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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재 칼럼] 우병우와 사드 사태, 디테일 속의 악마

최종수정 2016.08.04 11:21 기사입력 2016.08.04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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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재 논설위원

이명재 논설위원

그제(2일)의 국무회의는 두 가지 점에서 주목됐다. 여름휴가를 보냈던 대통령이 업무에 복귀한 이후 첫 국무회의인 데다 많은 의혹 속에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우병우 민정수석의 거취에 대해 어떤 말이 나올지가 큰 관심이었다. 우선 대통령은 여기에 대해 단 한마디 언급도 없었다. 대통령은 매우 확고해 보였다.

 그리고, 우 수석은 당당했다. 정상적으로 참석한 것은 물론 옆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회의장 밖에서 환히 웃는 모습까지 카메라에 포착될 정도로 그는 최소한 외견상으로는 놀라울 정도로 의연해 보였다. 탈세, 부동산 위장거래, 농지법 위반, 가족 소유 회사의 탈세, 아들의 군 복무 특혜 의혹까지 받고 있지만 흔들림이 없다. 그렇지만 그의 내심은 다르지 않을까. 여기서 물러나면 걷잡을 수 없다는 위기감, 혹은 민정수석의 직책을 내려놓지 않아야 자신이 인사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검찰의 수사 예봉을 피할 수 있다는 계산인 것일까.

 그런데 어쩌면 그는 '정말로' 자신이 처한 상황이 매우 억울하고 '근거 없는 의혹'을 쏟아내는 사람들이 원망스러운지도 모른다. 터무니없이 부당한 공격을 받고 있으며, 몇 가지 '부주의한 실수'가 있긴 했어도 크게 부끄러울 게 없다는 결연한 마음인지도 모른다. 그런 추정은 특히 우 수석이 지난달 '아들의 의무경찰 보직 변경 의혹 보도'에 대해 청와대 기자실을 찾아와 해명하면서 나타낸 태도를 보면서 갖게 된 것이다. 그는 기자들의 거듭된 추궁에 "유학 가 있던 아들이 들어와서 군대 간 것이다. 병역 의무 이행 중이다. (아들이) 병역 회피를 (하기라도) 했느냐"라고 되물었다. 자신의 아들 같은 '귀한 자제'가 유학까지 중단하고 돌아와 병역을 이행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 아니냐, 고 말하고 싶기라도 했던 것일까. 그의 말은 특권층 자제들의 병역 면제비율이 일반인에 비해 훨씬 높은 현실에서 자기 아들은 병역의무를 수행하는 '모범'과 '희생'을 보여주고 있는데 왜 이처럼 부당한 대접을 받아야 하느냐는 항변과도 같이 들렸다. 그러니 아들의 의경 복무기간 중 보직 및 외박 특혜 의혹에 이어 복무기간 중 절반만 운전대를 잡았다는 사실 등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지만 그는 앞으로도 의연하고 당당할 듯하다. 아들의 병역 의혹에 대해 억울한 어조로 항변하듯 토해낸 그의 말은 또한 지금의 '우병우'와 '우병우 사태'가 있기까지의 전말을 드러내는 한 장면이었다.

 갈수록 거센 대립과 논란을 낳고 있는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에서도 하나의 장면이 많은 것을 얘기해 주는 듯했다. 사드 배치 결정에서 여전히 가장 큰 의문은 대체 어떤 과정을 거쳐서 한반도 배치를, 또 성주 배치를 결정했을까 하는 것이다. 그 결정과정을 짐작케 하는 한 풍경이 성주 배치가 발표된 지난달 13일 국방부에 항의 방문한 성주 군민 앞에 선 국방부 차관의 입에서 나왔다. 그는 성주 군민들에게 사과하면서 '성주'를 '상주'로 잘못 말해 군민들의 고함 섞인 지적을 받았는데, 불과 몇 분 뒤 그의 입에서 다시 '상주'라는 말이 나왔다. 성주와 상주를 혼동할 이유가 과연 있을까. 두 지역 간에 70km 떨어져 있지만 비슷한 지명이니 단순한 착각이라고 이해해 줄 수 있을까. 그러나 만약 성주라는 고장에 대해 제대로 따져봤다면, 그래서 이 고장의 '성(星)'이 '별'을 뜻한다는 것, 그래서 이 군의 심벌마크의 붉은 색은 별의 마을인 성주의 빛을 의미한다는 것 정도는 최소한 머릿속에 들어가 있었다면 과연 두 차례나 혼동을 할 수 있었을까. 외교부 장관이 사드 배치 발표 시각에 양복 때문에 멀리 외출을 했던 '희극적' 상황과 겹쳐서 사드 배치 결정의 전모를 추측케 하는 장면이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이 있듯 사소한 부분에서, 디테일 속에서 결코 사소하지 않은 본색(本色)과 단면을 본다. 우병우 수석의 항변이 우리 사회 엘리트의 한 내면을, 국방부 차관의 거듭된 실수가 우리 공공시스템 운영의 한 실상을 드러낸다. 사소한 것들이 드러내는, 사소하게 봐서는 안 될 우리의 현실이다.
이명재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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