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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무 칼럼]걱정일랑 내게 맡겨

최종수정 2016.05.30 11:03 기사입력 2016.05.30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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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무 팍스넷 대표

김영무 팍스넷 대표

대한민국이 온통 걱정투성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걱정거리가 새로 생겨난다. 걱정만 하다가 세월을 보내는 게 아닐지까지 걱정할 정도가 됐다. 무엇보다 먹고사는 문제가 골칫거리다. 한국경제의 성장동력이 무너져간다는 신호음이 곳곳에서 나온다. 경제성장률은 90년대 7%에서 2000년대 5%로, 2010년대는 3%대로 곤두박질하고 있다. 지난해 2.6%이던 한국경제는 올해 2%에 턱걸이할 전망이다.

이런 추세라면 10년 내에 잠재성장률이 1.8%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이 우리에게 쓰나미처럼 덮치는 게 눈에 불 보듯 보인다. 우리 산업이 중국발 동시다발적 폭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게 큰 요인이다. 이미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조선업과 생사의 갈림길에 선 해운업에서 또 어떤 위기가 찾아올지 가늠도 안 된다. 수만명이 길거리에 내몰리고 있다. 2차 하청업체로 가면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하루하루 숨 쉬는 게 고통일 정도다.

김영란법도 언제 어디서 어떻게 터질지 모르는 핵폭탄으로 등장했다. 수많은 자영업이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 것이다. 북한의 노골적인 도발도 대한민국을 턱밑까지 쳐올리고 있다. 계속되는 김정은식 핵위협에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기 공포지수는 최악이다. 이어진 개성공단 폐쇄는 고스란히 수많은 중소기업이 떠안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노골적인 반한감정을 드러낸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여부도 고민거리로 떠올랐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우리는 어쩌냐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마치 예전의 냉전상태를 떠올릴 만큼 한반도는 얼어붙었다.

최근 연이어서 발생하는 묻지마 폭행도 우리 사회를 크게 강타하고 있다. 생면부지의 사람을 아무런 이유 없이 '그냥' 이라는 이름 아래 때리고 살해하는 엽기 행위가 만연되고 있는 것. 이런 묻지마 폭행은 "언제 어느 때라도 내가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만성 공포증을 유발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여성혐오증에 대한 걱정도 더해졌다. 단순히 여성이기 때문에, 여성이 싫어서 전혀 관계없는 여성을 공격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혐오는 인종차별보다 더 큰 개념의 폐쇄형 사회를 만들 소지가 크기 때문에 심각한 상황이다.
가습기 살균제 문제도 반향이 커지고 있다. 인체에 유해한 것을 알고도 기업이 거짓을 일삼으며 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갔다. 믿고 제품을 산 소비자를 기망한 것보다 생활에서 빼려야 뺄 수 없는 수많은 화학제품에 대한 의심증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향후 일부 제품에서 소소한 문제가 나올지라도 소비자들의 기피와 불신은 걷잡을 수 없을 것이다.

청년취업률, 노령화, 저출산화 등 그동안 사회문제로 부각되던 부분도 시간이 갈수록 더욱 악화되면서 주름살만 늘리고 있다. 대한민국은 '걱정공화국'이라는 자조적인 말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이유다.

예전 모 기업의 광고에 '걱정 인형'을 등장시켜 화제가 됐다. 걱정 인형은 옛 마야 문명의 발상지인 중부 아메리카의 과테말라에서 오래전부터 전해오는 인형이다. 걱정 인형은 '걱정일랑 내게 맡겨. 그리고 너는 잠이나 자.'라고 속삭인다. 듣기만 해도 위로가 되는 그 듬직한 역할 덕분에 걱정 인형은 세계의 많은 사람들에게서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세계의 여러 인형들 중에서 외모로만 치자면 크기도 가장 작을 뿐더러 얼굴 역시 그리 예쁘지 않은, 특이한 인형이다. 최근에는 '걱정노래'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다. 바로 이적의 '걱정말아요 그대'다.

<그대여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우리 함께 노래합시다/그대 아픈 기억들 모두 그대여/그대 가슴에 깊이 묻어버리고...그대 슬픈 얘기들 모두 그대여/그대 탓으로 훌훌 털어버리고.> 왜 사람들이 이 노래에 흠뻑 빠졌을까. 노래를 부르면서 걱정을 덜어버리고 위안을 받기 때문이다.

정부, 정치권, 기업 모두 우리 국민들의 걱정거리를 하나씩 맡아주고 그들이 편안하게 잠자리를 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서로가 서로의 걱정인형이 돼 준다면 우리 사회는 살 만한 곳이 될 것이다.

김영무 팍스넷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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