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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시선]광장의 시대, 성찰의 시간

최종수정 2016.11.25 10:30 기사입력 2016.11.25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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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학 서울대 행정연구소 특별연구원

김환학 서울대 행정연구소 특별연구원

하루하루가 새롭다. 오늘 저녁은 어떤 뉴스가 나올까, 내일은 또 어떤 일이 벌어질까. 뉴스가 상상을 압도하고, 생각에 미루어 짐작하기에는 현실이 저만치 앞질러 간다. 사건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가 없다. 권력자의 붕괴과정은 이제 막장드라마에서 - 출생의 비밀은 남았지만 - 엽기 스릴러로 치닫고 있다. 드라마보다 더 자극적인 뉴스는 피곤하다. 하지만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권력자 얼굴의 주름을 보면 시간이 거꾸로 가는 듯해도, 이제 길어야 13개월이다. 내년 4월 대선설도 있다. 그렇게 보면 준비의 시간이 많지 않다.

박근혜는 박정희의 산업화 유산을 갖고도 권력유지에 처절하게 실패했다. 한국사회의 정치기득권층부터 결코 그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일신의 권위와 권력만이 아니라 계층적 이익이 위협당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권력을 떠받치고 있던 보수언론과 검찰, 보수정당의 변신은 화려하다. 그 변신이 유죄인지 무죄인지, 성찰은 이제 시작이다.

스스로 하야를 하거나 탄핵을 해서 대통령 하나 바꾼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몇 명의 악녀에 대한 징벌로 끝낼 수도 없다. 내일보다 내년보다, 내후년에 어떤 사회에서 살 것인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신영복 선생이 소개한, 간디의 '나라를 망치는 7가지 사회악'을 꼽아보자. 원칙 없는 정치, 노동 없는 부, 양심 없는 쾌락, 인격 없는 교육, 도덕 없는 경제, 인간성 없는 과학, 희생 없는 신앙. 아니라고 할 수 있는 항목이 하나라도 있는가? 대한민국호에는 세월호에 없었다던 복원력이 있을까?

우리는 내치를 자신의 어젠다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았다. 그의 눈에는 세월호,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가습기 살균제, 개성공단, 조선 해운업의 위기에 매어있는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독특한 성장과정을 그 이유로 들곤 한다. 그렇다고 사람이 비정상이라 생각되지는 않는다. 제 정신으로도 흔히 이상한 행동을 하지 않는가. 선거과정에서 이러한 것까지 예측해서 걸러낼 수도 없다.

조원동과 같이 승승장구하던 경제관료나 안종범과 같이 멀쩡했던 경제학자가 그 물을 먹고 망가졌는데, 그 물은 도대체 어떤 물인가. 물론 주변에 일곱 난장이가 있었다. 더구나 권력자 측근의 위크 포인트를 파고드는 재벌도 있었다. 이러한 상황은 다음 정권에서도 많이 변하지 않을 것이다. 제도만이 아니라 이 제도를 떠받치고 있는 사회경제적 여건과 이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집단적 자정노력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양아치 무리로 전락할 것이다.
영화 '암살'에서 이정재는 "민나 도로보데스’(모두 도둑놈)"라고 한다. 누구에게는 타락한 자기를 위한 변명이겠으나, 그런 세상 바꾸기도 그만큼 힘들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 인물들이 중심을 잡고 시스템을 운영하면서 서로 경계하는 관계를 이뤄야 한다. 말처럼 쉽겠냐고 할지 모르지만 그래야 선진국이 되고, 선진국은 실제로 그렇다.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이제 힘은 권력자를 떠나 광장으로 내려왔다. 광장에는 경찰차량에 스티커를 붙이는 사람이 있고, 다시 떼는 사람이 있다. 누구는 쉽게 뗄 수 있는 스티커를 만들겠다고 한다. 광장에선 정의가 강물처럼 흐른다. 역류도 와류도 만들면서 아래로 흐르지, 연기처럼 스며들지 않는다. 광장에서 하는 일에 부질없는 일은 없다. 나도 내일은 광장에서 아래로 흐를 것이다. 다시 권력의 메커니즘이 작동될 때까지, 길지 않은 시간 동안 권력의 폐허를 넘어 어둠 저 멀리까지 불을 비출 것이다. 한 번 더 신영복 선생의 말을 빌자면, 미래는 과거로부터 온다. 외부로부터가 아니라 내부로부터 온다. 촛불은 내 안의 최순실, 내 옆의 난장이를 태울 것이다.

김환학 서울대 행정연구소 특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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