래들 중 어떤 것을 택할 것인지를 국민들에게 묻는 것이다.

지금 반 전 총장이 상당한 지지율로 대선 유력 주자가 돼 있는 것은 한국사회가 ‘반기문’이란 시험을 통해 대답해야 할 것이 적잖게 있다는 뜻이다. 그건 반기문과 같은 삶을 살아온 인물이 한 나라의 지도자로 과연 적정한가라는 리더십에 대한 시험이다. 최대 국제기구 수장이라는, 한국사회에선 전례가 없는 경력으로 유력 정치인, 최고지도자 후보가가 되고 있는 인물의 삶의 궤적과 행태에 대해 한국 사회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를 묻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시험을 거부해선 안 된다. 지금의 ‘박근혜 재난’은 우리가 ‘박정희 시험’을, ‘이명박 시험’을 제대로 거쳐내지 못한 탓이다. 반기문의 출마자격을 묻지 말았으면 싶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명재 편집위원 prome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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