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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論단弄단]'한국 나이'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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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진찬 사회비평가

마진찬 사회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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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 모든 한국인들이 하는 게 있다. 바로 한 살 더 나이를 먹는 것이다. 우리는 태어나자마자 한 살을 먹는다. 이를 두고 임신기간을 고려해서 태어나자마자 한 살이라고 간주하는 거라는 잘못된 주장을 종종 듣는다. 만약 한국식 나이의 본질이 임신기간을 1년으로 간주하는 거라고 한다면 우리는 새해 첫날이 아니라 자신의 생일에 한 살 더 나이를 먹어야 한다. 그러나 모든 한국인들은 새해 첫날 동시에 한 살 더 나이를 먹는다. 즉, 12월31일에 태어난 사람이 다음날 두 살이 되는 것이다. 한국식 나이 계산법은 임신 기간과는 전혀 무관하다. 한국 나이의 본질은 서기, 단기와 같은 연호다.

서기를 예로 들어보자. 지금이 서기 2017년이란 말은 예수가 태어난 해를 제 1년으로 간주했을 때 지금은 2017번째 해라는 뜻이다. 여기서 예수의 생일이 정확히 몇 일인지는 전혀 관계가 없다. 예수 생일이 12월25일이든 6월3일이든 예수 탄생년이 서기 1년이 되고 다음 1월1일부터 서기 2년이 시작된다. 즉, 다음 해의 예수 생일 때 서기 2년이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만약 예수가 12월31일에 태어났어도 다음 날부터 서기 2년이 된다. 지금 거론한 서기계산법과 우리나라 나이계산법이 완벽하게 일치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식으로 해를 구분하는 것은 동아시아에서는 아주 익숙하다. ‘세종 15년’ 같이 당시 왕의 재위년도로 해를 구분했다(일본은 지금도). 그런데 여기서 질문 하나. 세종은 1418년에 왕이 되었다. 그렇다면 1418년이 세종 1년일까? 아니면 1419년이 세종 1년일까? 전자는 즉위년칭원법이라 부르고 후자는 유년칭원법(유년은 다음해라는 뜻)이라 부른다. 참고로 동아시아에서는 한 해에 두 이름을 부여하지 않는다. 즉, 1418년을 ‘태종 18년 및 세종 1년’이라 부르지 않는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하였다. 그렇다면 만약 1418년을 세종 1년이라 부른다는 것은 원래는 태종 18년이었던 해의 이름을 지우고 새로이 세종 1년이라 부른다는 것이므로, 유교 관점에서는 자식이 아비의 이름을 지우는 거여서 곤란한 측면이 있다. 하여 고려 전까지는 즉위년칭원법이 주로 쓰였으나 고려시대부터 유년칭원법을 원칙으로 삼았다. 따라서 1418년은 태종 18년이고 세종 1년은 1419년이다. 물론 전 왕을 공경할 필요가 없는 경우도 있다. 태조 이성계는 즉위년칭원법을 썼고 세조, 중종, 인조와 같이 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잡은 경우도 즉위년칭원법을 썼다. 예수 생일과 서기년도가 무관하듯이 태조 00년은 태조의 즉위 날짜와 관계없이 매해 1월1일부터 12월 말일까지를 가리킨다.

우리나라 나이는 한 개인의 탄생을 기준으로 즉위년칭원법에 따라 연도를 세는 방식이다. 내가 우리나라 나이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이유는 바로 이 지점, 유년칭원법이 아닌 즉위년칭원법을 따르기 때문이다. 만약 유년칭원법을 따랐다면 내가 이토록 우리나라 나이계산법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유년칭원법은 인간의 정체성을 ‘부모의 자식’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즉위년칭원법은 한 개인의 탄생을 우주적 사건, 혁명적 사건으로 이해한다. 비록 부모의 몸을 빌어 태어났지만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모두 우주의 중심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나는 1966년에 태어났다. 따라서 올해는 AM(Anno Majinchan) 52년이다. 그걸 우리는 ‘올해 마진찬이 52살이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멋지지 않은가?

마진찬 사회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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