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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훈 칼럼]경제위기, 다시 대선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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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훈 전 주필

박명훈 전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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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2017년 12월을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맞게 될까. 그렇다. 내년 12월은 대통령선거가 있는 달이다. 새로운 정권이 탄생한다. 국정 5년을 책임질 뉴리더를 만난다. 정치권은 벌써부터 달아오른다. 최근 제기되고 있는 여러 의혹과 공방의 실체에 접근하려면 먼저 '대선'이란 욕망의 껍데기를 벗겨내야 하는 이유다.

정치인의 눈에 내년 12월은 대선 종착역으로 보이겠지만, 또 다른 역사의 굵은 매듭이 기다린다. 외환위기 20년이다. 그 때도 대통령 선거가 있었다. 국가부도의 상황에서 야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역사적인 정권교체였다. 하지만 당선자는 환호할 수 없었다. 채권자인 국제통화기금(IMF)에 '각서'를 쓰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20년 전과 달리 내년 12월의 대선은 축제가 될 수 있을까. 지금의 경제상황을 떠올리면 그럴 가능성은 옅어 보인다. 대선 유력주자들이 '경제'에 그럴듯한 접두어를 붙여 국민을 현혹하지만, 감동도 비전도 없다. 경제는 계속 추락한다. 누가 승자가 되든 20년 전과 방불한 상황이 될 공산이 크다.

그렇다면 우리 경제에 1997년 상황이 재현되고 있는 것일까. 모두들 경제를 걱정한다. 단순한 위기를 넘어서 '대위기다', '퍼펙트 스톰이 몰려온다'는 말까지 나온다. 그러나 위기의 근원을 들여다보면 외환위기 때와는 확연히 다른 점이 드러난다.

우선 외환위기 당시는 말 그대로 '외환의 위기'에 직격탄을 맞았다. 외환보유액이 바닥을 드러냈고, 국가신인도는 대추락했다. 지금은 정반대다. 외환보유액은 3700억 달러를 넘고 국가신용등급은 사상 최고수준(AA)으로 올라섰다. 그런데 왜 위기인가.
외환은 문제가 없는데도 위기라는 것, 20년 전과 지금 위기의 근본적인 차이점이다. 외환위기 당시 정부책임자는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은 건실하다'고 강조했다. 외환위기 1년 전의 경제지표를 보자. 경제성장률은 7.6%에 달했고, 가계소득은 12%가 늘어났다. 펀더멘털을 앞세울만했다. 그렇게 방심하는 사이에 외화 곡간은 비어갔고, KO펀치 한 방에 나가 떨어졌다.

지금 우리는 펀더멘털을 말할 수 있는가. 경제를 자동차로 비유하자면, 엔진(성장)은 식어가고 앞바퀴(수출과 내수)는 바람이 빠져 주저앉는 꼴이다. 여기에 해운과 조선의 부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사태, 눈덩이 가계부채가 상징하듯 차를 밀어주던 뒷바퀴(실물과 가계)마저 펑크 난 상태다. 외환위기와 같은 K0펀치 한 방이 아니라 크고 작은 연타에 온몸이 무너지는 형국이다. 한 번의 강펀치에는 다시 일어설 수 있지만 서서히 허물어지면 대개는 그대로 끝이다.

외환위기 이후의 경제성장률 추이는 경제 현실을 명료하게 드러낸다. 2001년~2005년 연평균 4.7%였던 성장률은 2006~2010년에 4.1%로 낮아졌다. 그리고 2011~2015년에는 2.9%로 급락했다. 지금은 2%대 마저 위협받는 상황이다.

외환위기 당시와 다른 진짜 위기는 신뢰의 위기다. 1997년에는 국민과 정부, 기업이 하나로 뭉쳐서 대처했다. 지금은 어떤가. 정부는 무력하고, 정치권은 무책임하며 기업은 오만하다. 신뢰는 무너지고 국민은 불안하다.

해법은 무엇인가. 전경련 사태는 좋은 사례다. 세상은 변했는데 경제는 낡은 패러다임과 달콤한 기득권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엔진을 데운다고 자동차가 제대로 가는 것은 아니다. 주저앉은 네 바퀴를 싹 바꾸고, 명확한 목표를 향해 달려야 한다. 2017년 12월, 대선의 달이자 외환위기 20주년이다. 14개월은 짧다. 그 날을 어떻게 맞을 것인가에 우리의 미래가 달려 있다.

박명훈 전 주필 pmhoon@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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