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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무 칼럼]악어와 악어새의 공생은 더 이상 없다?

최종수정 2016.09.08 12:43 기사입력 2016.09.0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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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무 팍스넷 대표

김영무 팍스넷 대표


"철수네 집이 어디니? 영희네 집 옆이요. 그럼 영희네 집은 어디니? 철수네 집 옆이요"

질문자는 답답할지 모르겠지만 객관적으론 맞는 말이다. 그렇지만 이 상태에선 집을 찾을 수 없다. 대한민국이 지금 딱 이 형국에 처했다. 한마디로 '??????'의 무한대라고나 할까. 마치 뫼비우스의 띠와 같다. 한번 비틀었을 뿐인데도 말이다.

뫼비우스의 띠의 시작점은 인간관계다. 사람과 사람 사이는 매듭과 같다. 양쪽의 줄이 서로 꼬여져 관계를 형성한다. 양쪽이 팽팽하면 단단해진다. 한쪽이 느슨해지거나 끊어지면 그 팽팽함은 빛을 잃는다. 이러한 매듭들이 이어져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모든 문제의 해결도 매듭에서 비롯된다 하겠다.

매듭은 남녀 간의 사랑, 부부간의 결혼, 친구, 혈연, 학연, 지연 등 다양한 모습으로 투영되고 있다. 그런데 돈, 권력, 섹스 등 인간의 욕망을 자극하는 요소가 들어가면서 그 매듭은 점차 뫼비우스의 띠를 벗어나지 못하게 한다.

가장 최근에 이슈가 되고 있는 스폰서 부장검사를 보자. 둘은 고교 동창으로 30년 지기이다. 그동안 적절한 기브 앤 테이크를 나눈 둘 사이가 한쪽이 삐거덕거리면서 폭로가 이어지며 부적절한 스폰서 관계가 드러났다.
진경준 검사장 사건도 마찬가지다. 김정주 넥슨 회장과 둘도 없는 친구 사이다. 그런데 공직자인 그가 넥슨의 비상장 주식을 받아 엄청난 차익을 얻으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진 검사장은 당시 주식투자를 자신의 돈으로 장기 투자를 했다고 말했지만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다. 주식뿐 아니라 각종 뇌물성 대가를 지속적으로 받아 초유의 현직 검사장 구속이라는 신기록을 만들었다.

청담동 백만장자라는 화려한 수식어를 갖고 있던 이희진 씨는 비상장 주식투자로 유명세를 날렸다가 최근 사기혐의로 구속됐다. 그가 증권방송에서 전문가로 활동한 것은 꽤 오래됐다. 전문가 1인으로 연간 백억 원대의 매출을 올렸으니 그동안 돈 버는 재미를 본 투자자들도 많았을 것이다. 한때 ‘앗싸 이희진’하며 구름처럼 팬들을 몰고 다녔던 그였다. 그러다 그 한계에 봉착하면서 이 지경에 달했다.

얼마 전 자살이라는 극단의 선택을 한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 사건도 따져보면 같은 맥락에 있다. 40년 넘게 대를 이어가며 연을 맺은 이 부회장의 자살 소식은 충격 그 자체였다. 롯데와 맺은 단단한 매듭도 그렇지만 검찰 수사의 마지막 표적도 아닌 연결고리인 인물이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의아할 정도다. '롯데에는 비자금이 없다'는 유서에 남긴 말은 과연 설득력이 있을까.

변호사법 위반으로 구속된 박수환 뉴스컴 대표와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송희영 조선일보 전 주필 사건은 대우조선해양 비리로 점철된다. 대우조선해양 비리가 드러나지 않았다면 두 사람은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대우조선해양 사장 연임이라는 큰 부패 고리에 얽혀져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그런데 이번 일련의 사건들은 종전의 부패고리와는 양상이 좀 다르다. 그동안 ‘악어와 악어새의 공생’은 보기엔 불안했지만 서로 윈윈이 되므로 관행(?)처럼 이어진 게 사실이다. 둘 간의 관계라서 잘 드러나지도 않았다. 말 한마디 거들었을 뿐인데, 친구사이라서 등 속셈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은근슬쩍 넘어갈 공산이 컸다. 그런데 파고 들어가 보니 그 부패 고리는 역시나였다. 아닌척하면서 속셈을 차리면 얄미워서 일까 더 역겨운 느낌이다.

오는 28일부터 김영란법이 발효된다. 필자가 본 김영란법의 취지는 부적절한 매듭의 시작점부터 차단하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발본색원(拔本塞源)이라고 할까. 폐단을 없애려면 그 뿌리부터 뽑겠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김영란법 자체가 뫼비우스의 띠로 탄생한 느낌은 지울 수 없다. 머릿속에서 ‘?’가 떠나지 않는다. 그래도 김영란법은 대한민국의 매듭을 바꾸는 출발선으로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인생사 자체가 처음부터 뫼비우스의 띠는 아닐까 싶다.

김영무 팍스넷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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