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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시선]필리버스터, 총선인가 자유인가

최종수정 2016.02.25 11:03 기사입력 2016.02.25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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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학 서울대 행정연구소 특별연구원

김환학 서울대 행정연구소 특별연구원

여당이 통과시키려는 테러방지법을 야당의원들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로 막고 있다. 필리버스터의 최장기록은 사우스 캐롤라이나 출신 상원의원인 스트롬 서먼드가 만 55세에 세운 24시간 18분이다. 이 필리버스터라는 용어는 18세기 카리브 해적을 가리키는 네덜란드어(vrijbuiter)로 탄생해 프랑스와 스페인을 거쳐 미국 상원에 정착했다. 용어는 달라도 거의 모든 민주주의체제가 어떤 형태이든 필리버스터를 경험하였고, 그 역사도 아주 길어서 로마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시저는 자신의 숙적 카토(Cato)가 하루 종일 연설을 한다고 불평한 기록이 보인다. 1939년에 필리버스터를 소재로 '스미스씨 워싱톤에 가다(Mr. Smith goes to Washington)'라는 영화가 제작되었는데, 미국 역대 영화 100선에 꼽힌다 하니 볼 만할 것이다.

필리버스터와 달리 지금 공방의 대상이 되는 반테러법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9ㆍ11테러에 대한 대응으로 미국에서 제정한 애국자법(PATRIOT Act)이 그 시작이다. 물론 근대국가의 1차적 임무가 질서유지이기 때문에 어느 나라나 테러에 대비하는 법체계를 원래 갖고 있는데, 애국자법의 특징은 정보기관의 활동에 대한 영장주의 등의 법적 제한을 외국인에 대한 정보수집의 경우에 풀어주었다는 데에 있다. 부시정부는 애국자법만이 아니라 국토안보부 등 대외적으로 배타적인 정책을 취했고, 이는 대내적으로도 영향을 미쳐 시민사회의 개방성과 자유로운 공기를 억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럽에서 9ㆍ11테러 이후 좀 더 정확히는 부시정권 이후의 미국을 이류국가로 평가한다는 점에서, 빈 라덴이 파괴한 것은 단순히 고층건물 두 동이 아니라 미국문명이라는 말이 설득력이 있다.

한국도 9ㆍ11테러에 대한 대응으로 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정권 시절부터 테러대처법을 제정하려 하였는데, 그동안 이 법안에서 꽤 많은 독소조항이 빠졌다. 그러나 여전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위험한 조항들이 도사리고 있다. 국정원이 자의적으로 테러위험인물을 지정하는 등 권한남용에 대한 제한이 미흡하고, 정보기관이 정보 수집을 넘어 조사권과 추적권을 통해 직접 수사권을 행사할 위험을 불식시키지 못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영장 없는 정보침해, 특히 감청의 허용범위가 지나치게 넓고, 국회의 통제장치가 없다시피 하다. 한국사회가 구애받지 않는 자유를 누리는 일류사회는 아니라 해도, 남북분단의 현실이 엄중하고 광명성 4호의 발사가 심각하더라도, 국가권력이 깍지도 않은 날카로운 발톱으로 평온한 일상의 생살을 헤집게 놔둘 수는 없지 않은가. 이러한 우려의 바탕에는 인터넷에 댓글을 달던 국정원의 이미지가 있다.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경제발전을 이루는 데에 국정원의 역할은 막중하고, 이러한 불신은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과제이다.

지금 필리버스터에 대한 여론의 호응이 상당히 크다. 이번 정권 들어서 그동안 일방적인 여당 우위였다면, 야당이 처음으로 주도권을 쥐었다. 야당 원내대표의 기획과 설득능력을 다시 보게 된다. 그런데 시간이 없는 상황에서 장시간 토론을 한다는 것은, 소수자에게는 강력한 무기이지만 정치적 책임도 뒤따른다. 필리버스터를 통해 현안만이 아니라, 선거구획정의 확인을 위한 선거법과 같이 그에 후속되는 모든 안건은 진행되지 못한다. 정해진 날짜에 선거를 치르기 위한 선거법 처리시한이 2월 말이라고 한다. 필리버스터의 묘미는 물론 그 과정에서 법안에 대한 협상과 설득에 있다. 극단적인 경우에 선거가 연기될 수도 있을 것이다. 공직선거법으로 날짜가 정해지기는 하지만 조상님 기일도 아니고, 설날도 아니지 않은가. 총선이 연기되어 치러진다면, 위법하기는 하지만 무효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예측가능성과 신뢰를 해치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여기에는 물러서고 물러서도 더 이상은 양보할 수 없는, 시민사회가 누려야 하는 최소한의 자유가 있다.

김환학 서울대 행정연구소 특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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