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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섬의 '시샘']다시, 늑대의 시간

최종수정 2017.01.01 03:00 기사입력 2016.12.31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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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상국 기자]

대남문은 고개 꺾은 사람
뉘우치는 산이다.

부옇게 들어앉은 인간세 어깨죽지
구르는 바위처럼 달려내려가 설움 깨듯
쿵 들어앉고 싶은 마음이 서있다.
늑대는 편입되지 않은
자유를 울지만
너무 많은 자유는 버겁다.
목에 끼어오는 붉은 수건 고개 저어 풀 때
살점 많은 벼랑으로
닥쳐드는 찬 바람.

꾹꾹 누른 바람소리 쉭쉭거리며
마악 뚜껑 열린 바위는
인근 상봉을 떠밀고 오를 기세지만
산이 날아오르는 걸 본 적 없다.
허공의 발바닥을
바들바들 딛고 섰을 뿐.

질문을 갈래갈래 거느린 대남문
누구 하나 죽어도 가뭇 없을
달력 끝칸의 정적,
늑대모자 고쳐쓰는 사내 하나
캄캄한 발밑 서울을 오래
노려본다.
이빈섬의 '늑대'


[빈섬의 '시샘']다시, 늑대의 시간


■오르는 눈엔 상봉 위에 하늘이더니 내리막엔 끝없이 꺼지는 바닥만 보였다. 지도에 없는 꿈들을 정확하게 그 자리로 주저앉혀주는 북한산을 보았다. 몇년전의 일이다. 최근 '시'가 필요한 사람이 있었다. 목마른 사람처럼 내게 시 한편을 달라고 했다. 죽기를 각오하고 올랐던 대남문 산정에서 만난 '늑대'가 생각났다. 말이 무슨 소용 있는가. 바람을 타고, 얼음같은 울음 내는 그 자리에서.

이상국 디지털뉴스본부장·시인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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