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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무 칼럼]이재용 부회장은 현장에 있어야 한다

최종수정 2016.10.13 11:07 기사입력 2016.10.13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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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무 팍스넷 대표

김영무 팍스넷 대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신화가 위기에 봉착했다. 갤럭시 노트7 발화 사건에서 비롯된 것. 그런데 이번 사건에서 바로 떠오르는 인물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오는 27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 선임을 앞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뒷단에 있던 이 부회장이 맨 앞단으로 나오는 시점에 또다시 ‘잔혹사’가 재연될까 하는 우려가 더해진다.

삼성은 2000년 이 부회장의 진두지휘로 인터넷 지주회사 ‘e-삼성’을 설립했지만, 200억원대의 적자만 기록하고 2004년 사업을 접었다. 그 이후 이 부회장이 전면에 나선적이 없다. 승진할 때마다 화두가 됐던 게 등기이사 등재였다. 그렇지만 역시나였다. 10년 넘게 책임에서 자유로웠던 그였다.
이 부회장이 처한 지금의 상황은 신의 장난일까 신의 한수일까. 기독교를 믿는 신자들이 언제나 되뇌이는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소서”의 의미가 남다르게 여겨진다. 인생사 항상 댓가가 따른다. 얻으려면 뭔가를 잃어야 하고, 채우려면 또 비워야 한다. 이 부회장은 지금 시험대에 서있는 중이다. 그것도 피할 수 없는 숙명으로 맞닥쳤다.

잠시 과거를 돌이켜보자. 오늘날 삼성의 스마트폰 신화의 출발점은 이기태 전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그는 ‘미스터 애니콜’로 불렸다. 스마트폰 이전의 애니콜 신화를 쓴 주역이다. 지방대를 나온데다 공장장 출신이라 신화의 스토리를 더욱 탄탄하게 받쳐줬다. 여기에 하나의 사건이 애니콜 신화의 스토리를 완성해줬다.
1995년 구미공장에서 휴대폰을 불태운 사건이다. 그해 삼성전자는 설날을 맞아 주요 임직원에게 휴대폰과 무선전화기를 선물로 돌렸다. 통화품질도 안 좋았으며 내부로부터 비판이 드세졌다. 그는 변명을 늘어놓거나 남의 탓을 하지 않았다. 위기를 기회로 바꿔야 했다.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구미공장 2000여명의 임직원들을 한데 불러모아 놓고 휴대전화와 무선전화기 15만대를 불살랐다. 당시 금액으로 500억원 되는 거액이었다. 자신들이 만든 제품이 눈앞에서 ‘화형’ 당하는 걸 목격한 임직원들의 심정은 어땠을까. 그것은 제품이 불타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이 불타는 걸로 투영됐을 것이다. 품질이 담보된 ‘애니콜 신화’는 이렇게 시작됐다.

갤럭시 노트7 발화는 단순히 배터리 때문이 아니라 배터리 설계도의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배터리를 담당하는 삼성SDI 측은 제조공정상의 문제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의 이번 갤럭시 노트7 발화 사건은 단순히 단종으로 끌날 문제가 아니다. 첫 발화가 알려진 이후 불과 2개월 만에 새제품 교환으로 모든 게 해결된 것처럼 넘어갔던 걸 짚어봐야 한다. 삼성 스마트폰의 충성 고객들은 이를 믿었고 이후 갤럭시 노트7은 날개 돋친 듯 팔렸다. 그리고 얼마 안돼 심각한 사태로 번진 것을 직시해야 한다. 한 번 속은 소비자가 두 번 속았을때의 그 심정이 어떨지는. 똑같은 두 번의 실패는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는 이건희 회장의 말이 새삼 강조되는 이유다.

재벌 3세인 이재용 부회장은 일반인들에게 어떻게 연상될까. 각종 세계적인 포럼이나 첨단 IT 전시회, 세계적인 석학이나 글로벌 인맥, 깔끔하고 세련됨, 젊고 권위적이지 않고 수평적 사고 등등이다. 겉보기에 아주 좋은 이미지가 연상된다. 그런데 빠진 게 있다. 얼굴에 기름기 묻고 생산 현장에서 노동자들과 함께하고 있다는 느낌은 전혀 없다. 재벌 2세인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항상 현장! 현장! 현장!을 강조하며 나이 든 생산인력과 같은 모습을 보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을 뒤이어 삼성의 진정한 리더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회장직 승계 이전까지 현장을 샅샅이 뒤져야 한다. 현장에 품질이 있기 때문이다. 실용주의를 외치는 이 부회장이 이제는 현장주의를 외쳐야만 삼성의 품질은 ‘네버엔딩’이 될 것이다. 휴대폰을 발로 밟고 뭉개는 이기태 전 부회장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왜 그랬을까 하고.
김영무 팍스넷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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