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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무 칼럼]12척의 신화를 되새기자

최종수정 2016.05.02 11:00 기사입력 2016.05.0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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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무 팍스넷 대표

김영무 팍스넷 대표

'기업은 사람이요, 사람은 기업이다'

경제신문 기자 생활을 오랫동안 하면서 머릿속에 항상 박혀 있는 명제가 바로 이것이다. 다른 어떤 키워드로도 기업을 설명할 수 없다. 기업은 오로지 사람으로부터 시작해 사람으로 끝난다는 게 필자의 지론이다. 가끔 이러한 명제로 함축되지 않는 상황도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해결했다. 시간이 지나면 결국은 사람으로 귀결됐기 때문이다.

조선업을 보자. 아직도 필자는 최근의 상황을 현실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일들이 순식간에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세계 1위. 이뤄질 수 없는 꿈을 현실로 만든 게 바로 조선업이었다. 이순신장군의 거북선이 그냥 한 시대의 산물이 아니었다는 방증이었고, 3면이 바다인 대한민국의 해양대국시대가 눈앞에 곧 시작할 것이 당연시됐었다. 불과 10년 전 일이다. 조선업의 세계 1위는 대한민국의 글로벌화를 가속화했던 원동력이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STX조선해양,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이 수주잔량 부문에서 전세계 1위부터 6위까지를 몽땅 차지하기까지 했었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수많은 기업에 심어줬다.

그러나 지난 4월 국내 조선업계는 선박을 단 한 척도 수주하지 못했다. 월간 수주가 '0'을 기록한 건 이번이 처음이고. 삼성중공업은 창사 이래 첫 경험이었다. '수주 절벽'이 현실화된 것이다.

너무 충격적인 팩트였다. 이제는 현실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조선업의 위기가 아니라 붕괴의 시작을.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도 몰락의 늪으로 빠졌다. 국내 조선업계와 해운업계의 금융부채는 40조원에 달한다.
삼성전자가 초기 애플의 스마트폰 시장을 꾸역꾸역 뒤따라가며 도태되지 않았을 때, 더 나아가 애플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세계시장을 선도했듯이 대한민국은 불사조 정신 '은근과 끈기'를 불태웠다. 그런데 피땀으로 일궈낸 공든 탑이 신기루처럼 한순간에 무너져 버렸다. 바로 사람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손이 오묘한 조화를 펼친 게 아니다. 각자의 이해관계와 욕심에서 자멸한 것이다. 단기 실적에 급급한 전문경영인만 욕해야 할까. 산업은행의 조선업에 대한 무지를 탓해야 할까. 제 살 깎아먹기 식의 저가수주 관행을 비난해야 할까.

조선업은 일단 정부 차원의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다. 과거 이야기를 끄집어내서 시시비비를 따질 형편이 안 된다. 눈앞에 닥친 위기를 일단 벗어나야 한다. 인력감축, 유휴자산 매각 등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다만 기술력을 갖춘 인력에 대해선 별도의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인력이탈이나 해외유출은 국내 조선업의 미래를 더욱 암울하게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올림픽에서 선수가 금메달을 땄다고 하자. 세계 1위가 된 것이다. 그 다음 목표는 어디에 둬야 할까. 물론 그 다음 올림픽에 나가서 또 금메달을 따는 게 일반화됐다. 그럼 그 다음은. 인간사 매번 승승장구는 없다. 슬럼프도 겪고 좌절도 겪는 게 삶이다. 그러면서 다시 일어서고 거듭 태어나는 시작점이 되는 것이다.

국내 조선업도 세계 1위의 방점을 찍고,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했었다. 그래서 이른바 고부가가치인 LNG선박, 해양플랜트 등으로 레벌업을 하다가 시황악화와 저유가에 발목을 잡힌 셈이다.

따져보면 흐름상 올 게 온 것이다. 다만 너무 상처를 숨기다가 한꺼번에 터져서 슬럼프가 아닌 좌초에 직면한 것이다.

"아직 배가 12척이나 남아 있다"는 이순신 장군의 말을 천 번이고 만 번이고 되짚어 봐야 한다. 12척의 배는 저절로 움직인 게 아니다. 그 안에 타고 있던 병사들의 생즉사사즉생의 신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대한민국의 조선명장들이 다시 일어설 때이다.

김영무 팍스넷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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