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식 컨퍼런스 홀과 마천루, 유럽 명차들이 도로를 질주하는 도시가 선전이다. 바로 그 곳에서 독일 가전 업계와 중국 벤처들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중국 벤처들은 더 가관이었다. "세계 최초의 선글래스형 VR 기기를 만들었다"는 어느 벤처는 그 어떤 시제품도 공개하지 않았다. 구체적인 정보를 물으면 "투자자에게만 공개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또 다른 벤처는 애플 아이워치를 베낀 짝퉁을 버젓이 진열해놓고 있었다.
실체도 없고 저작권마저 침해한 기기들을 '혁신 제품'이라고 큰 소리를 치는 중국 벤처들의 행태가 실소를 자아냈지만, 한편으론 경계심이 발동했다. IFA 브랜드와 노하우를 돈으로 사들인 중국의 막대한 자본력 때문이다.
막대한 투자를 통해 조선 후진국에서 조선 강자로 떠올랐듯이 이제는 일본 반도체 기업들을 대거 사들이며 한국을 바짝 추격해오고 있다. '자본의 힘'으로 시간과 경험을 쌓아가는 갖춰가는 것이다. CE 차이나는 실망스럽지만 그 이면에서 중국의 거대한 야망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선전(중국)=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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