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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무 칼럼]크라우드펀딩은 정권의 작품이 아니다

최종수정 2016.02.01 11:06 기사입력 2016.02.01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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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무 팍스넷 대표

김영무 팍스넷 대표

지난달 25일부터 지분형 크라우드펀딩 서비스가 국내에서도 처음으로 도입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연두회견에서도 콕 집은 생소한 용어가 바로 크라우드펀딩이다. 이른바 핀테크 열풍의 핵심 키워드라 할 수 있다. 투자자에게는 새로운 투자기회를 제공하고 스타트업이나 창업중소기업에게는 자금 조달의 문을 넓혀 주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와디즈, 유캔스타트, 오픈트레이드, 인크, 신화웰스펀딩 5개사를 크라우드 펀딩 중개업체로 선정했다. 그런데 시작부터 너무 서두르고 있다는 정황이 포착된다. 대통령이 강조하고 정권의 업적으로 만들어야 하는 강박관념 때문일까. 시행 초기부터 전형적인 전시행정의 산물로 전락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분형 크라우드펀딩 사업은 허가제가 아니다. 일정 요건만 갖추면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등록제다. 그런데 이미 선정된 5개사들은 금융당국이 더 이상 크라우드펀딩 중개업체를 등록시키지 않을 것으로 알고 있다. 허울만 등록제이지 실제로는 허가제나 다름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왜 그럴까. 지분형 크라우드펀딩 사업은 예상치 못한 변수를 안고 있는 지뢰밭이다. 스타트업과 투자자 간의 분쟁의 소지도 커질 수 있고, 사업의 미래성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이 잘못 틀어지면 비난의 화살은 금융당국으로 꽂힌다. 그러다 보니 깨끗한 유리창으로 안이 보이게만 하고 실제 들어갈 수 없도록 만들어 놓은 형국이 됐다. 리스크 헷지의 일환인 건 이해가 된다. 그렇다고 말뚝부터 박은 것은 조급함을 그대로 노출한 꼴밖에 안 된다.

지분형 크라우드펀딩 중개업체를 선정한 후 펀딩을 받은 스타트업에 대해서도 말이 많다. 오래전부터 이들 중개업소를 통해 뒤탈 없고 사업성도 눈에 보이는 그저 그런 범생이(?) 스타트업을 찍어놓고 연출했다는 뒷말도 무성하다. 막장드라마처럼 먹히는 소재를 놓고 연출하면 기본 시청률은 보장된다는 철저한 상업주의가 금융당국에도 전염된 듯하다. 추후 대통령 보고에서 성과물을 보기 좋게 내놓으려는 꼼수라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유다.

크라우드펀딩이나 스타트업은 태생부터가 그저 그런 소재가 아니다. 그 안에는 엄청난 폭발력을 갖고 있는 시한폭탄이 들어있다. 빨강 파랑 노랑 전선 중 무엇을 끊어야 안전한지 예측하기 어려운 위험성이 상존한다. 물론 잘 되면 예측 불가의 대박도 터질 수 있다. 그런데 전선을 한 줄만 만들어놓고 쉽게 끊으려는 속셈은 스타트업이나 투자자를 위한 게 아니라 금융당국이 정권의 작품을 만들겠다는 의도로밖에 설명이 안 된다.
무엇보다 생태계를 만드는 게 시급하다. 길게 생명력을 가지고 갈 수 있도록 금융당국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산부인과에서 임산부를 관리하듯 임신에서부터 출산까지 모든 과정을 시스템화해야 한다. 초음파로 들여다보고 조기출산에 대비해 인큐베이터도 갖춰야 한다.

킥스타터나 아워크라우드와 같은 선진기업을 벤치마킹하면 가장 효율적일 것이다. 아워크라우드는 스타트업을 리뷰하고 평점을 매기는 파트너 인력이 100명에 달할 정도다. 크라우드펀딩을 연착륙시키려면 먼저 스타트업을 평가할 수 있는 툴을 만드는 데 정부가 앞장서야 한다. 금융당국이 과연 지분형 크라우드펀딩 사업을 출범시키기 전에 전문인력을 이들 기업에 보내 노하우를 습득했는지 되묻고 싶다. 그건 중개업체들이 할 일이라고 비야냥거리지 않았을까.

역대 정권에서 전시효과나 정권의 정체성을 보여주기 위한 '미끼 상품'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렇게 만든 기업들이 어떤 말로를 보였는지 너무 잘 알 것이다. 희대의 사기기업 모뉴엘만 봐도 그렇다.

박근혜 대통령도 업무보고에서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성공한(?) 기업 리스트를 보고 흡족한 미소를 지을 게 아니라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생태계 구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호랑이나 사자 같은 야생 동물을 좁은 울타리에 넣어놓고 먹이나 주면서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그런 동물원 같은 크라우드펀딩을 만들면 뻔할 뻔자라는 걸 명심해야 한다.

크라우드펀딩은 금융당국이나 정권을 위한 전시 상품이 아니다. 야수와 같은 기업가정신을 불태울 초석이 돼야 하는 게 지분형 크라우드펀딩이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김영무 팍스넷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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