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부활이 더욱 부활제인 것은 이 거대한 축제가 추운 겨울, 동토(凍土)의 계절에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참부활은 얼어붙은 땅을 뚫고 꽃을 피워올린 부활일 때다. 한송이 꽃을 피우기 위해서 혹독한 겨울을 견뎌내야 하듯 매서운 추위를 이겨내어 새생명을 탄생시키는 부활일 때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고 했지만 실은 빛은 어둠을 거쳐야 하는 것이다. 겨울이 길고 어둠이 깊었기에 우리의 촛불은 더욱 뜨겁고 찬란했던 것이다.
우리는 이제 그 염원과 기도와 열망으로 '혁명'을 이룩하려 한다. 그 혁명은 촛불의 주역인 국민이 나라의 주인, 민주주의의 주인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국민의 힘으로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는 것, 또 다른 건국이다.
그 힘을 믿는가. 촛불을 드는 우리의 마음이 참으로 숙연했음을 기억하자. 광장으로 향하는 우리 마음이 예배나 미사를 드리는 심정과도 같았던 걸 기억하자. 광화문 광장에 나온 어느 70대 노학자가 감격스레 말했듯 촛불 집회에 나갈 때면 우리의 마음이 더없이 경건해졌음을 떠올리자. 우리가 결연해진 만큼 순해지고 온유해진 손으로 촛불을 들었던 그 마음을 간직하자.
분노로 시작된 혁명은 성찰로 완성된다. 이미 광장을 넘어선 만민공동회가 곳곳서 열리고 있다. 시민주권회의에 국민발안제, 국민소환제, 시민의회 등의 숙고된 제안과 토론이 백화제방으로 분출되고 있다.
4ㆍ19혁명, 5ㆍ18민주화운동과 6월항쟁은 결국 미완이었고 패배였다. 그러나 그건 패배였을 뿐인가. '문경새재 고개는 왠 고갠지 구비야 구비구비가 눈물이 나네'라고 문경아리랑은 노래한다. 인생살이는 그 굽이굽이를 넘어야 하는 것이듯, 그 구비를 넘으며 흘리는 눈물과 고통이 우리네 삶을 진(眞)인생으로 만들 듯, 오페라 '마적'의 두 연인이 불과 물의 혹독한 시험을 거쳐 사랑의 승리를 이뤄내듯 고통과 시련이 우리를 정화시키고 단련시킬 것이다.
시련을 이겨내는 순정으로 혁명을 완성하자. 어느 시인이 말했듯 '시를 쓰는 마음으로, 꽃을 꺾는 마음으로, 자는 아이의 고운 숨소리를 듣는 마음으로'. 우리가 찾은 혁명을 마지막까지 이룩하자.
이명재 편집위원 prome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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