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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事와 史]왕의 목을 쳐본 나라

최종수정 2016.08.18 15:13 기사입력 2016.08.18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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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익 우석대 역사교육과 교수

박상익 우석대 역사교육과 교수

프랑스혁명 시기에 발명된 기요틴(단두대)은 프랑스에서 1977년까지 처형 방법으로 사용되었다. 끔찍한 처형 도구가 문명국가 프랑스에서 최근까지 사용되었다는 것은 충격이다. 대다수 사람들은 교수형을 훨씬 인도적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프랑스에서 교수형은 수치스러운 처형 방법이었다. 1789년 프랑스혁명이 일어나기 전에는 같은 죄로 사형판결을 받았어도 귀족이라면 참수형, 평민은 교수형을 받는 등 신분에 따라 처형 방법이 달랐다. 교수형을 당한 죄인의 가족은 세상 사람들의 멸시를 견뎌야 했지만, 참수형으로 사형당한 죄인의 가족에게는 불명예가 적용되지 않았다. 참수형 사형수에게는 고귀한 신분에 걸맞게 스스로 목을 내밀어 의연하게 죗값을 치를 것이 기대되었다. 따라서 형 집행 시 곁에서 다른 사람이 사형수의 몸을 잡아주는 일도 없었다.
하지만 ‘명예로운 처형 방법’인 참수형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사형집행인의 기량에 따라 실패 가능성이 있었고, 단칼에 베지 못하면 사형수의 고통은 극심해진다. 집행인은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사로잡히는 것이 보통이었다. 집행인에게는 사람의 목숨을 끊는다는 두려움과 괴로움을 견딜 수 있는 정신력이 요구되었다.
 [事와 史]왕의 목을 쳐본 나라

프랑스혁명 발발 직후인 1789년 10월10일, 기요틴이라는 의원이 국민의회에 의견서를 제출한다. 그는 같은 죄로 처형되면서도 신분에 따라 방법이 다른 것은 평등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인간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것이다. 기요틴은 명성이 자자했던 51세의 의사였다. 그는 인도주의에 입각한 처형을 제안한다. 고통을 최소화하고, 신속하면서도 확실하게 목숨을 끊는 처형이었다. 이렇게 해서 ‘정의와 인도주의를 이루는 기계’ 단두대가 고안되고, 나중에 그것은 기요틴이란 이름을 얻는다.
자물쇠 만들기가 취미였던 프랑스 국왕 루이 16세는 새로운 참수 기계 제작에 무척 흥미를 보였다. 국왕은 아이디어를 직접 내기도 했다. 1792년 3월 어느 날 튈르리 궁에서 내부 검토를 위한 모임이 열렸다. 칼날을 수평으로 할 것인가 사선으로 할 것인가를 정해야 했다. 국왕이 의견을 제시했다. 날이 일직선일 경우 일격에 절단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직각삼각형 모양을 한 기요틴의 비스듬한 칼날은 루이 16세가 직접 고안한 것이다. 목을 뒤쪽에서 절단하는 기요틴은 기존의 참수형을 대신하는 ‘명예로운 처형 방법’이 되었다.
기요틴 제작에 적극 참여한 국왕이 기요틴으로 처형당한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국왕이 혁명정부에서 사형 선고를 받게 된 이유는 프랑스혁명전쟁이 한창이던 무렵, 적국과 내통했음을 알려주는 결정적인 증거 문서가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혁명정부에 대한 반역이었다.
자코뱅당의 25세 최연소 의원 생 쥐스트가 1792년 11월13일 행한 연설은 국왕에 대한 재판의 향방을 결정지었다. 그는 “왕정이란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이며 그 범죄에 대항해 인간은 떨쳐 일어나 무장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왕이라는 존재는 모두 반역자이며, 찬탈자”라고 선언했다. 1793년 1월21일, 파리 혁명 광장(콩코르드 광장)에서 루이 16세의 처형이 기요틴으로 집행되었다.

영국의 청교도 시인 존 밀턴은 1649년 1월30일 행해진 국왕 찰스 1세의 처형을 적극 지지한 영국혁명의 논객이기도 했다. 밀턴은 왕실의 사치와 방종, 인간을 저열하게 만드는 궁중의 생활방식을 혐오했다. 귀족들은 왕 앞에 직언을 하기는커녕 비굴하게 조아리며 아첨을 일삼았고, 그 대가로 권력의 단맛을 즐겼다. 왕정은 인간성을 타락시킨다는 것이 밀턴의 결론이었다. 18세기 프랑스와 17세기 영국에서 발발한 근대 시민혁명의 한 가지 중요한 공통점은 왕권의 제거 또는 무력화를 실현했다는 점이다. 요컨대 왕의 목을 쳐 봤다는 것이다.

얼마 전 경북 성주지역 유림들이 갓과 두루마기 등 전통의복을 입고 사드 배치 철회를 호소하는 상소문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이들은 상소문에서 “성주군민의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대통령께 상소문을 올린다. 성주군민의 애타는 심정을 헤아려 달라”고 요구했다.
주민 여론을 알리려는 의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시대착오적인 왕정 퍼포먼스가 안타깝다. 상소문이란 형식 자체가 반(反)헌법적이지 않느냐는 비아냥거림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듯하다. 이 나라는 군주국이 아니라 민주공화국이기 때문이다.
박상익 우석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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