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핵무기 실전배치를 위해 핵탄두 소형화와 미사일 성능개량을 거듭하며 남한을 위협하고 있다. 북핵위기는 우리의 생존에 대한 직접 위협이 되고 있다. 경제위기도 매우 심각하다. 발표될 때마다 성장률은 하락한다. 심지어 올해 2.4% 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한 해외 투자은행은 1%대를 예상하기도 했다.
위기가 심화할수록 고통을 많이 받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서민이다. 이들은 지금 치솟는 전셋값과 건강보험에 등허리가 휜다. 건강보험은 총선과정에서 뒷전으로 밀려났지만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중대 사안이다. 소득이 없어도 전세든 자가든 재산과 보유자동차를 평가해 보험료를 매기는 탓에 국민 불만이 많다. 구조조정으로 실업자가 되면, 소득이 한 푼도 없더라도 집이 있다는 이유로 많은 보험료를 내야 한다. 반면 소득이 있으면서도 피부양자로 등재해 한 푼도 내지 않는 사람도 많다. 소득 중심으로 징수체계를 바꾸자는 목소리가 높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
북핵도 그렇고 경제문제도 그렇고 해결과정에서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기 때문에 해결은 대단히 어렵다. 기성 정치인들이나 정책 결정자들은 이 눈치 저 눈치를 보면서 해결을 미뤘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20대 총선 결과 달라진 정치지형에 기대를 건다. 이번 총선으로 더불어민주당은 제1당이 됐고 양당체제를 비판한 국민의당은 원내에 38명을 입성시켰다. 전체 300석 중 127명이 물갈이됐다. 42.3%가 새로운 인물로 바뀌었으니 새바람이 불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과욕일까.
그런 측면에서 돈키호테 같은 정치인이 나오길 기대한다. 돈키호테는 흔히 무모한 사람의 대명사로 통한다. 그러나 미겔 데 세르반테스 사아베드라가 1605년 쓴 '기발한 이달고 돈키호테 데 라만차'와 10년 뒤인 1615년 출간한 '기발한 기사 돈키호테 데 라만차'를 읽어보면 그것이 편견임을 알게 된다. 돈키호테는 무모한 모험을 하고 조롱과 비웃음을 받지만 늘 "불의를 바로잡고 무분별한 이들을 고치며 권력의 남용을 막고 빚을 갚아주겠다"고 말한다. 그는 통치자로 가는 종자 산초판사에게 가난한 자의 눈물에 더 많은 연민을 가지며, 가난한 자의 흐느낌과 끈질기고 성가신 호소 속에서와 똑같이 부자의 약속과 선물 속에서도 진실을 발견할 것도 촉구했다. 정의의 회초리를 꺾어야 할 경우가 있다면 뇌물의 무게 때문이 아니라 자비의 무게 때문에 그렇게 할 것을 주문했다. 이런 말을 하는 돈키호테는 미치광이가 아니라 참전과 부상, 노예생활과 파산 등 산전수전을 겪은 세르반테스의 이상주의를 구현한 인물이다.
500여년이 흘렀어도 돈키호테의 충고는 여전히 유효하다. 세상살이의 본질은 달라진 게 없는 탓이다. 자기만의 정치를 펴겠다는 신참 국회의원들은 한 번쯤은 읽어볼 필요가 있다. 다스리고 복종 받는 것의 달콤함에 젓지 말라고 따끔하게 충고하는 돈키호테 말을 실천하는 국회의원을 기대한다.
박희준 논설위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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