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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현 칼럼]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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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과연 진보하고 있는가? 많은 사람들은 역사가 나쁜 현재에서 보다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고 믿고 싶어 할 것이다. 어떻게 보자면 그런 희망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철학자 칼 포퍼(Karl Popper) 같은 이는 그런 생각을 ‘역사주의’라고 비판하면서 역사가 발전하고 있느니, 진보하고 있느니 하는 발상 뒤에는 전체주의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고 말했다. 말하자면 역사라는 이름으로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고 개인의 존엄성을 훼손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역사란 무엇인가>>의 저자인 역사학자 E.H. 카와의 유명한 논쟁으로 이어졌고, 지금도 역사철학의 중요한 이슈 중의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19세기에서 20세기를 넘어올 무렵, 인류는 커다란 양차 대전을 겪었다. 수많은 목숨들이 희생되었고,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대량 살상용 무기들도 대부분 이 시기에 개발된 것이다. 두 대전 중 2차 세계대전은 파시즘과 반파시즘 연합의 전쟁인 동시에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전쟁이기도 했다. 당시에 전쟁과 혁명은 동시에 전개되던 두개의 전선, 두개의 투쟁이기도 했다. 동서로 불리던 냉전의 시작도 이미 이때에 시작되었던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때 동서, 즉 자본주의나 사회주의나 가릴 것 없이 모두 자기 방식대로 미래의 꿈을 제시하였다는 것이다.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자본주의적 복지국가의 이념이나 혹은 ‘능력껏 일하고 필요한대로 가져간다.’는 사회주의적 이념은 모두 그 실현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미래의 장밋빛 프로젝트라는 점에서는 같다. 개인의 자유가 먼저냐, 집단 구성원의 평등, 곧 분배가 먼저냐 하는 오랜 논쟁거리도 물론 이 가운데 포함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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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이 시기만큼 인류가 ‘보편적 인류애’로 불타올랐던 적은 없었을 것이다.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혁명가들은 기꺼이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지거나 파시스트의 총부리 앞에 가슴을 내어주었다. 프랑코 극우정권에 맞서 헤밍웨이, 쌩 떽쥐베리 등 기라성 같은 작가들이 기꺼이 전쟁터로 날아들었고, 체 게바라는 억압 받는 남미의 해방을 위해 고질적인 천식에도 불구하고 안데스 산맥을 넘었던 것이다.
이제 21세기도 십여년을 지난 지금. 사회주의 진영은 이미 붕괴하였고, 자본주의마저 막다른 골목에 이른 지금, 우리는 다시 묻는다. 역사는 과연 진보하고 있는가?
그 물음에 답하기 전에 우리는 지금 세계가 엄청난 격동의 와중에 있음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진보냐 아니냐는 다음 문제로 쳐도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먼저 세계적으로는 레이건 이래 지속되어왔던 신자유주의 질서, 시장 경제를 바탕으로 한 무한경쟁의 ‘세계화(globalization)’대신 트럼프의 등장과 함께 자국의 이익을 최선으로 한 우파 민족주의, 보호주의가 대세를 이루어갈 것이다. 따라서 분쟁은 격화될 것이며, 테러와 전쟁은 끊이질 않을 것이다. 그 와중에 ‘인류애’라는 보편적 가치는 케케묵은 물건으로 박물관에나 가 있을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로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나라의 대통령이 된 트럼프는 벌써부터 그나마 전 시대의 마지막 남은 인류애의 흔적인 유엔(UN)조차 부정하려고 계획 중이다. 이미 지옥으로 변해버린 시리아, 이미 서방의 갖가지 무기로 구석기시대로 되돌려놓은 아프카니스탄이나 이라크는 영영 회복 불능의 상태로 내팽개쳐져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역사는 진보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그래야 하기 때문이다. 철학자 칸트는 말했다. ‘너는 할 수 있다. 왜냐하면 해야 하니까. (Du kannst, dann du sollst)’ 인류의 역사는 숱한 굴곡에도 불구하고 그 해야 하는 당위를 향해 끊임없이 전진해 왔다. 그리고 이성의 자기 전개인 역사의 간지는 그것을 실현시켜왔다.

2017년 새해가 밝았다.

우리는 이제 미지의 세계로 나아간다. 두렵기는 하지만 어차피 미래란 미지의 세계이다. 국내적으로는 우리는 구체제의 오랜 터널에서 벗어나고 있는 중이다. 때로는 고통스런 혼돈의 시기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든 낡은 것들, 낡아서 냄새가 나는 것들 껍데기는 버리고, 우리는 우리의 꿈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삶이니까.

김영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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